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인의 파리문화기행(7) 아이패드 여행 스케치
정대인의 파리문화기행(7) 아이패드 여행 스케치
  • 정대인 전 미국 산타페예술대 교수
  • 승인 2014.11.06 10: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정대인, 집앞에 있는 맛있는 빵집, 아이패드, 2014.

 

파리에 도착해서 조금씩 아이패드 스케치를 하고 있다. 어디든지 손쉽게 가지고 다니면서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것이 매력적이다. 지난 번 파리에 머무를 때에는 엽서 크기로 나온 수채화 종이와 작은 팔레트를 들고 다니면서 공원이나 벤치에서 그림을 그렸다.

겨울에는 벤치가 너무 차가워서 앉지도 못하고, 또 손이 얼까봐 잽싸게 선만 스케치하고 집에 가서 채색을 하던 기억도 있다. 종이와 붓, 물감들을 모두 가방에 들고 다녀야 했지만, 이제는 아이패드와 스타일러스만 있으면 되니 아주 간편해졌다.

물론, 아이패드의 한계도 있다. 야외에서는 햇빛이 강하고 반사가 심하기 때문에 화면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그늘진 곳을 찾기 힘들면, 일단 선만 스케치하고 집에 돌아와서 나의 시각적 기억과 인상을 더듬어서 채색을 하거나 사진과 기억을 다시 재구성해서 그림을 완성시킨다.

그리고, 여행 스케치라는 즉시성과 그 순간의 인상을 살리기 위해서 각 그림마다 한 두시간 이내의 작업시간에 느낌을 담아내려고 한다.

저명한 화가 데이비드 호크니 David Hockney도 아이폰, 아이패드로 그리는 그림에 매료되어서 전시회도 개최하였는데, 일단, 기존의 도구와 큰 차이점이라면 아이패드의 화면은 발광물질이라는 점을 어느 인터뷰에서 말한 것이 생각난다.

그래서 그 재료의 느낌을 잘 살릴 수 있는 빛 - 창문, 유리, 태양 등 - 을 그림의 소재로 주로 삼는다고 한다. 그의 모든 그림이 감동적이지만, 그 중에서 디지털 그림을 보고 있으면, 일부러 기교를 부리지도 않고 또 기존의 유화나 수채화의 느낌을 재현하려는 시도도 보이지 않는다.

디지털 이미지의 기본 구성요소인 픽셀 - 빨강색, 녹색 그리고 파랑색을 가산하여 만들어낸 색깔과 그를 화면에 표시하는 하나의 점 - 의 특징을 너무나도 잘 이해하고 있었다. 그런 디지털이라는 표현 수단을 참 솔직하게 이용하여 아마 발광매체인 화면에서만 진정으로 표현될 수 있는 강한 원색도 과감하게 사용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미 세계적인 명성을 떨치는 아티스트(데이비드 호크니의 현재 나이는 77세)가 새로운 기술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새로운 기법으로 그림을 그리는 모습은 다른 아티스트에게 끊임없이 생각하고 발전하고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한다고 말하는 듯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