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꾸눈’이 된 광대의 세상 바라보기
‘애꾸눈’이 된 광대의 세상 바라보기
  • 김다이 기자
  • 승인 2014.10.14 21: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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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극 애꾸눈 광대, 대구·안산·일본 순회공연 떠나

▲1인극 애꾸눈 광대의 주인공 이세상씨
“잘 가시오. 5월 영령들~ 잘 가시오~ 5.18의 한과 응어리를 풀어주기 위해 저도 무언가 해야 하지 않겠나 싶었습니다.”

애꾸눈 광대. 그의 이름은 이세상(본명 이지현)이다. 29세 나이에 80년 5.18을 온몸으로 겪은 그는 30여년이 지난 지금 우스꽝스러운 광대 옷을 입고 무대 위에서 관중들을 눈물짓게 만든다.

80년 5월을 소재로 그의 자전적 삶을 다룬 1인극 ‘애꾸눈 광대’는 때로는 객석을 온통 웃음바다로 만들고, 때로는 눈물바다로 만들어 배우의 가족사와 5월을 겪었던 광주시민들의 힘든 삶의 이야기를 한다.

빛고을아트스페이스에서 지난 5월부터 시작해 매달 2회 상설공연으로 10회 공연을 마무리한 종합예술인 이세상씨를 동구 지역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매번 무대 위에서 광대 의상을 입은 모습을 봐왔던 터라 정장을 입은 모습은 새로웠다. 큰 키에 말끔하게 차려입은 모습은 누가 봐도 중후한 신사의 모습이었다.

그가 애꾸눈 광대 공연을 하는 이유는 “잃어버린 5월의 공동체 의식을 회복하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지난 2010년부터 본격적으로 연극을 시작하게 된 그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남다른 끼를 지니고 있었다. 이 씨는 “처음 공연을 시작했을 때를 떠올려보니 초등학교를 다니던 시절 ‘토끼와 거북이’로 처음 연기를 시작했다”며 “야구부가 있는 광주상고(현 동성고)를 다녀 서울에서 응원단장을 하고 지냈다”고 말했다.

그러다 80년 5.18을 겪으면서 그의 삶은 180도 바뀌게 됐다. 너무 힘들었다. 그는 당시 도청에서 시신수습, 상황정리 등을 하던 도중 계엄군에 의해 한쪽 눈을 잃게 됐다. 그가 실제 겪은 이야기를 소재로 5월의 설움을 이야기 한다.

이 씨는 “그래도 27일에 끝까지 도청에 남아있던 사람들을 생각하면 아직도 너무 미안하고, 부채의식이 남아있다”며 “5.18로 한쪽 눈은 잃었지만 양쪽 눈을 잃은 분, 유골도 찾지 못하고 있는 분들에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고, 한눈으로 세상을 똑바로 보고 살아라는 의미지 않은가 싶다”고 털어놨다.

또한 그는 80년 이후 5.18부상자동지회 초대회장을 맡으면서 5월 진상규명과 민주화를 위해 온몸을 내던지면서 살아왔다. 그래서 가정에 소홀할 수밖에 없었고, 아들은 가출을 하고 제대로 된 가정을 이끌어가지 못했다.

이후 그는 2010년 5월 품바를 시작하게 됐다. 80년 5.18이 발생하고 30년만이다. 애꾸는 광대는 2011년 처음 선보였다. 이 씨는 “5.18이후 30년이 지나고, 강·산이 3번이나 바뀌었을 시간에 결국 변한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느껴지면서 공허함을 느꼈다”며 “관객 수가 얼마 없어도 광주에 가면 5월 소재로 이런 상설공연이 있더라 알리고 싶었다”고 말한다.

연극 내용에 대해 그는 “공연 줄거리가 어떻게 보면 부끄러운 나의 가족사지만, 5.18을 겪은 모든 광주사람들은 똑같은 애환이 있고 슬픔이 있다”며 “나의 가정만 이야기 하는 게 아니라 5월을 겪었던 사람들의 힘든 삶의 이야기도 위로하는 것이다”고 설명한다.

그렇게 이 씨의 인생은 세 갈래의 삶으로 나뉘게 됐다. 제1의 삶은 80년을 겪기 전, 제2의 삶은 80년 5.18을 겪고 공연을 하기 전, 제3의 삶은 공연을 시작이후 현재 살아가는 삶이다.

이세상씨는 이번 광주 10회 상설공연을 끝내고, 11월부터 ‘애꾸눈 광대’ 타지역 공연을 떠난다. 다음 여정은 대구다. 대구 지역은 소위 말해 5.18을 가장 왜곡하는 부분이 많아 제대로 알리기 위해서라고 한다. 또한 12월에는 안산으로 떠난다. 지난 4월 16일 세월호 사고로 어린 자식을 잃은 유가족들을 5월의 정신으로 보듬어주기 위해서다.

애꾸눈 광대 공연은 바다를 건너 일본에서도 열릴 예정이다. 그는 “내년 1월 예정인 일본 공연에서 한국어로 공연을 하지만 일본어 자막을 선보일 예정이다”며 “제일교포 학생들에게 5.18의 역사도 알리고, 한국인의 자긍심을 심어주고자 한다”고 말한다.

그의 1인극은 매년 추가되거나 달라지는 줄거리가 있다. 앞으로 그는 “끊임없이 시대적 상황에 따라 변하지 않으면 안된다”며 “5월의 아픔은 다시는 악순환으로 되풀이 되지 않아야 할 역사이고, 잃어버린 5월 공동체 의식을 되찾아야 한다”고 80년 5월을 되돌아 봤다.

이세상씨의 ‘애꾸눈 광대’는 80년 5월 항쟁의 현장에서 계엄군에 의해 한쪽 눈을 잃은 주인공이 이후 살아남은 자의 부채의식을 짊어지고, 5월 진상규명운동과 민주화를 위해 온몸을 내던지면서 가정은 파탄 나고, 가출한 아들을 찾아 광대가 되어 전국을 떠돈다는 내용이다.

한편 광주문화재단은 5월 정신의 전국화와 광주 공연콘텐츠를 통한 지역교류의 하나로 대구 기획공연을 추진했다. 대구 문화예술사회적 기업 ‘꿈꾸는시어터’와 공동기획으로 오는 11월 27~29일까지 3일간 대구 소극장 ‘꿈꾸는시어터’ 에서 3회 공연을 올린다.

이후 12월 20일 안산공연을 통해 광주정신으로 세월호의 아픔을 치유하는 데 기여할 예정이며, 내년 1월 21~22일 일본 오사카 공연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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