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광희, 시선 압도하는 '먹을 쌓다'
정광희, 시선 압도하는 '먹을 쌓다'
  • 정인서 기자
  • 승인 2014.10.09 14: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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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립미술관 청년작가 초대전 11월 9일까지

먹을 갈다. 이유는 붓으로 글씨를 쓰거나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이다. 한지나 화선지에 붓놀림을 하던 모습이 떠오른다.
그런데 이번에는 먹을 쌓다. 먹을 갈기 위해 사전에 쌓아놓은 것이 아니다. 먹으로 장지에 그리고 대나무에 바르고 그리고 마지막에는 철판에 드로잉 작업까지 했는데 이 때 철판은 먹을 대신했다.
광주시립미술관 상록전시관 1층 전시장 한 중앙에는 300개의 대나무가 천정으로 매달려 바닥에 닿을 듯 말듯 하며 도열하듯 줄 서있다. 마치 대숲을 연상케 한다.

광주시립미술관이 매년 1명의 청년작가를 선정하여 마련한 청년작가 초대전에 선보인 작품이다. 정광희 작가의 ‘먹을 쌓다’전은 지난 4일부터 오는 11월9일까지 열린다.
그는 호남대 미술대학에서 서예를 전공했고, 중앙대 예술대학원에서는 한국화를 전공했다. 독특한 시선의 수묵 추상작업으로 늘 주목받아 왔다. 일단 그는 대형 작품으로 보는 이의 시선을 압도부터 한다. 그리고 작업 현장에서 서예의 정신과 미학을 현대적 추상작품으로 담아내는 작업을 한다.

정광희의 작업방식 또한 독특하다. 작업의 바탕이 되는 화면은 한 장의 장지가 아니라 일일이 네모지게 접어 붙인 1cm 내외로 고서 모양의 인쇄된 쪽면들을 연결하여 만든다. 그리고는 백지 위에 한 획을 그려내듯이 쪽면의 증식으로 만들어진 화면에 거대한 한 획을 긋는다.
황유정 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는 “정광희 작업의 세 가지 키워드는 ‘한국의 정신성’, ‘비움과 채움’, ‘단순함’ 이다”고 했다. 어렸을 때부터 축적된 분청사기의 미감은 작업방식에 접목되어졌으며 내면의 에너지를 결집해 그은 한 획, 한 점은 모든 사물과 자연을 단순화시키고 최소화시킨 것이라는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230개의 패널로 연결된 <인생 5‧18>, <점>시리즈, <인식으로부터의 자유>, <아는 것 잊어버리기>, <생각이 대상을 벗어나다> 등 대표작품 외에도 대나무 설치작업, 철판작업 등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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