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 그 뜨거운 현장을 가다
부산국제영화제, 그 뜨거운 현장을 가다
  • 김다이 기자
  • 승인 2014.10.08 16: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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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언론진흥재단, 지역기자 대상 부산국제영화제 현장연수
이용관 위원장, 수하시니 심사위원, 호미 아다자니아 감독 만나

화려한 불빛과 넓은 해변가의 무대. 부산국제영화제가 올해로 19회를 맞이했다.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리는 기간을 전후해 부산은 톱스타 영화배우는 물론 이들을 보기 위해 전국 각지는 물론 일본과 중국 등 아시아팬들이 찾아와 부산은 온통 축제현장이다.

국제적인 관심이 쏟아지는 영화제인 만큼 내년 20주년을 맞이하는 부산국제영화제가 20살 성인의 모습을 어떻게 보여줄지 벌써부터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이번 부산영화제 취재를 위해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영화제 기간 중 6일~8일 2박 3일 일정으로 부산국제영화제 현장연수와 취재를 마련했다./편집자주

영화제 초창기, 여러 지역에서도 움직임

현재 부산국제영화제는 출발 시기, 규모, 예산, 위상 등에서 광주비엔날레와 겉보기에 비슷한 면이 있지만, 현장의 분위기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달랐다. 부산국제영화제의 뜨거운 현장을 둘러보고, 이용관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을 초청해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이용관 집행위원장은 해운대센텀호텔 18층 에메랄드홀을 찾아 30여명의 지역신문기자와 초청 인터뷰시간을 가졌다. 그는 제일 먼저 부산국제영화제 초창기 설립 당시에 대해 말문을 열었다.

부산국제영화제는 1996년 첫 시작을 알렸다. 그 당시 여러 지역에서는 국제영화제를 하려는 움직임이 작게는 5곳, 많게는 10곳이 있었다고 한다.

이용관 집행위원장은 “가장 먼저 영화제를 준비하려고 했던 곳은 광주비엔날레였고 행사 중 한 섹션으로 시작하려고 했다”며 “그러나 광주비엔날레 경우는 비엔날레 자체 행사를 하기에도 바쁜데 국제영화제까지 준비하기엔 장시간이 필요했고, 부산이 가장 먼저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용관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이외 국제영화제를 준비하던 서울에서는 사공이 많았다고 한다. 공공기관이나 민간 기업체 등 서로 잘 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통에 어지러운 분위기가 조성됐다. 그런 찰나에 부산은 아주 발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 집행위원장은 “초창기에는 오늘날의 영화제처럼 화려한 영화제를 꿈꾸지 않았다. 그냥 해변가에서 술을 마시며 영화를 즐기는 축제를 상상했었다”며 “그러나 뚜껑을 열고 보니 18만 5천명이 모였고, 그것이 오늘날 19회까지 이어져 23~24만명이 부산을 찾게 됐다”고 설명했다.

문화예술 불모지, 국제영화제 이끌다

부산국제영화제의 관객수는 전 세계 1~2위를 다투고 있다. 베를린국제영화제, 토론토국제영화제, 부산국제영화제 중 제일 많은 것은 베를린영화제다.

그는 “그 중에서도 토론토는 몇 년동안 공식 집계를 발표하지 않고 있어 부산영화제는 단순히 관객들이 많아 앞서는 것이 아니라 ‘지지도’에서 앞선다고 본다”며 “그만큼 부산에는 문화가 너무 없는 불모지였고, 광주비엔날레의 성공이유도 같은 이유라고 본다. 그 당시에는 워낙 문화축제가 없었다”고 강조했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초창기 멤버가 지금까지 쭉 19년간 지속해오고 있다. 그 멤버 중에 한명이 이용관 집행위원장이다. 그는 익히 알려진 것처럼 김동호 위원장이 없었더라면 지금의 부산국제영화제가 있을 수 없다고 한다.

19년동안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발을 떼지 않았던 이용관 집행위원장은 “힘들었던 적은 매순간이었고, 보람찬 순간도 매순간이었다”며 “여기까지 어떻게 왔나 돌아보면 기억이 잘 나지 않을 정도로 너무 많은 것들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또한 부산국제영화제를 이끌어가는 이들은 언제나 초심을 잃지 말자고 결의한다는 것이다. 어려운 일이 있을때마다 첫 번째는 초심을 생각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청렴’을 지키려고 한다는 것이다. 청렴은 영화제가 존속하는 첫 번째 유산이라고 한다.

문화예술의 검열에 대응하는 자세

세월호 사고로 이슈를 끌었던 ‘다이빙벨’에 대한 내용을 담은 영화도 국제적인 무대에서 첫 상영됐다. 이는 광주비엔날레 20주년 특별전으로 마련했던 홍성담의 걸개그림 ‘세월오월’의 전시가 광주시의 자체검열로 무산된 것과 비교됐다.

분명 걸개그림 ‘세월오월’이 전시됐더라면 국제적인 관심이 쏟아지는 광주비엔날레 무대에 처음으로 오를 수 있는 기회였다.

이 집행위원장은 “다이빙벨에 대한 검열이 있었지만 한달 내내 고민을 했고, 여러 가지 무리수가 있었지만 결론은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해야한다는 것이었다”며 “베이징 영화제의 가장 큰 약점도 ‘검열’이다. 검열이 있는 한 관객과 만날 수도 없고, 대중과의 호흡하고 소통하는데 의미가 사라진다”고 말했다.

걸개그림 사태에 대해 그는 “안타깝다. 이용우 대표이사도 비엔날레가 끝나기 전까지는 그만 두지 말았어야 한다”며 “어쨌든 그 그림은 사태와 관계없이 걸렸어야 했고, 영화제도 그러한 것들을 상영하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다”고 덧붙였다.

또한 문화행사와 관련한 지역성에 대해 “허락받은 공간 안에서 지역예술이 어딨고, 국제예술이 어딨겠냐, 피카소도 지역예술이 아닌가”라며 “지역성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 모든 축제는 지역성이 만나고 소통하는 것이고, 지역성을 가진 사람들이 광주비엔날레 무대에서 서로 만나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한편 광주는 국제적인 행사로 비엔날레도 있지만, 광주국제영화제도 지속해오고 있다. 사실 광주국제영화제는 여러 가지 부족한 부분이 많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규모, 인기몰이만 좇아가는 기타 지역축제

국내에서 열리는 100여개 정도 되는 영화제의 현실에 대해 짚어볼 수 있었다. 그는 “국내영화제가 대부분 아쉬운 것은 ‘규모’를 좇아간다는 것이다”며 “부산도 사실 규모를 좇아왔지만 관객의 수요와 요구가 컸기 때문에 따라가기에 바빴고, 다른 영화제는 스스로가 키우려고 한다”고 꼬집었다.

이 위원장은 “부산은 성장통을 오래 겪어왔고 관객들의 요구에 따라가기 위해 갖은 노력을 했다”며 “다른 축제들은 부산국제영화제를 따라 가려고 한다. 차라리 테마가 있고, 컨셉이 있는 작지만 알찬 영화제로 가야한다”고 제안했다.

앞으로 20회를 맞이하게 될 부산국제영화제에 대해 “20주년은 조용하게 20살이 된 모습을 보여주면서 진짜 성인이 됐습니다 인사하는 것이 컨셉이 될 것 같다”머 “요란하지 않고, 오히려 반성하고 초심을 잃지 않겠다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뉴커런츠부분 심사위원 수하시니 마니라트남(오른쪽)
집행위원장의 초청인터뷰 시간이 끝난 이후 부산국제영화제 뉴커런츠 부분 심사위원인 수하시니 마니라트남와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

수하시니 마니라트남에게서 인도영화와 현실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인도에서는 인기있는 영화가 개봉하는 날이면 새벽부터 줄을 서서 기다린다고 한다. 수하시니는 “인도 영화는 영웅적인, 서사적인 내용을 담고, 가족애, 로맨스, 액션, 복수, 서스펜스 등이 전부 들어있다”며 “이러한 요소들이 다 담겨져 있어야 인도의 대중영화구나 하고 사랑받는다”고 말했다.

인도에서 예술에 대한 검열, 표현의 자유에 대한 이야기도 나눌 수 있었다. 그녀는 “물론 인도에서도 표현의 자유가 철저히 보장되긴 하지만 여타의 기구처럼 심의기구가 있다”며 “한국과 마찬가지로 인도도 민주주의 국가이기 때문에 정치적인 민감한 사항에 대한 제작을 막지는 않지만 호의적이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인도에서 발생하고 있는 그대로 사회모습을 대중들에게 보여주기 제작을 한다는 것이다. 부산을 4번째 방문한 그녀는 한국 사람들의 친절함과 자상함에 대한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영화 '파니를 찾아서'의 감독 호미 아다자니아(오른쪽)
남미 분위기 느껴지는 독창적인 인도영화 ‘주목’

현장 연수에 함께한 일행들은 인도영화에 대한 편견을 한 번에 날려 보낸 남미풍의 새롭고 독창적인 영화 ‘파니를 찾아서’를 감상한 후 호미 아다자니아 감독을 만날 수 있었다.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상영된 인도영화 ‘파니를 찾아서’는 너무 늦게 배달된 편지를 받고 첫사랑을 찾아나선 퍼디와 동네 친구들의 좌충우돌, 슬픔과 기쁨, 사랑이야기를 담아낸 영화다.

희노애락을 담은 이 영화는 인도 고아 지역이 배경이 된다. 이 영화가 편집되고 있을 당시 김동호 위원장은 감독을 찾았고, 남미적인 요소가 있어 신선하다는 점을 높게 평가했다고 한다.

호미 아다자니아 감독은 “고아는 포루투칼의 영향을 받은 곳으로 배경이나 분위기가 관객들에게 남미를 연상시키게 할 수도 있다”며 “어렸을 때부터 남미쪽 작가들의 책과 그림을 봤고 영향을 받긴 했다”고 말했다.

한편 현장연수에 참가한 지역신문 기자들은 부산국제영화제 현장 BIFF 빌리지, 영화의 전당, 벡스코, 아시아필름마켓 현장 등을 다니며 영화제작 준비과정의 시작부터 끝까지 살펴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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