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사람
특별한 사람
  • 문틈 시민기자/시인
  • 승인 2014.10.01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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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는 것은 어느 집이나 비슷하다. 누구누구는 특별한 삶을 사는 것 같지만 지붕들을 뜯어보면 다 거기서 거기다. 물론 평수가 크고 적고 마당이 있고 없고 자동차가 있고 없고의 정도일 뿐 하루 3끼 먹고 등 따숩게 자는 것은 크게 다를 바 없다.
이 사실을 아는 데는 꽤 많은 세월이 걸린다. 고생도 해보아야 하고, 나이도 들 만큼 들어야 깨닫게 되는 세상 이치다. 물론 돈의 차이에 따라 다소 불편도 겪고 산등성이 살기도 하고 엘리베이터가 없기도 하지만 그게 무슨 대수인가. 이 간단한 진실을 아는 데 오래 걸린다는 말이다.

그가 국회의원이든 시장이든 재벌이든 판사든 그들은 일견 다른 삶을 살고 있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권력, 부, 권위가 다른 사람과는 다른 특별한 삶을 가져다주지 않는다. 화장실에 갈 때와 나올 때의 모습은 크게 다르지 않다. 인간의 삶이란 거기서 거기다.
사람 속내를 들여다보면 모두들 삶의 고통을 안고 몸부림치고 있다. 돈이 많으면 많은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그의 직업이 무엇이든 간에 인간은 누구나 고통의 바다에서 헤엄치고 있다. 우리나라 대재벌의 딸이 돈이 없어서 자살했겠는가, 아니면 대그룹의 고위 임원이 돈이 없어서 자살했겠는가.

그들은 우리 같은 범부가 생각할 때는 그렇게 많은 돈이 있으면서 좀 스트레스 받는다면 직장 때려치우고 가진 돈으로 편하게 충분히 여생을 보낼 만 할 텐 데라는 라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그래서 ‘참, 호강에 초 친다’라는 이야기가 부지불식간에 입에서 뛰쳐나온다.
솔로몬의 영화가 한 떨기 들꽃만도 못하다고 성서는 말한다. 새겨들을 만한 한 소식이다. 그런데도 “내가 누군 줄 아느냐?”하고 행세를 부리는 어리석은 국회의원도 있고, ‘책임’을 지겠다고 했던 이는 이제 세월호 유족의 눈물을 닦아줄 생각을 하지 않는 듯하다.
인류의 기나긴 역사에서 문명과 도덕률이 피 흘려 도달해 있는 지점은 인간은 누구나 평등하다는 것이다. 법 앞에서는 물론이거니와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본질적으로 평등하다는 것이다. 지금은 높은 자리에 있는 것 같지만 시간이 흐르면 그도 높은 자리에서 내려와 우리와 같은 자리를 맴 돌며 살게 된다.

누가 누구보다 더 잘 나고 누가 누구보다 못하지 않다. 사람이란 개개인 모두가 누구와 비교해서 우열을 매길 존재가 아니라 유아독존의 전우주적인 존재다. 다시 말하지만 인간은 누구나 동등하게 태어났고, 그러므로 동등하게 대접받아야 한다.
지금 이 나라에는 공포와 증오가 배회하고 있다. 내 편이냐, 네 편이냐로 그 사람과의 관계를 결정한다. 이른바 좌파냐, 우파냐 같은 돼먹지 않은 편 가르기로 친소의 거리를 잰다. 자기와 견해가 다르다고 증오하고, 자기와 견해가 다른 자를 두려워한다. 밤에 잠잘 때 이 나라가 쩍, 쩍, 갈라지는 소리가 내 귓가에 들린다.
엊그제 지인이 내게 말했다. 대리운전기사 사건 뒤에는 어떤 음모가 있다고. 나는 그 사람이 두렵지도 않고, 그 사람에게 증오감도 갖지 않고, 단지 무서웠다. 모든 것을 이렇듯 정치적 음모로 해석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오죽 했으면 유병언이가 죽었다고 정부가 발표해도 우리 온 국민들은 이 정부의 말을 믿지 않았다. 여기엔 정부의 또 다른 음모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참으로 무서운 불신이다.

이러다보니 대통령의 7시간도 국민들은 믿지 못하고 있다. 사실 그 7시간 동안 대통령이 무엇을 했든 시간이 지나면 별 일이 아닐 수도 있다. 대통령의 정말 피치 못할 사정이 있었고 그 사정 때문에 수많은 오해를 감내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 아닌가.
요즘 광주시장의 산하 기관장 인선에 대해 말들이 많다. 시장 스스로 특별한 존재이면서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무슨 문제든 쉽게 풀릴 일이다. 광주시의 앞날을 위해 친소관계보다는 명예로운 선택을 한다면 위대한 지도자로 남을 일이다.
인간은 누구나 평등하고, 따라서 누구나 똑같은 권리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한다면 우리는 모두가 특별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너를, 너는 나를 특별한 사람으로 여길 때 공포와 증오가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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