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미술 잊힌 현장들 10-다치카와. 無의 공간을 공공미술로 활성화.
공공미술 잊힌 현장들 10-다치카와. 無의 공간을 공공미술로 활성화.
  • 일본 다치카와=정인서 권준환 기자
  • 승인 2014.11.05 20: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역 주변 공공미술작품 109개 곳곳 눈에 띄어
기타가와 대표, 어려웠지만 끝까지 주민설득

계획된 도시 요코하마(橫浜). 서양문물을 일찍 받아들임으로써 경제적인 부를 쌓은 도시다. 철저한 도시계획 아래 공공미술과 합쳐져 관광자원을 만들고 상업적인 성공을 거뒀다.
항구도시 요코하마의 바닷바람을 기억하며, 취재진은 이른 아침 도쿄(東京)행 열차에 올랐다. 도쿄 신주쿠(新宿)역에 도착해 우선 숙소에 짐을 풀고 일정을 진행하기로 했다.

캐리어를 끌고 길을 물으며 숙소를 찾아가고 있는데, 도쿄의 길거리에는 일행이 지나쳐왔던 다른 도시들과는 달리 쓰레기가 꽤 보였다. 꼭 사람이 많아서 그런다기보다는 시민들의 인식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요코하마는 경제적으로 풍족하며, 사람들은 여유롭다. 시간에 쫓겨 바쁘게 움직이기보다는 천천히 여유롭게 움직인다. 하지만 도쿄는 다르다. 도쿄는 우리나라의 서울과 닮았다. 신호등이 한번 바뀔 때마다 수십 명의 사람이 횡단보도를 건너고, 이들의 발걸음은 분주하다. 마음에 여유가 부족하다보니 양심을 살짝 내려놓고 거리에 쓰레기를 버리는 것이 아닐까.

공공미술, 지역 재개발사업과 연계

숙소에 짐을 놔두고 취재진은 신주쿠 역을 출발해 전철을 타고 40분 정도 걸려 다치카와(立川) 역에 도착했다. 다치카와 시는 도쿄도 서부에 위치한 도시다. 다치카와는 일본의 작은 도시 중 하나지만, 이미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특히 예술가나 문화·예술과 관련해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많이 찾는다.

다치카와는 사람 중심의 도시재정비의 하나로 공공미술을 지역 재개발 사업과 연계해 도입했다. 윤장현 광주시장이 올해 취임하면서 사람 중심의 고통체계를 만들겠다고 했는데 도심재정비도 그렇게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994년 지역 명소 만들기에 성공한 다치카와 공공미술프로젝트는 ‘도시와 예술’이라는 두 개의 요소를 효과적으로 접목하여 파레 다치카와 지역에 대해 ‘놀라움과 발전이 있는 거리 만들기’를 실현했다.

‘파레 다치카와’는 미군기지가 철수하면서 아무것도 없는 곳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새롭게 조성한 상업 및 업무지구의 이름이다. 이 도시를 재개발하는데 총 10억 엔의 사업비가 들어갔으며, 그 중 0.3%가 공공미술 조성비로 사용됐다.

다치카와 역의 출구로 나오면 머리 위로 빨간색 거대한 조형물이 버티고 있다. 앞으로 이어진 육교를 건너다보면 오른쪽으로 역 앞 광장이 보인다. 광장에는 시계탑이 하나 있고 그 위에는 은빛 새들이 노닐고 있다. 육교 끝자락에 닿으면 사람인 듯 사람 같지 않은 한 조각 작품이 양쪽으로 갈라지는 사람들을 배웅한다.

도로변 때로는 빌딩 사이 구석진 곳에도

육교를 내려가 잠깐 걸었는데 건너편에 비둘기를 손에 데리고 있는 한 가족이 보였다. 청동으로 만들어진 이 작품 아래에서 할머니 한분이 앉아 책을 읽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연속해서 이어지는 작품들이 거리의 구석구석에 위치하고 있었다.

육교로 오르는 계단 아래엔 입체적이고 추상적으로 표현한 노란색 자전거가 있었고, 좁은 샛길로 들어서면 세네갈 작가가 자기 부족을 표현한 조각상이 있다. 한 빌딩의 경우 차들이 출입하는 주차장 입구 옆으로 둘러친 기다란 벽에는 벽을 따라 일본어와 영어로 ‘글자의 가치라는 것은 읽는 사람이 어떻게 읽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의미를 담은 글이 새겨져 있었다.

이렇게 다치카와 역 주변에는 109개의 공공미술작품이 몰려 있다. 도쿄 신주쿠와는 달리 다치카와는 거리가 깨끗했다. 취재진의 안내를 맡은 이맹 씨는 통역을 맡은 마성웅 씨에게 뭐라고 말을 한다. 그녀는 “이곳이 시골이라는 증거”라며 “이곳만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다치카와 역 근처에 상가가 집중되어 있고 미군기지가 있다가 철수했기 때문에 공공미술과 도시재개발을 연계시킬 수 있었다는 것이다. 또한 이 공공미술작품들은 설치할 곳을 미리 정해놓고 공모를 통해 작가를 뽑아 진행됐다.

광주, 공연장 밖의 문화에 관심 기울여야

우리나라도 현장성과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 공공미술을 확대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광주에는 폴리가 있지만 현장성이 떨어지고 문화도시이지만 그렇게 느껴지지 않는다. 지난달말 동아시아문화도시 3개국 폐막행사가 있었다. 하지만 공연장 안에서만 문화도시를 느낄게 아니라 공연장 밖의 문화를 더욱 키워야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

20년전에 ‘파레 다치카와’를 만든 장본인인 기타가와 후람(北川フラム) ‘ART Front Gallery’대표와 인터뷰를 할 수 있었다. 전화로 약속을 한 터라 시간에 맞춰 다이칸야마(代宮山)의 갤러리로 찾아갔다.
도시 곳곳에 공공미술이 자리하고 있는데, 주민들의 협조는 어떻게 이끌어 낼 수 있었냐고 물었다. 기타가와 대표는 “컨셉이 확실히 정해져 있고, 주민들의 참여를 통해 주민들에게 도움 되는 일이라고 적극적으로 설득했다”며 “하지만 부딪히는 문제가 많았다. 주민의견을 다 듣고 정중하게 하나하나 모두 설명했다”고 당시의 어려움을 설명했다.
또 “처음엔 시 의원들 전원이 반대했다. 과연 이 사업이 주민들에게 어떤 이득을 가져다 줄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것이었다”며 “지금은 이곳을 먹여 살리는 것이 공공미술이다”고 강조했다.

작가를 선정하는 기준이나, 현장성·스토리·작가 콘셉트 등 작품의 어떤 점에 비중을 뒀냐고 물었다. 그는 “선별기준은 딱히 없고 독단적으로 정했다. 다양성을 중요하게 생각했다”며 “이것은(다치카와의 공공미술) 재미있어야 하고,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작가들도 모두 톱 레벨로 선정했다”고 말했다.

또한 미군철수지역에 대한 활용계획은 처음엔 시가 아니라 정부에서 주도했다며, 현재 작품들을 고치거나 관리하는 것은 시에서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기타가와 후람, 광주만의 색깔 필요해

광주의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한 행정적 노하우 등 조언을 해달라고 하자 “그쪽(광주)의 상황을 확실히 몰라 아무 말도 못하겠다. 공공미술은 지역의 상황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성공모델을 똑같이 광주에 가져간다 해도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고 못 박았다.

그는 취재진이 들렀던 에치코쓰마리 트리엔날레의 총감독도 하고 있다. 대지의 예술제 기획은 놀라웠다. 취재진이 그곳에 들러 작품을 보고 파레다치카와 작품도 꼼꼼하게 보았다고 말했다. 존경의 말을 건넸다.

에치코쓰마리는 어떻게 진행하느냐고 물었다. 그 트리엔날레는 불과 50억원으로 진행되는 세계적인 행사였기 때문이다.
작가들에게 작품을 의뢰하고, 가격문제에 대한 논의는 어떻게 진행되느냐고 묻자, “제시는 다 이쪽에서 한다. 싫다면 어쩔 수 없이 다른 작가를 찾는다”며 “하지만 참여하는 자체만으로 명예이기 때문에 작가들 대부분이 참여한다. 돈 때문에 하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덧붙여 “총괄하는 사람의 기량에 따라 성공여부가 달렸다”고 강조했다. 그의 말 하나하나에 높은 자부심이 엿보였다.

다치카와의 수많은 작품들을 돌아보느라 발에 물집이 잡힐 정도였다. 지친 몸을 이끌고 숙소가 있는 신주쿠 역에 도착했다. 한 우익단체가 신주쿠 역 앞 도로 한 차선을 점거하고 일본 종군 위안부는 조작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었다. 잠깐 들른 화장실은 청결하지도, 쾌적하지도 않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