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라는 장소성과 인재 양성 나서야
‘광주’라는 장소성과 인재 양성 나서야
  • 정인서 편집국장
  • 승인 2014.09.25 11: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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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비엔날레 20년에 대한 소론
▲ 정인서 편집국장

광주비엔날레(光州Biennale)는 올해로 제10회 행사, 만 20년이 된 국제적 행사이다. 선진국의 반열에 들었다는 증표의 하나로 평가되는 비엔날레를 아시아에서는 최초로, 1995년 9월에 개최한 이후다. 지금은 도쿄비엔날레, 상하이비엔날레, 싱가포르비엔날레는 물론 국내에서도 부산비엔날레가 개최되면서 그 위상에 있어 차별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사실 광주비엔날레는 5.18에 대한 보상의 하나로 주어졌다. 명분은 광복50주년과 미술의 해를 기념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광주 5․18정신을 세계에 널리 알리고 예향광주의 전통을 발전적으로 계승하며 새로운 한국의 문화적 가치로 승화시킨다는 것이었다. 지난 20년을 되돌아보고 이러한 가치 승화가 제대로 이루어졌는지 되돌아볼 때다.

일반적으로 비엔날레는 모더니즘 시기의 미술관처럼 새로운 문화담론을 생산하고 실험적인 미술을 수용, 평가하는 중요한 공간이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 그렇다 하더라도 지역적 가치의 본질을 외면하고는 그 명분은 사라진다. 기본 개념에만 충실하다면 그것은 그렇고 그런 또 하나의 비엔날레로 끝날 뿐 차별성을 찾을 수 없다.
이러한 문제점에 대해서는 그동안 수차례 지적한 바 있다. 우리 고유의 비엔날레 문화를 창출하겠다는 의지를 담아내기 위해 전남대 장석원 교수와 경원대 윤범모 교수가 기초하고 임염방 조직위원장이 작성한 광주비엔날레 선언문이 채택되기도 했지만 정말 그것은 ‘선언’에만 그치고 있는 것 같다는 인상이 짙게 드리워진다.

문화는 소비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이를 충분히 소비할 수 있는 시민의 참여와 지역경제의 역량이 동시에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러나 아직도 광주는 시민과 비엔날레 사이의 공간적 거리가 존재한 듯하다. 비엔날레 전시장과 함께 광주는 하나의 특별한 도시(Biennale city)가 되어 방문객은 마치 비엔날레 도시를 거니는 것처럼 느낄 수 있는 역할구조가 필요하다.
광주비엔날레가 출발 당시의 가치와 국제비엔날레로서의 위상은 점점 줄어든다는 지적이 많다. 물론 광주비엔날레측은 ‘아트네트’ 등으로부터 5대 비엔날레로 선정되었다며 홍보를 했다. 광주비엔날레 감독을 하면 다른 미술관이나 재단, 비엔날레 감독으로 가는 ‘양성소’라는 재미있는 이야기도 있다.

그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세계 각국의 작가들이 전문 큐레이터에 의해 전시에 초대되는 국제적인 현대미술 비엔날레만 해도 이미 60개 이상에 이른다. 이런 시점에 광주비엔날레가 누구를 위한 행사인가에 대한 의문을 가져봤다. 세계 미술인을 위한 행사인지 관람객을 위한 것인지, 광주라는 문화적 가치와 소통의 폭을 넓히겠다는 행사인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추구해온 광주비엔날레는 철저하게 특정한 문화권력의 장으로 변질됐고 광주를 소외시킨 채 그들만의 잔치와 관련된 네트워크 작가들의 놀이터로 변신한 것은 아닌지 우려가 든다는 얘기다. 세계미술계에 새로운 미적 담론을 던지고, 현대미술을 이끌 스타작가를 발굴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그런 점에서 제기되고 있다.

비엔날레 감독의 선정은 매우 중요하다. 지난 9회 비엔날레(2012) 때 김선정 등 6명의 아시아 여성감독이 내놓은 라운드테이블에 대해서 반이정(미술평론가)은 “진부하고 무거운 주제로 돌아갔고, 기획자들이 각자 선택한 작품을 두서없이 풀어놓았다.”고 혹평하고 주제를 선택한 진정성의 결여를 지적했다.
이번 10회 비엔날레도 주제와는 거리가 먼 작품들로 채워지고 1관부터 정체성을 알 수 없는 작품들로 그럴싸하게 포장했다는 지적이 많다. 물론 프레스오픈 때 방문한 외국 평론가들은 당연히 좋은 전시였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지금 광주비엔날레는 동시대 미술의 최전선을 점검하고 감상하는 축제를 표방하고 있다. 하지만 국제적인 비엔날레라고 할지라도 장소성에 있어서 ‘광주’라는 배경을 끊임없이 안고가야 할 일이다. 특히 지역 기획자들을 협력큐레이터로 활용하는 문제는 의무화해야 마땅하다. 국제적인 비엔날레를 여는 일은 세계의 미술경향을 배우는 측면도 있고 관람객의 문화향유를 높이기도 하지만 역량 있는 기획자 양성에도 비엔날레가 일정 부분 역할을 맡는 것도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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