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뿌리 민주주의 지키기 위해 지역신문 지원 필요
풀뿌리 민주주의 지키기 위해 지역신문 지원 필요
  • 서울=정성용 기자
  • 승인 2014.09.2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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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신문발전지원특별법 2016년 말 종료
법 개정 및 지원제도 개선 토론회 개최

지역신문발전기금 우선지원주간지선정사협의회(회장 이안재)가 ‘지역신문 지원제도의 필요성과 지역신문 미래전략’이란 주제로 국회 정책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는 오는 2016년 6월31일로 끝나는 지역신문발전지원특별법 종료를 앞두고 이후 지역신문 발전의 올바른 방향과 법 개정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확인하는 자리였다.

22일 국회 소회의실에서 열린 토론회는 이례적으로 새누리당 김동완 의원과 새정치민주연합 배재정 의원이 여야 공동으로 주최해 그 의미를 더했다. 여야가 세월호 정국 등으로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는 상황에서 지역신문 발전을 위해 한목소리를 냈다는 점에서 주목할만한 성과라는 평가다.

이외에 새누리당 신성범 의원과 문화체육관광부 미디어정책과 김현기 과장이 자리를 함께 했다. 발제자와 토론자로는 △김중석 강원도민일보 대표 △우희창 충청남도 미디어센터 전 센터장 △김택환 경기대학교 언론미디어학과 교수 △김동완 새누리당 의원 △배재정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이용성 한서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 △민진영 경기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이 참여했다.

우선지원주간지선정사협의회장을 맡은 옥천신문 이안재 대표이사는 “2004년 어렵게 만든 지역신문발전지원특별법이 근근히 이어오고 있지만 2016년이면 지원제도가 없어지는 상황을 맞게 된다”며 “오늘 이 자리가 지원제도 필요성과 법 개정 문제를 원활하게 풀어갈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지방자치 투사 각오해야 지역신문 지원 가능

먼저 발제에 나선 김중석 대표는 지역신문 지원을 논의하기 전에 철저하게 중앙집중화 되어있는 구조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최근 한 언론에서 여론조사한 것을 보면 국회의원 150여명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 절반 이상이 기초지방자치단체를 없애야 한다고 대답했다”며 “이런 나라에서 지역신문의 생존 필요성과 가치를 이해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대한민국의 기본 틀을 지방분권, 지역주권으로 바꿔 놓지 않는 이상 지역신문 지원 필요성을 아무리 주장해봐야 공허한 메아리 밖에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이를 위해 김 대표는 “우리 모두 지방자치와 지방분권의 투사가 되지 않으면 지역신문 지원을 이끌어낼 수 없다”며 “지역 일간지와 지역 주간지가 연대하고 협력해서 ‘지역신문발전지원특별법(이하 특별법)’의 한시법 규정을 들어내기 위해서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우희창 전 센터장은 풀뿌리 지역신문의 발전을 저해하는 각종 법률 조항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우리나라 법률은 별다른 근거나 이유없이 지역신문, 그중에서도 특히 자치 시군구를 대상으로 발행되는 지역 주간지를 차별하고 있다.

몇몇 예를 보면 다음과 같다. △장사 등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제18조를 보면 무연고 분묘를 처리하기 위한 ‘분묘개장공고’는 중앙 일간지를 포함해 둘 이상의 일간신문 또는 하나 이상의 일간신문에 2회 이상 공고하도록 되어 있다. △도시개발법 시행령 제11조 주민의 의견청취 조항은 도시개발구역의 지정 및 개발계획의 개요 등을 알리고 주민 의견을 청취하기 위한 공고를 전국 또는 해당 지방을 주된 보급지역으로 하는 둘 이상의 일간신문에 내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밖에 △산업입지 및 개발에 관한 법률 시행령 △택지개발촉진법 시행령 등 다수의 법률과 시행령에서 주민들의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걸린 내용을 공고하는 데 있어서 합리적 이유없이 지역주간지를 차별하고 있다.

우희창 전 센터장은 “따지고보면 작은 지역에서는 전국 일간지보다 지역주간지들이 영향력이 더 크고 발행부수도 제일 많다”며 “그런 면에서 전국 일간지와 광역 단위 일간지에만 이런 걸 할 수 있게 한 것은 상당히 문제가 있는 불공평 조항이라고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마지막 발제자인 김택환 교수는 구독 및 광고 감소로 생존의 위기를 겪고 있는 지역신문들이 새로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외국처럼 지역 라디오를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독일과 일본 등의 예를 들며 지역 라디오야 말로 가장 경제적이고 민주적인 매체라고 설명했다. 지역 라디오는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초기 시설 비용이 많지 않아 지역신문사가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적극 활용할 수 있다는 것. 무엇보다 지역신문은 기존에 갖고 있던 취재망과 뉴스 제작 노하우 등을 활용해 차별화된 지역 라디오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독일, 미국, 영국, 일본에서는 이미 지역 라디오 방송이 활성화 되어 있다. 독일의 경우 전국에 총 309개의 라디오 방송이 있는데 이중 절반 가까운 153개가 중소도시를 대상으로 하는 지역 라디오 방송이다. 특히, 이들 라디오 방송은 대부분 지역신문사가 단독으로 운영하거나 공동 운영자로 참가하고 있다. 그만큼 지역신문과 지역라디오 방송은 시너지 효과가 크다는 것. 김택환 교수는 “독일이 풀뿌리 국가로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이런 정책들 덕분”이라며 “독일을 보면 지역신문과 지역 라디오가 결합해서 성공한 사례가 많이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2002년 월드컵을 앞두고 경기장 주변 안내를 위해 한시적으로 소출력 라디오 방송이 시작됐다. 현재 관악 FM 등 8개 소출력(공동체) 라디오가 운영 중이다. 소출력 라디오는 출력 정도에 따라 구분하는데 일본은 20와트 미만, 미국은 100와트 미만인 반면 우리나라는 1와트 이하만 허가하고 있다. 1와트는 반경 5킬로미터 이내서 청취할 수 있는 매우 제한된 수준이다.

 

 

 

 

 


결국 현장의 목소리, 연대와 협력으로 힘 모아야

발제가 지역신문 발전과 지원을 저해하는 법, 제도, 상황에 초점을 맞췄다면 연이은 토론에서는 이를 타개할 수 있는 방법론이 주로 모색됐다. 김동완 의원은 중앙의 권한과 재정을 지방으로 이양하기 위해서는 지역 자체의 거버넌스를 활성화 해야 하는데 집행부, 지방의회, 지역언론이 세 축을 이뤄 이를 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거버넌스에 참여하는 지역신문은 ‘철저한 확인’과 ‘언론 윤리’을 지키는 등 지역 주민들이 신뢰할 수 있도록 꾸준한 자정 노력을 펼쳐가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부산일보 기자로 18년 간 근무한 배재정 의원은 국회에 와보니 ‘지역’과 ‘문화’가 없더라는 점을 지적했다. 300명의 국회의원 중 상당수가 지역구 출신이면서도 중앙정치에 지역은 없고, 더 나아가 지역문화의 의미와 가치를 이야기하는 의원이 없어서 놀랐다는 것. 배 의원은 “국회에는 지역, 지역언론, 지역문화가 없다”며 “모든 것이 정치, 경제에 묻혀 버린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지역언론들 스스로 힘을 모을 필요가 있음을 강조했다. 지역일간지와 지역주간지 사이에 놓인 거리감을 줄여 나가면서 협력할 때 해법이 시작될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현장의 기자들이 한목소리를 낼 때 국회를 움직이는 힘도 더욱 크게 추동될 수 있다고 당부했다.

김동완 의원과 배재정 의원은 앞서 우희창 전 센터장 등이 지적한 지역신문 차별 조항과 지역 라디오 관련 법률을 개정하고 지역신문발전기금 확보에도 힘을 기울이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배재정 의원은 올해 국정감사에서 지역신문발전기금이 제대로 적립되지 않는 등 지역신문 지원제도가 미비한 문제점을 적극 지적하겠다고 공식적으로 약속했다.

엄격한 심사로 옥석 정확하게 구분해야

이용성 교수는 “신문 관련 토론회는 상당히 오랜만인 것 같다”며 “그 정도로 우리사회가 신문 지원제도 전반에 관해 관심이 약하다”고 진단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액도 예전에 비해 3분의1로 줄어들었고 지원방식에 대한 재검토가 이뤄지는 등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문제는 2004년 법 제정 이후 ‘엄격한 기준에 의해 건강한 지역신문사를 선별, 지원한다’는 원칙이 점점 약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특별법 지원 기준 자체는 매우 강력하게 작동하도록 되어 있는데 (실제로는 법 취지에 따라) 얼마나 제대로 작동하는지 모르겠다”며 “엄격한 기준으로 옥석을 가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진영 사무처장은 특별법에 의한 효과는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민 사무처장은 “경기 지역에는 일간지만 31개인데, (규모) 세 번째부터는 기자들 월급이 밀려있다”며 “그런데도 신문이 계속 생기고 있다. 적어도 한 지역에 한 두 개의 건강한 신문을 지원해줘야 지역 여론이 소통되고 올바른 지역공동체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가장 최근 선거인 6.4 지방선거의 경우 경기 지역 31개 시군 중 (지역언론이 없거나 제역할을 못하는) 11개 지역에서는 후보자가 누구인지조차 보도되지 않을 정도로 심각하다”며 “그런 부분에서 지역주간지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민 사무처장은 “토론회 오기 전 전국에 있는 지역 활동가들에게 물어보니 지역신문발전지원특별법으로 지원받은 신문들은 기획기사 등에서 그 효과가 입증되고 있다”고 하더라며 “지금은 마치 정부가 언론에 링겔 꽂아주는 것처럼 시혜적인 관점에서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데 그렇게 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김중석 대표는 여기에 지방정부의 지원 필요성을 덧붙였다. 김 대표는 “지금 지역신문발전기금은 정부 출연금으로 채워지고 있는데 여기에 각 지방자치단체 출연금을 넣자”고 제안했다.

우희창 센터장은 “2004년 특별법 만들 때도 지역에 있는 여러 단체가 와서 국회에 살다시피 했다”며 “지금도 마찬가지다. 가만히 있는데 지역신문발전위원회나 문화체육관광부가 알아서 열심히 법 개정해주지 않는다. 우리가 간절하게 힘 모으고 연대해야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택환 교수는 “유럽의 경우 이런 일을 성사시키기 위해서는 (직접 이해당사자인) 언론인뿐만 아니라 저명한 정치인, 칼럼니스트, 작가, 예술인들이 키를 쥐고 있다”며 “우리도 이런 부분까지 힘을 합쳐야 한다”고 말했다. 마무리 발언자로 나선 배재정 의원 역시 “현장에서 꼭 목소리를 많이 모아서 수렴된 의견을 내어주시길 당부 드린다”고 강조했다.

 <설명> 지역신문발전지원특별법은 지역신문의 건전한 발전기반을 조성하여 여론의 다원화, 민주주의 실현 및 지역사회 균형 발전에 이바지 하기 위해 지난 2004년 3월 제정된 특별법이다. 법률에 근거해 지역신문발전위원회가 구성됐고 매년 전국 일간지와 주간지를 상대로 엄격한 심사를 거쳐 우선지원선정사를 선정해 각종 지원 정책을 펴왔다. 2005년 6년 한시 적용으로 시행에 들어간 특별법은 1차 종료 시기인 2010년 말 한차례 연장됐다. 2016년 12월31일이 2차 종료 시기로 법률 적용 기한을 연장하거나 없애지 않으면 특별법의 효력은 소멸된다. 이렇게 될 경우 전국의 건강한 지역신문들 상당수가 심각한 경영 악화 및 저널리즘 후퇴 상황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프랑스 등 일부 선진국들은 지역신문을 민주주의 구현의 필수 요소로 인식, 기간을 정하지 않고 다양한 지원정책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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