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철도 2호선(1)-뭔가 중요한 것 놓치고 있다
도시철도 2호선(1)-뭔가 중요한 것 놓치고 있다
  • 정인서 기자
  • 승인 2014.11.06 06: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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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사회 찬성 반대 갈등의 골 키워 감정 대립
윤장현, 정책결정 시민들에게 떠넘겨(?)
여론조사는 오히려 ‘위험한 발상’ 지적

윤장현 광주시장이 도시철도 2호선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나타난 가운데 시민단체가 2호선 건설공사 중단을 촉구하고 나섰고, 시의회는 도시의 미래 차원에서 건설을 주장하고 나섰다. <시민의소리>는 광주의 대표적 갈등 요인이 된 도시철도 2호선 문제에 대해 3회에 걸쳐 집중 보도한다./편집자주

어린 시절 서울에서 땅속으로 다니는 기차를 보며 무척 신기하다고 생각했다. 그런 시절이 있었다. 광주에도 지하철이 생겼다. 이제 만원버스에 시달리지 않고 편하게 다닐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1980년대 말께 광주에서 지하철(도시철도) 건설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1991년에 타당성 조사를 실시한 이후 13년만인 2004년에 1구간이 개통되고 4년 뒤인 2008년에 전 구간이 개통됐다. 그런데 광주 지하철 1호선은 소태동에서 송정역까지 단선이었다.
1구간 개통 이후 벌써 10년이 됐다. 광주시 인구는 크게 늘지 않고 지하철 승객은 예상보다 크게 적었다. 얼마전 지하철을 탔는데 너무나 한산했다. 내 전용 지하철 같았다. “이러고도 운영이 되나?”라는 의구심이 들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도시철도 2호선을 놓고 하니 마니 말들이 많다. 1호선이 준공되기 전부터 2호선도 이참에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1호선이 연계성이 떨어지는 단선이니 2호선은 광주의 주요 지역을 빙 도는 순환선으로 하자는 것이었다.

요코하마, 1968년 도시기본계획 착착 추진

정부는 2002년에 광주 도시철도 2호선 기본계획을 확정 고시했다. 당초 기본계획대로라면 2011년에 착공했어야 했다. 지상고가 경전철 방식에서 저심도 경전철로 건설방식을 변경하고 노선 구간도 27.4km에서 41.9km로 크게 변경했다.
10년 넘게 2호선 건설을 놓고 설왕설래 하다가 이제 와서 2호선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놓고 시장도, 의회도, 시민도, 시민단체도 자기 주장만 펼치고 있다. 시장이 바뀌니 혼선이 깊다.
이러한 대규모 정책들이 처음에 충분한 검토를 했는지는 지금에 와서 따질 일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정책이 결정되기 전의 논의 과정이 중요하고 결정이 되면 도시의 미래 장기비전을 갖고 추진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이웃 일본, 올해 광주와 함께 동아시아문화도시였던 요코하마는 50여년 전에 세운 도시발전기본계획에 맞춰 움직이고 있다. 요코하마는 창조적인 도시의 비전을 책정했다. 1960년대 말 요코하마 기획조정국의 역할이 컸다.
당시 아스카다 요코하마 시장은 미군 시설의 접수와 함게 도시계획의 재정비를 시작했다. 도시정비의 방법을 환경개발센터의 도움을 얻었다. 그 결과 나온 것이 1968년 국제문화도시라는 기본개념으로 마련한 6대 사업이 도시의 골격을 형성한 것이었다.
관민파트너십으로 마련된 도시발전방안은 도심부 강화, 해안가 매립, 뉴타운 건설, 고속도로, 지하철, 베이브리지 등이었다. 특히 이 계획은 도시디자인에 중점을 두었고 도시 경관을 지키는 것이 최우선이었다. 전국에서 깜짝 놀랄 혁신적인 방법이었고 주목의 대상이었다.
아스카다 시장 이후 보수적인 시장이 취임했지만 역시 이 사업들은 착착 진행되었다. 미나토미라이21, 뱅크아트1929 등이 성공적으로 추진됐다. 50여년 가까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민여론조사, “능사 아니다”

그러면 광주는 어떤가. 개그콘서트의 유행어를 인용하자면 ‘들었다 놨다’하는 모양새다. 1호선이 당초 용역보고서나 시의 발표대로 운영되지 않았으니 2호선도 거의 마찬가지일 것이므로 건설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이 우세를 업고 있다. 시장도 슬쩍 여기에 묻어가고 있다.
시장은 도시철도 2호선 문제에 대해 기술자문과 타당성 검토 테스크포스(T/F)팀 회의를 통해 시의 재정부담 분석과 수요예측을 재검토했다. 물론 도시철도는 수익성이 기대되는 사업이 아니라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시의 재정부담이 가중되기도 한다.
이번 논란의 핵심은 찬성이나 반대와 같은 갈등 구조가 아니다. 문제는 윤장현 시장에게 있었다. 시장 당선자 시절의 성급한 2호선 재검토, 결국 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내비쳐졌고 이같은 기조는 지금도 변함이 없어 보인다.
윤 시장이 스스로 충분한 공부를 하거나 다양한 관계 전문가들과 이야기를 해보고 그리고나서 자신이 있을 때 ‘말’을 했어야 옳다. 어디서 귀동냥하는 정도로 성급한 판단을 했다는 인상이 짙다. 더욱이 문제될 것은 테스크포스팀보고 하라 하고 결정은 시민에게 묻겠다는 발상은 무척 위험하다.
그것도 당초에는 TV토론회나 공청회 등을 통해 시민여론을 알아보겠다고 했다. 사실 누구나 이 방식을 아는 사람이라면 주최자의 의도대로 흘러간다는 점에 동의할 것이다. 그러자 시의회가 나서서 시민여론조사를 하겠다고 발표하자 ‘앗 뜨거’ 하고 시도 여론조사를 하겠다며 맞불작전을 펴고 있다.
문제는 이제 여론조사이다. 10년 넘게 계획하고 조사하고 논의하고 시민토론회와 설명회도 했었다. 그런데 여론조사로 도시의 미래를 결정하겠다고 하는 것은 역시 위험한 발상이다.
우선은 여론조사 문항 구조가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 통계학을 아는 사람이면 지적하는 사항이다. 시나 의회나 자신들에게 유리한 문항을 만들지는 않을까 염려스럽다.

각종 보고서의 수치 놀음에 빠져

또한 시민들에게 시의 재정과 도시철도 2호선의 수익성, 수요예측 등을 알려주고 여론조사를 하겠다고 한다. 그런데 기자도 가장 최소한의 1백여쪽에 달하는 관련 자료를 며칠동안 들여다보고 도시철도 관계자들을 만나 한참동안 설명을 들어 겨우 일부 이해할 정도였다.
그래서 여론조사 방식은 문제가 있다. 도시철도 2호선은 감정적인 접근방식이어서는 안된다. 전문가라고 자처하는 이들도 사실 시장의 눈치를 보거나, 도시철도에 관련된 사람들이기에 이기적인 주장을 펼칠 우려도 있다.
도시철도는 사회간접자본 시설이다. 광주시의 테스크포스팀 마지막 4차 회의(9.26.) 자료를 보면 지난 1월에 나온 ‘광주도시철도2호선 기본계획 변경 용역보고서를 사실상 뒤엎고 있다.
용역보고서가 엉터리인지, 테스크포스팀이 엉터리인지 모를 일이다. 그들의 답은 각종 통계를 인용하여 나온 수치라는 주장만 할 뿐이다. 그러니 정당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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