정대인의 파리문화기행11-까르띠에 재단 현대미술관
정대인의 파리문화기행11-까르띠에 재단 현대미술관
  • 시민의소리
  • 승인 2014.12.04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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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까르띠에 현대미술관을 설계한 장 누벨

파리 남쪽 몽파르나스 지역에 까르띠에 재단이 운영하는 현대미술관이 있다. 미술관에 들어가기 전부터 눈길을 끈 것은 미술관 건물이었다. 세계적인 프랑스 건축가 장 누벨Jean Nouvel이 만든 건물이라고 한다.
그는 파리 케브랑리 박물관과 아랍문화원도 디자인했으며, 우리나라에도 리움미술관의 건물 하나가 그의 작품이다. 유리벽은 미술관 앞 거리와 절묘하게 거리를 두면서도 투명하기에 속이 보여 미술관이 바깥과 완전히 단절되지 않게 했다.
흡사 아늑한 온실 정원에 들어온 듯 했지만, 천장은 뚫려있어서 실내와 실외의 경계가 모호해진다. 거대한 작품들이 유리창 너머로 벌써 보이기 시작한다.

미술관에는 재단 30주년 기념 전시회가 막바지였다. 드로잉에서부터 사진, 영상, 조각 작업들까지 그동안 이 곳에서 전시했던 소속 작가들의 대표 작업들이 전시되어 있었고, 전반적으로 재치 있는 작품들이 많았다.
지하 전시실의 한 벽을 따라 초상화 작업들이 백여 점 걸려있었다. 일본의 유명 그래픽 디자이너이자 화가인 요쿠 타다노리Yokoo Tadanori가 이번 전시회를 위해 특별히 만든 작업이었다. (전시회 브로슈어에는 타나도리라고 이름이 잘못 적혀 있었다. 몇 달동안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 것일까?)
그는 그래픽 디자이너로 최고의 명성을 쌓았는데, 어느 날 뉴욕 현대미술관에서 피카소 회고전을 보고 회화 작업을 하기로 방향을 바꾸었다고 한다는 재밌는 소개가 적혀 있었다.

원래 화려한 색상의 디자인 작업을 했던 그답게 그림 한 점 한 점이 모두 다른 색감과 스타일로 만들어졌는데, 묘사된 인물들은 모두 까르띠에 재단과 연관이 있는 작가 등이라고 한다. 그렇게 한 벽에 늘어선 인물들의 초상화를 보고 있자니, 예술가들을 후원하는 재단의 자부심이 느껴졌다.
이 전시회에서 또 다른 큰 수확은 영화감독 데이비드 린치David Lynch를 다시 보게 되었다는 것이다. 독특한 영화 세계로 좋아하는 감독인데, 그가 그림, 사진의 영역에서까지 이렇게 뛰어난 재능을 보여주고 있는지는 처음 알게 되었다. 미술관 서점에는 그의 드로잉 작업 도서만 여러 권이 비치되어 있었다.

최고 명성의 디자이너에서 회화 작가로 변신한 타다노리 요쿠, 대중들에게 알려진 영화 작업 이외에도 엄청난 양과 수준의 미술 작업을 병행하는 데이비드 린치. 이들의 열정적인 작업을 보고 있으니 뛰어난 예술가는 누구에게 인정받기 위해서 작업하지 않는 듯하다.
아니, 그 수준을 이미 뛰어넘어 끓어 넘치는 창작에 대한 열망을 표현하지 못해 안달이 난 사람들 같아 보인다. 머리로만 생각하지 말고, 손으로 만들면서 생각하라는 예전 교수님의 말씀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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