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인의 파리문화기행(3)-실루엣 페스티벌이 열리는 공원에서
정대인의 파리문화기행(3)-실루엣 페스티벌이 열리는 공원에서
  • 정대인 전 미국 산타페예술대 교수
  • 승인 2014.10.09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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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인, Parc de la Butte du Chapeau Rouge, 아이패드 작업, 2014.

파리 시에서는 “파리에서 무엇을 할까?”라는 웹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나와 같은 여행객들이 다양한 전시회, 행사 등을 찾아볼 수 있는 곳이다. 무료 행사도 잘 표시해놓았다. 아, 물론 불어로만 되어있다.
구글 번역기의 도움을 받아 검색해본 결과, 파리에서는 지금 실루엣 페스티벌이라는 야외 음악, 영화제가 펼쳐지고 있다. 마침, 장소도 19구에 있는 한 공원.
공원에서 가까운 메트로 역은 황량한 느낌이었다. 역에서 내리는 사람은 우리 말고는 레게 머리를 하고, 청바지를 엉덩이에 반쯤 걸친 젊은 남자뿐이었다. 이 친구 역시 페스티벌에 가는 게 분명해보였다.

썰렁한 길을 몇 블록 따라가니 음악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하늘은 살짝 흐리고, 기온은 적당히 서늘했다. 아담한 공원 잔디밭에는 사람들이 삼삼오오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다들 돗자리, 소풍 바구니, 와인을 들고 와서 한가롭게 저녁 시간을 즐기는 풍경이었다. 우리 앞에 앉은 가족은 지나가는 사람들마다 인사를 주고받는 것이 지역 주민인 듯 했다.

곧이어 젊은 남성 뮤지션이 무대에 올라 노래와 연주를 시작했다. 잔잔한 키보드 소리로 시작된 곡은 몽롱한 분위기였다. 라디오헤드(Radiohead)의 톰요크 (Thomas Edward Yorke)의 목소리와도 비슷했다. 공원의 공기를 감싸 안은 느린 템포의 키보드 소리에 사람들의 수다 소리가 겹쳐지는 신비로운 느낌이 좋았다.
그렇게 몽롱하고 주술적인 음악 때문이었을까, 단지 우리가 피곤했기 때문일까. 저절로 눈이 감긴 우리는 그렇게 몇 곡을 경청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다음날은 시내에 있는 한 백화점으로 갔다. 쁘렝땅 백화점 옥상에는 전망 좋은 카페가 있다. 예전에는 이렇게 좋은 곳이 있는 줄 전혀 몰랐다. 쇼핑을 다녀본 적이 없으니 알 턱이 있나.
북쪽으로는 몽마르트 언덕과 사크레쾨르 성당, 서쪽으로는 에펠탑과 라데팡스, 남쪽으로는 몽파르나스 타워까지 360도 파리의 전경이 아낌없이 펼쳐져있다. 이렇게 보면 파리가 참으로 조그맣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전 미국 산타페예술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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