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인의 파리문화기행 4- 빵집(Boulangerie)
정대인의 파리문화기행 4- 빵집(Boulangerie)
  • 정대인 전 산타페예술대 교수
  • 승인 2014.10.18 17: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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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대인 A smoking woman 아이패드 2014

미국에서 살 때 처음 가는 식당에서 외식을 하게 되면 꼭 옐프(elf)같은 곳에서 리뷰를 확인하고 갔다. 나름 국제적인 입맛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아무래도 우리 입맛과 크게 차이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으므로 사전조사를 해야 안심이 됐다.

서양에서는 각 나라의 음식점은 그 곳 출신 이민자들이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우리가 알고 있는 요리들도 맛이 보통 진하고 향이 강하기 마련이다. 

파리에 와서 먼저 맛있는 빵이 먹고 싶었다. 습관처럼 인터넷 검색을 해보았지만, 내가 있는 동네는 관광지가 아니라서 그런지 리뷰가 많지 않았다. 그렇지만 그런 것은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곧 깨달았다. 지금까지 가본 모든 빵집의 모든 빵이 다 맛있었다.

그리고, 근처에서 빵집을 찾는 것은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마치 한국에서 핸드폰 가게가 사방에 있는 것 마냥 파리에는 골목이 만나는 곳마다 빵집이 있었다. 가격도 부담스럽지 않다. 빵집 사진에서 보는 푸짐한 빵이 6유로가 채 되지 않는다.

미국의 길은 자로 재놓은 것처럼 격자형으로 되어있지만, 파리의 길은 방사형 길이 많다. 그렇게 여러 갈래의 길이 만나는 곳에는 어김없이 작은 광장과 빵집, 그리고 큰 길을 향해 테이블을 내어놓은 카페가 있다. 그리고 또 어김없이 담배를 피면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는 동네 아저씨 몇몇. 

그래서 이제는 리뷰 걱정 없이 눈앞에 보이는 빵집에 들어가게 되었다. 그리고 인터넷에 올라오는 리뷰에 항상 의존할 수만은 없다. 내가 가는 빵집에 지역 주민이 올려놓았을 거라고 추측되는 리뷰를 하나 소개한다: 

"동네에서 최고 빵집 중 하나. 맛있는 빵, 오리지널하고 특별한 빵. 가게도 예쁘다. 유일하게 거슬리는 점이 하나 있다면 (그래서 별 2개를 제한다!) 최근 자동 거스름돈 기계를 설치했다는 것이다. 난 아직 한번도 이런 걸 보거나 테스트해본 적이 없다. 난 이 기계가 말도 안된다고 생각한다. 무슨 생각으로 이렇게 작은 동네 빵집에 이런걸 갖다놓을 생각을 한걸까. 사장은 테크노 빵집을 만드는데 앞장서고 싶기라도 한걸까? 이건 실패다!

이 시스템은 무용지물이다. 이곳이 커다란 빵집이라면 이해해 줄만 하겠다. 뭐 이런 기계가 다 있지.

빵집 사장님, 점원이 따뜻한 손길로 건네주는 거스름돈을 대신할 수 있는 것은 없답니다.

다음 번에는, 입구에 로보캅이 있지는 않을까 걱정이다." 

나도 자판기마냥 거스름돈이 나오는 이 기계가 신기하긴 했다. 그래서 그냥 잔돈 세는 걸 엄청 귀찮아하는구나 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다. 그리고 글을 올린 사람이 인간적인 대접을 기대하는 것도 이해는 된다. 어쨌든 단지 이 편리한 기계 때문에 이 가게는 별 5개 만점에 3개를 받아야만 했다.

/전 미국 산타페예술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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