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코하마트리엔날레, 문화와 관광자원 연계
요코하마트리엔날레, 문화와 관광자원 연계
  • 일본 요코하마=정인서 권준환 기자
  • 승인 2014.10.23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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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크아트에서는 ‘동아시아의 꿈’도 함께 열려
호아시, “광주, 시민과 정책 따로 논다는 느낌 들어”
▲ 요코하마트리엔날레2014 포스터

요코하마의 거리는 활기차 보였다. 항구가 있는 요코하마엔 큰 유람선이 정박해 있고 도심의 공원 곳곳마다 다양한 축제가 벌어지고 있었다. 인도음식축제, 국제NPO나눔축제, 독일맥주축제 등을 볼 수 있었고 특히 주말인 탓에 시민들까지 도시락을 싸들고 나와 공원에서 먹는 풍경도 보였다.
지난 3월 다소 날씨가 쌀쌀했던 때와는 다르게 10월의 요코하마는 풍성함이 가득했다. 햇빛도 전형적인 가을 날씨처럼 따사롭게 비쳤다. 트리엔날레가 열리는 요코하마시립미술관까지 꽤 거리가 멀었지만 걷기로 했다.
숙소에서부터 차이나타운을 거쳐 1900년대 초의 이국정서가 남아있는 서구 근대주택 밀집지역인 야마테 지역과 항구 요코하마마린타워 등 요코하마의 원초적 풍경이 살아있는 야마시타공원, 가나가와 현청 등 잭과 퀸, 킹의 탑을 지나 빨간 벽돌의 미술관 아카렌가소고, 요코하마랜드마크타워 등 3시간여를 걸은 끝에 우선 뱅크아트1929에 도착했다.
이곳으로 오던 중 요코하마창조도시센터에서는 요코하마에서 만나는 아시아 창조담당자라는 주제로 ‘Find Asia' 등 다양한 미술 관련 전시와 행사가 열리고 있고 그 밖에 국제적인 음악축제 등이 열리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

▲ 동아시아의 꿈 전시인 속조선통신사
새롭게 해석한 조선통신사의 길

요코하마의 공공미술 취재를 위해 10월 18일 요코하마시 동아시아문화도시 담당 무라카미 하루미(村上 溫美)가 소개한 뱅크아트1929 대표인 이케다 오사무(池田 修)와 인터뷰 약속이 잡혀 있었다. 지난 8월 1일부터 11월 3일까지 열리는 요코하마트리엔날레와 함께 이곳에서는 같은 기간 중에 뱅크아트1929의 네 번째 프로젝트인 ‘동아시아의 꿈’이 진행 중이었다.
한국과 일본, 중국 작가들이 참여하는 3개의 프로젝트는 100인의 선생님 등 강좌가 진행되는 뱅크아트 스튜디오 NYK와 에도 시대의 조선통신사를 기초로 하면서 일본과 한국의 대안공간의 새로운 구축을 시도하는 속·조선통신사, 도시 안의 잊혀져가는 공간에 아트를 개입시킨 랜드마크 프로젝트Ⅴ 등이었다.
지난 3월에 이어 두 번째 인사를 나눈 이케다 대표는 더욱 친근한 인사를 나눴다. <시민의소리>에 보도한 ‘동아시아문화도시’ 기획물 가운데 이케다씨의 인터뷰가 나온 신문을 전해줬더니 반갑게 웃으며 “매우 고맙다”고 말했다.

▲ 이케다 오사무(池田 修) 뱅크아트1929 대표
이케다씨는 “뱅크아트1929는 도심부의 역사적 건축물 등을 문화예술에 활용하여 도심부 재생의 기점으로 요코하마시가 추진하는 창조도시사업의 선도프로젝트이다”면서 “그렇다고 요코하마의 모든 시민들이 이러한 예술프로젝트에 참여하기보다는 전문가들이 먼저 진행하고 시민들이 자연스럽게 동화될 수 있도록 장기적으로 추진하는 과정에 있다”고 말했다.
이케다씨는 요코하마의 공공미술이 시민에게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가라는 질문에는 “당장의 영향을 기대하기보다는 개항, 지진, 전쟁이라는 도시의 경험으로 겪어온 요코하마가 이러한 일련의 사건을 정면으로 받아들이며 시민의 자긍심으로 싹 트기 시작하고 있는데 여기에 우리가 창조도시 프로젝트의 한 영역을 담당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1층부터 3층까지 전시된 작품들을 일일이 소개해 주었다. 특히 1층에 전시된 ‘속·조선통신사’는 과거의 길을 현대적으로 새롭게 해석하여 전시와 영상물을 보여주었다. 한국에서 운반된 거대한 악기와 레지던스를 거쳐 제작된 악기와 인형이 요코하마 거리를 거닐고 무국적음악의 일본팀 ‘SUNDRUM'이 함께 하는 작품이었다.

기억을 불태우는 마음 여행 떠나

우리 일행은 무라카미의 안내로 요코하마 트리엔날레가 열리는 시립미술관으로 향했다. 그곳에서는 트리엔날레 담당 세토 히로미(瀬戸 洋美)씨와 만나 전시작품 등을 살폈다.

▲ 무라카미 하루미(村上 溫美) 요코하마시 동아시아문화도시 담당
요코하마 트리엔날레 2014의 주제는 ‘화씨 451의 예술:세계의 중심에는 망각의 바다가 있다’였고 총감독은 모리무라 야스마사(森村 泰昌)이었다. 트리엔날레 누리집 (www.yokohamatriennale.jp) 한국어 설명을 보면 “요코하마 트리엔날레 2014가 목표로 하는 것은 예술적인 모험의 가능성을 믿는 모든 사람들, 그리고 대담한 세계관을 갖기 원하는 모든 이들과 함께 ‘예술'이라는 이름의 배에 올라타고 ‘망각'이라는 이름의 대양으로 모험의 여행을 떠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화씨 451의 예술>이라는 주제는 레이 브래드버리(Ray Bradbury)의 과학 소설 <화씨 451>에서 유래한다. 책을 불태우는 행위, 이른바 분서를 테마로 하는 이 소설은 책을 읽는 것도 소지하는 것도 금지된 근미래 사회가 배경이다. 광주비엔날레가 ‘터전을 불태우라’는 의미와 어떤 면에서는 상통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요코하마의 트리엔날레는 모두 11가지의 이야기로 꾸며졌다. 제1화 침묵과 속삭임의 여행으로부터 시작하여 제11화 망각의 바다에서 표류하다는 이야기는 말하지 않는 것, 말해서는 안 되는 것, 말할 수 없는 것. 보이지 않는 것, 봐서는 안 된다고 하는 것. 너무도 사소한 일,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행위, 그리고 이러한 기억의 세계에 들어갈 값어치도 없다고 판단되는 무수한, 기억되지 못한 기억들에게 시선을 돌리는 여행. 마음 전달력을 기르는 마음의 여행 이야기라고 했다.
취재진은 무라카미에게 “트리엔날레 전시작품의 실험성이 좀 떨어진 감이 있다”고 말했더니 나중에 인터뷰할 트리엔날레 사무국장에게 기자의 느낌을 사실대로 말하라고 했다. 정말이냐고 되물었더니 “여러 사람의 다른 견해를 들어야 더 좋은 발전방안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자신이 가진 강점 찾아야”

10월 19일 만난 요코하마트리엔날레 호아시 아키(帆足 亞紀) 사무국장에게 “개인적 느낌은 작품규모가 실험성 높은 규모로 나왔어야 하지 않냐는 생각이다. 너무 평면적이어서 실험성이 약하다. 부산 비엔날레와 수준이 비슷한 것 같다.”고 터놓고 말했다.

▲ 요코하마트리엔날레 호아시 아키(帆足 亞紀) 사무국장
호아시 국장은 “부산과 광주에 대해 관심이 많아 연구를 많이 했다. 광주비엔날레는 1995년 시작했고, 광주 민주화운동과 연결되기 때문에 특수한 상황이다. 광주는 민주화운동이 기본 바탕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요코하마와는 다르다. 민주화와 예술이 양립화 한 것이라고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그녀는 “광주비엔날레는 별도의 재단과 전시관이 있어 전문적으로 하고 있는 반면 부산은 예술가들이 모여서 하는 통합적인 예술제”라면서 “요코하마는 두 가지를 모두 가지고 있다. 상업도시이기 때문에 부산비엔날레와 성격이 좀 더 가깝다. 요코하마는 원래 창조도시라는 계획 때문에 예술가들이 흘러들어오고 있다.”며 차이점을 말했다.
취재진은 “요코하마가 문화도시를 지향하는 네트워크가 잘 돼있는 것은 부럽다.”고 말했더니 호아시 국장은 “광주시도 부럽다. 요코하마에서는 문화도시라는 계획을 연속적으로 해오고 있다. 광주의 예술 발신성은 훌륭하나 다만 시민과 정책이 따로 논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실제로 요코하마도 고민하고 있는 것은 똑같다.”고 덧붙였다.
특히 “요코하마는 문화와 관광자원을 연계시키려 하고 있다. 지금도 실패를 많이 하고 있고, 더 좋게 하려고 공부하고 있다. 남이 가진 좋은 것만 볼 것이 아니라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강점을 더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한국작가 작품이 트리엔날레 상징

시립미술관에서 나머지 다른 작품을 본 이후에는 신항부두에 있는 신코피어(新港ピア) 전시관에서 미디어와 설치작품 등을 볼 수 있었다. 무라카미와 세토는 취재진에게 전시작품을 모두 불 수 있도록 시간을 내주고 배려해주었다.
이번 요코하마트리엔날레 책자와 포스터 등의 전시작품의 상징이 된 검정 쓰레기봉투로 만든 ‘Bearlike Construction-629’을 찍자고 했더니 10일 전에 예약해야 가능하다고 했다. 할 수 없이 사진파일을 보내달라고 요청하고 나중에 자료를 확인했더니 놀랍게도 한국 작가 김홍석의 작품이었다.

▲ 호아시 아키 사무국장과 취재진(왼쪽 권준환 기자, 오른쪽 정인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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