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국민과의 대화보단 저녁식사가 중요(?)
안철수,국민과의 대화보단 저녁식사가 중요(?)
  • 권준환 기자
  • 승인 2014.11.25 22: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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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YMCA서 지방자치 특강 1시간여
정의로운 사회, 정치인이 약속 지켜야
‘지방자치 7대 대국민 약속’ 해결책 제시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이 광주를 찾았다. 25일 오후 6시 YMCA 2층 무진관에서 마련된 ‘국민과 함께 하는 지방자치’라는 주제로 특강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특강은 일방적인 전달이었고 참석자들의 질의에 대한 응답은 형식적이었다는 지적이 있다. 청중의 질문을 뒤로 한 채 저녁 식사 약속에 가야 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 자리는 겨우 1시간 정도만 힘들게(?) 마련한 자리였고 광주시민은 귀동냥하는 자리에 불과했다는 비난이다. 모처럼 왔으면 질의가 있을 것이고 대답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계획했어야 옳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번 강연은 송경종 지방자치정책연구원장(前 광주광역시의원)이 사회를 맡았고 지방자치정책연구원과 희망광주 미래구상(준)이 공동 주최했다.

안철수 의원은 6시5분께 입장해 참석자들과 간단히 악수를 하고 강연이 진행됐다. 송경종 원장이 안철수 의원의 약력을 소개한 후 안 의원이 강단에 올랐다. 안 의원은 지난 21일 대구에서도 같은 주제의 강의를 했다.
그는 대구와 부산, 그리고 광주를 언급하며 ‘지방자치가 제대로 돼있지 않은 지역’이라며 가장 큰 피해를 받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또한 “이번 강연 요청을 받으면서 대구와 광주시민들이 지방자치에 대한 열망이 얼마나 강한지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나 인구구조 문제 등 현재 대한민국이 심각한 위기에 맞닿아 있다며 여러 가지를 종합해 봤을 때 최악의 시나리오는 향후 40년간 대불황의 위험이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그 대불황의 초입에 서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향후 몇 년간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대불황을 겪지 않을 수도, 줄일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일본이 현재 20년 동안 불황을 겪고 있는데, 우리나라도 지금 제대로 하지 못하면 일본의 전철을 밟게 되고, 일본보다 더 힘들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현재의 대한민국을 규정짓는 중요한 단어는 ‘격차’라고 말했다. 빈부 격차, 세대 간 격차, 남녀 간 격차,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격차,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격차, 기업소득과 가계소득 간 격차, 지역 간 격차 등 곳곳에 격차가 도사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한 종류의 격차가 심해지면 다른 쪽도 안 좋게 만드는 악순환 고리가 이어진다”며 “이런 구조는 한국사 회가 풀어야 할 숙제다”고 우려했다.

안 의원은 경제와 외교 문제 등 총체적 난국에 빠져있고, 이 문제들은 다방면으로 노력해야 하지만 지방자치 부분을 특히 신경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치란 우리 삶을 규정하는 것인데, 많은 국민들이 현재 정치를 믿지 못하고 있다”며 “정치를 바꿔야 한다는 열망이 강하기 때문에 국민이 주인 되는 정치를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이 주인 되는 정치는 국민의 삶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삶의 정치’, 화합과 소통할 수 있는 틀을 만들어 줄 수 있는 ‘새로운 틀을 만들어가는 정치’, 갈등과 대립을 해소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통합의 정치’, 지금은 어렵더라도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질 수 있게 하는 ‘희망을 만들어가는 정치’라고 설명했다.

덧붙여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어 가는데 정치가 약속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런 정치를 만들어가도록 노력하겠다는 약속을 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몇 가지 예를 들며 현재 우리나라의 지방자치가 공로한 부분과 근심되는 부분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먼저 각 지방에서 조례가 생기고 혁신적 활동들이 이뤄지면서 중앙정부까지 영향을 미치고, 확산시키는 큰 역할을 한 공로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방자치에 대한 주민들의 체감이 낮고, 권한은 지방에 줬지만 재정은 중앙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종속이 심한 모습이 지금의 지방자치의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지자체장이 사업을 크게 벌이거나, 중앙정부에서 시작한 사업을 지방정부에 떠넘긴다거나, 세수가 줄어들면서 지방재정의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는 점도 꼬집었다.

이러한 문제들은 우선 ‘주민이 주인 되는 지방자치’를 통해 스스로 결정하는 지방정부를 구성함으로써 해결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덧붙여 중앙에 의존하는 지역 발전에서 지역이 주도하는 지역 발전으로 변화해 통일이 되기 전에 지방자치를 정착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러한 문제해결을 위한 대책으로 ‘지방자치 7대 대국민 약속’을 제시했다.
첫 번째로 주민참여 예산제도 등 주민 참여가 대폭 넓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 지방정부의 살림살이를 튼튼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지방정부 재정에 영향을 미치는 중앙정부의 입법을 제한하거나, 무분별한 공공사업을 통제하고, 지방자치단체의 부채가 증가할 시 탄력세율을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세 번째로 지방자치단체의 부패율을 0%로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민감사위원회의 설치를 의무화하고, 내부 고발자 보호제도 도입, 인사의 투명성 등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네 번째로 주민활력을 통해 지역경제를 살려야 한다고 제안했다. 일자리를 모든 행정의 최우선으로 삼고, 중·소상공인의 상생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사회적 기업은 고용노동부, 협동조합은 기획재정부, 마을기업은 안전행정부 등 중앙정부의 지원기관이 각기 다르고, 여러 부서로 흩어져 있으면서 상호 협의를 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사회적 경제 활성화를 위한 인프라 조성과 지방정부 내에 지원기관을 통합해야 할 필요성을 제시했다.

다섯 번째로 자치정찰제로 국민안전의 사각지대를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여성들의 심야 귀가와 어린이 귀가길 등을 국가경찰과 지방경찰이 2중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섯 번째로 지방의회의 견제기능을 강화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를 위해 지방의회 사무처를 독립시키고, 지방의원에 대한 전문교육을 실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사회적 갈등을 협치(governance)로 풀겠다고 말했다. 정책결정 단계에서부터 이해관계에 있는 주민들이 참여하고, 사회적 합의 기구를 설치하는 등 협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남유럽과 북유럽을 예로 들며 “한국이 남유럽처럼 선거 때만 선심성 공약으로 복지공약을 내세우면 모두에게 불행한 것이다”며 “장기적 관점으로 국민대타협기구를 만들어 약속을 지킬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안철수 의원의 강연이 끝나고 시민들과의 질의응답 시간이 이어졌다. 한때 안 의원에게 기대를 걸었던 시민들이 많았던 만큼 그를 향한 질문의 열정이 뜨거웠다.

한 청중은 “너무 분해서 말 해야겠다”며 벌떡 일어나 ‘전남도민이 희망하는 안철수’는 과감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사회를 맡은 송경종 원장은 “다음 일정이 있다”, “지금 계속 전화가 오고 있다”는 등 빨리 강연을 마치려고 하기 바빴다.

뒤쪽에 앉아있던 몇몇 사람도 “끝내요! 끝내!”라고 소리 질렀다. ‘전남도민이 희망하는 안철수’를 말하고자 했던 그 청중은 가슴을 치며 답답해했다.

안 의원을 향한 질문의 열정은 뜨거워질 새도 없이 순식간에 차가워졌다. 질의응답에 이어 감사패 증정과 사진촬영이 이어졌고, ‘바쁘신’ 의원님은 7시 일정에 늦어 급하게 자리를 옮겨야했다.

후에 측근에게 전화해 물어보니 안 의원의 7시 일정은 지역 정치인들과 저녁식사를 하는 것이었다. 어떤 정치인이었는지 모르겠지만 국민과의 대화보다 저녁식사가 더 중요한 것이었는지 광주시민들은 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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