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의 진보정치 이제 부활을 시작해야
광주의 진보정치 이제 부활을 시작해야
  • 김영집 지역미래연구원 원장
  • 승인 2014.10.23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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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집 지역미래연구원 원장

얼마 전 한 모임에서 서울에서 광주에 온 한 시민운동가가 ‘요새 광주는 잘 돌아 갑니까?’라고 물었다. 참석자 중에 잘되고 있다는 사람은 극소수에 지나지 않고 대부분 우려가 많았다. 그는 광주가 민주화의 선구적인 역할을 해왔는데, 나라의 앞날이 걱정된다며 한숨을 지었다.
광주비엔날레 특별전에서 ‘세월오월’ 전시취소는 광주정신과 시민시장을 내건 광주시의 압력에 의해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충격적 논란거리였다. 최근 국정감사에서는 광주시가 간섭과 압력을 했다는 증거가 드러나기도 했다. 진보를 지향하는 시민시장 체제라면 파격적으로 수용하거나 시민예술계와의 적극적인 소통과 합의로 색다른 해결책을 내놓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광주정치의 보수 기득권화도 끊임없이 제기되는 문제다. 지난 지방선거 때 광주국회의원 5명이 집단으로 시장선거에 불공정 개입했고, 중앙당의 일방적 전략공천도 광주의 민주주의를 심각하게 훼손했다.
이런 일은 또다시 7.30 국회의원 보궐선거에도 이어져 중앙당과 지역국회의원들이 연계하여 전략공천이라는 공천파행으로 이어졌다. 이런 일은 절대적 힘을 가진 DJ때도 없는 일이었다. 광주가 치욕을 당했다는 비판이 자자했다.
여기에 지난 8월 세월호 유가족과 시민들의 특별법제정을 위한 죽음의 단식과 투쟁에도 불구하고 새정치연합 국회의원 15명이 장외투쟁을 반대하는 성명서를 내 진보적인 정당과 시민단체로부터 무늬만 야당이지 여당 성향 의원들이라고 공분을 샀다. 15명중 호남의원이 9명이고 광주 출신의원이 3명이나 되었다.
지난 6.4 지방선거에서 통합진보당 정의당 노동당 녹색당 등 진보당 출신의 광주광역시의원은 비례대표 1석 외에 단 1명도 지역구에서 당선되지 못했다. 구의원도 9명만 당선된 데다 단 1명의 구비례 대표도 만들지 못해 그 전에 비해 진보정당의 당선과 지지율도 매우 떨어진 결과였다. 여기에는 물론 진보의 분열과 무능, 오만이 한 원인이 됐다.
광주에서 진보정치가 사라져 가고 있는듯하다. 보수화된 지역 국회의원들, 기득권화된 정당과 지방의원 선출시스템, 개혁적인 정치주체세력 부재와 민주진보 시민운동의 약화 등은 단순한 현상이 아니라 실제로 광주와 호남 진보정치위기의 원인들이다.
그러나 도처에서 시민들은 변화를 갈망하고 있다. 기득권질서의 타파를 원하고 있다. 보다 광주답고, 강력하며, 세련된 진정한 개혁적 진보정치를 희망하고 있다. 겉으론 잔잔한 바다처럼 보이나 물밑에선 소용돌이치며 거대한 파도를 예비하는 민중의 바다가 아닐까. 꿈틀거림을 발견한다.
최근 광주의 민청세대를 비롯한 민주운동세력들이 자성을 하며 더 이상 광주를 이 지경으로 놔두지 말자며 전선을 형성하려한다는 소식이 반갑다. <나:들> 창립 등 새로운 패러다임을 추구하는 진보적 청년세대의 결집도 기대가 크다. 기득권 정치를 타파하려는 여기저기의 정치적 포럼과 결사의 움직임들도 희망을 갖게 한다. 풀뿌리로 번지는 세월호 촛불운동과 마을운동과 사회적 경제조직의 확산들도 바닥으로부터 저력을 형성할 것이다.
광주에 진보가 사라진다는 것은 어울리지도 않으며 불행한 일이다. 민주진보세력들의 바닥으로부터의 작은 실천과 서로를 포용하는 연대가 요청되고 있다. 광주의 변화, 광주의 진보정치 이제 또 다른 부활을 시작하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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