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운태, 광주비엔날레 깜짝 방문
강운태, 광주비엔날레 깜짝 방문
  • 정인서 기자
  • 승인 2014.09.25 05: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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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슨트 설명들으며 1시간 넘게 전관 작품 관람

지난 22일 월요일 오후, 가장 관객이 적을 것으로 생각되는 날, 강운태 전 광주광역시장이 광주비엔날레를 깜짝 방문했다. 단지 이번 제10회 광주비엔날레 작품을 감상하기 위해서이다. 비엔날레 관계자에게 사전 연락도 하지 않았다.

강운태 전 시장은 김효선 사무처장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마침 자리에 있던 김 처장이 일행을 맞이했다. 강 시장의 비엔날레 방문에는 최현주 전 시장비서실장이 함께 했다. 기자와 눈을 마주친 최 전 실장은 눈인사를 했고 강 시장은 악수를 나누며 "요즘도 <시민의소리>는 날카롭게 쓰나요"라며 나즈막히 말했다.강 시장 재임 시절 그를 옥죄었던 갬코사건과 수영장 유치사건 등을 생각한 듯 했다.

방에서 녹차 한 잔을 했다. 요즘 비엔날레 관람객 수가 예상보다 적어 걱정된다는 김 처장의 말에 강 전 시장은 추석이 겹치고 신학기에 대학 축제 등이 있었지만 점점 더 늘겠지요라고 화답했다.

요즘 어떻게 지내시나요. 광주와 서울을 오가며 그동안 신세진 분들께 인사 다니고 있지요. 시장 임기가 끝나자 진도 팽목항에 가서 며칠동안 봉사했고요. 선거는 끝나면 훌훌 털고 저도 빨리 일상으로 돌아와야지요. 한달 전쯤에 주월동 대폿집에서 제 임기동안 고생해준 몇몇 책임자들과 막걸리 한 잔을 했었어요.

오늘은 웬일이신가요. 광주비엔날레 작품을 보기 위해서 왔어요. 사실 광주비엔날레는 거의 매번 빠뜨리지 않고 봐왔어요. 제가 미술전문가는 아니지만 자꾸 좇아다니니까 그림 보는 눈도 생긴 것 같아요. 진즉 오려 했는데 날짜를 잡다보니 명절도 끼고 그래서 월요일이 좋은 것 같아서요.

광주비엔날레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실텐데요. 아시다시피 1994년 제가 마지막 관선시장으로 임명된 이후 광주에 뭔가 특별한 기여가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비엔날레를 구상하게 됐지요. 서울에서 활동 중이던 조각가 김영중씨에게 계획안을 부탁했고 실무기획자로 이용우씨를 추천받아 그때 처음 만나봤어요. 이용우씨는 광주비엔날레의 산증인이고 이제는 세계비엔날레협회 초대 회장을 맡아 중요한 역할을 해줄 것이라고 믿어요. 비엔날레는 광주가 예향이라는 점을 배경으로 문광부 실국장, 장차관에게 설득을 했지만 역부족이었는데 1995년 2월 김영삼 대통령이 초도순시 때 이를 귀뜸해 "정부에서 '학'실하게 지원하겠다"는 답변을 받아냈지요. 그렇게 해서 불철주야 행사를 마련해서 9월에 문을 열게 되는 데 저는 임기가 6월말까지여서 당시에 식단의 뒷자리에 앉았지요. 그리고 민선5기 시장이 되어 제10회 비엔날레와 20주년 특별전을 준비했을 뿐 이번 전시도 이제야 보러오게 되네요.

도슨트 조은양씨의 안내로 제1관부터 관람을 시작했다. '터전을 불태우라'라는 큼직한 글씨가 강 전 시장의 마음을 반영하는 듯 했다. 1관의 중간쯤 이르자 강 전 시장과 늘 함께 했던 김병내 전 시 민원실장이 뒤를 따라왔다. 그리고 곧이어 김은영 비엔날레 전시부장과 다른 직원도 강 전 시장이 방문했다는 말을 들었는지 전시실로 찾아왔다. 김 부장은 "일을 하다가 뒤늦은 점심 때문에 식당에서 밥 몇 숟가락 먹고 있는데 사무실에서 연락받고 허겁지겁 왔다"고 말했다.

강 전 시장이 반갑게 맞이했다. 오랜만이에요. 김 부장이 전시 공간을 잘 운영해서 이번 비엔날레도 잘 되겠지요. 이제 비엔날레가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비엔날레로 성장한 것은 여러분 덕이에요. 이번 영국감독 제시카 모건도 미국 뉴욕의 비영리예술기관 디아아트재단(Dia Art Foundation) 디렉터로 선정됐다지요. 저번에 광주비엔날레 총감독을 지낸 마시밀리아노 지오니(2010년)와 오쿠이 엔위저(2008년)가 2013년과 2015년 베니스비엔날레 미술전 총감독에 선정된 것을 보면 광주를 거쳐야 세계로 진출한다는 공식을 만들어낸 것 같아요.(웃음)

3전시장에 이르렀을 때 정동채 신임 광주비엔날레 대표가 강 전시장의 관람 장소로 찾아와 조용히 인사를 했다. 미리 오신다고 말씀하셨으면 좋았을텐데요. 건강하시지요. 제가 밖에 다른 일정을 진행하고 있는데 뒤늦게 연락을 받았습니다. 뭐 구경 한 번 오면서 복잡스럽게 할 일 있나요. 여러가지 업무가 한꺼번에 몰려 힘드시겠어요. 어쨌든 중책을 맡아 과도기 비엔날레라 생각하시고 잘해 주시면 좋은 일이지요.

정 대표는 강 전 시장이 관람에 몰두하자 기자에게 조용히 가겠다고 말하고 자리를 떴다. 1시간 20분 정도 모든 전시장을 돌아본 강 전시장 일행은 광주비엔날레 사무동인 제문헌 지하 카페에서 차 한잔을 나눈 뒤 10여분 담소를 나눴다. 이 건물은 승효상 선생이 설계했는데 참 잘 지었어요. 그리곤 강 전 시장은 비엔날레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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