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추어 극단 정거장, 관객과 소통의 무대 만들다
아마추어 극단 정거장, 관객과 소통의 무대 만들다
  • 김다이 기자
  • 승인 2014.11.27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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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0일 국악전수관 ‘흥부가 기가막혀’ 선보일 예정

발걸음이 떨어진 낙엽을 따라 도착한 곳은 극단 ‘정거장’의 연습이 한창인 서구 빛고을국악전수관이었다. 주로 40~50대 중년층으로 이루어진 이 극단은 비록 아마추어라고 말하지만 열정 하나는 프로 수준급이었다.

올해로 3회 정기공연을 펼치는 극단 정거장은 지난 2012년 동네 주부 극단으로 결성되었다. 그리고 빛고을 건강타운, 국악전수관 등에서 공연을 올리고 있는 순수 아마추어들이다. 이번에 올리는 작품은 지난해에 이어 ‘흥부가 기가 막혀’다. 단원이 몇 명 교체되어 새롭게 연습 중이다.

정감 있는 전라도 사투리로 연극 펼쳐

이들은 연습에 앞서 공연에서 입을 의상을 직접 준비하자는 의논을 하는 등 기존 연극인들처럼 분장을 할 것인지도 고민을 하고 있었다.

▲김종필 극단 연인 대표
공연의 연출을 맡은 김종필(극단 연인 대표)씨는 “프로처럼 보이기 위해 혹은 아마추어 모습을 감추기 위한 프로를 따라하는 짙은 분장을 하는 것은 별로 맞지 않다고 보고, 선호하지 않는다”고 운을 띄우자 단원들은 공감의 의사를 표현했다.

이후 정거장은 회의를 마치고 본격적인 연습에 들어갔다. 공연장에는 “얼쑤~ 핫~ 헤이야 품바라 품바라 헤이야~” 흥부가 기가 막혀 전주가 나오고, “아이고 형님, 동생을 나가라고 하니, 어느 곳으로 가오리오~ 이 엄동설한에~” 가사와 리듬에 어깨를 저절로 들썩이게 만들었다.

오프닝 음악이 끝나고, 단원들은 구수하고 걸쭉한 전라도 사투리로 역할에 맞춰 대사와 장면을 맞춰나갔다. 무대에 서지 않는 신 일 땐 뒤쪽에 서서 한 손에 쥔 대본을 틈틈이 읽고 있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몇몇 단원들은 실제로 전문 배우처럼 감정이 이입된 표정연기까지 선보이기도 했지만, 몸짓이 어색한 듯 딱딱하게 대본을 읽는 단원, 중간에 대사를 까먹는 실수를 하는 등 꾸밈없는 아마추어의 라이브한 모습으로 연극을 선보여 친근감을 느낄 수 있었다.

현대적인 소재를 담아 풍자와 해학으로 각색

‘흥부가 기가 막혀’는 기존의 전통 고전극 ‘흥부와 놀부’를 풍자적인 코메디로 각색한 작품이다.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현대의 자식들에 관한 이야기를 풍자와 해학으로 풀어냈다.

취업은 하지 않고 공부하는 척만 하는 아들, 게임과 도박에 빠진 아들, 사업한답시고 허황된 꿈에 사로잡혀 있는 아들, 명품과 성형에 빠진 된장녀 딸, 연예인병 막내 등 실제로 현대사회에 흔히 찾아 볼 수 있는 소재를 담고 있다.

극단을 만들어내며 여러 아마추어 극단의 강사로 활동 중인 김종필 연출가는 “제가 가지고 있는 연극 재능을 나눌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생각을 하다 극단 정거장이 창단할 때부터 시작을 함께 됐다”며 “현재 다른 아마추어 극단도 가르치고 있는데, 정거장은 가장 연령대가 높은 편이지만 열정과 열의가 높고, 출석률도 높다”고 설명한다.

먼저 작품을 선정하기 전 단원들의 이야기를 연극 속에 넣어보고자 했고, 사회적인 세태를 담았으면 한다는 얘기가 나왔다고 한다.

김 대표는 “단원들에게 현재 자식들이 어떤 속을 섞이느냐는 질문을 통해 무수한 이야기들이 오갔고 많은 사례를 넣었으면 했고, 자식들이 많은 대표적인 인물이 ‘흥부’였다”며 “단원과 함께 만든 작품이기 때문에 좀 더 특별하고 의미 있다”고 말했다.

연극 통해 자신감 찾아 큰 혜택 받은 것 같아

이들은 각자 하고 있는 활동과 집안 가삿일을 동시에 하면서 지난 1여 년 동안 매주 수요일에 만나 대본을 리딩하고 호흡을 맞춰왔다.

극단의 ‘청일점’이자 이번 공연에서 ‘놀부’역을 맡은 이용우 씨는 “공직생활에서 퇴직한 이후 서구문화원에서 연극반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지난해부터 활동을 시작했는데 점점 연기실력도 업그레이드되는 것 같다”며 “처음에 무대 공포증이 있었는데 지금은 해소됐다”고 털어놨다.

‘놀부 처’역을 맡은 박수운 씨는 “처음 연극을 시작하기 전 소심하고 목소리가 작아서 걱정스러웠지만 목소리를 키우는 훈련을 하게 됐고, 이제는 자신감도 찾게 됐다”고 말했다.

▲극단 정거장의 단장이자 '흥부가 기가막혀'의 흥부 역을 맡은 양명희씨

또한 극단 정거장 초창기 멤버이자 단장인 ‘흥부’역 양명희씨는 “정말 연극을 배워보고 싶었지만 전문 연극인에게 배우기는 높이가 있어보였고 마땅히 배울만할 곳이 얼마 없었다”며 “아마추어를 전문인이 가르쳐주는 것도 얼마 없지만 서구문화원 연극반을 통해 무대를 사용하는 매너를 배울 수 있었고, 큰 혜택을 받고 있는 것 같다”고 칭찬일색이었다.

이외에 ‘흥부 처’역 김영옥씨, 아이들을 키우고 나서 연극을 통해 공허함을 달래주고 자신감을 갖게 됐다던 ‘마당쇠’역의 김주연씨, 남구에 거주하고 있지만 좋은 극단이 있다는 소식을 들어 서구문화원을 찾은 ‘일녀’역 김정희씨, ‘일남’역의 이지선씨, ‘이남’역의 신정희씨, ‘삼남’역의 김철희씨, ‘막내’역의 이미숙씨 등이 열정으로 가득찬 무대를 꾸며내고 있다.

이렇게 때로는 서툴기도 때로는 어색한 동작을 보이기도 하지만 연극을 배우기 위한 열정 하나로 똘똘 뭉친 아마추어 단원들은 관객과 소통하는 무대를 꾸려가고 있었다.

한편 서구문화원 연극반인 극단 ‘정거장’의 열의를 담은 제 3회 정기공연 ‘흥부가 기가막혀’는 12월 10일(수) 오후 5시 서구 빛고을국악전수관 공연장에서 만나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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