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양씨,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기회에요”
조은양씨,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기회에요”
  • 김다이 기자
  • 승인 2014.09.25 01: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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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비엔날레 도슨트, 미술전공자 아닌 4년차 활동한 VIP담당

“제일 힘든거요? 아줌마의 기억력이 보통 돌아서면 잊어버리곤 하는 것이지만, 제일 자신 있는 건 성실함과 매사에 노력하고 열심히 하는 거죠. 아줌마에게 기회를 주는 것에 너무 감사해요.”

광주비엔날레에서 4년차 활동하고 있는 아주 특별한 도슨트가 있다. 도슨트란 박물관과 미술관 등에서 일정한 교육을 받은 뒤 일반 관람객들을 상대로 전시물과 작가에 대한 설명을 알기 쉽게 안내하는 일을 한다.

보통은 말끔하게 생기고 늘씬한 젊은 여성을 도슨트로 떠올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광주비엔날레에서 활동하고 있는 특별한 도슨트는 아줌마로 통하는 중년의 여성 조은양(52)씨다.

그녀를 만나기 위해 비엔날레 전시관 1층 한켠에 있는 도슨트실을 찾았지만 북적이는 도슨트 사이에서 쉽게 찾기 힘들었다. 젊은 여학생들과 섞여 똑같이 열정적으로 스터디를 하고 있는 모습이 영락없는 20대의 미술학도로 비췄다. 외모마저 어여쁜 아가씨의 인상을 지녔다.

잠시 인터뷰를 위해 비엔날레 마당 야외로 나와 조 씨와 이야기를 이어갔다. 인문학적 소양을 두루 갖춰 미술작품의 의미를 설명하고 안내해야하는 역할이지만 그녀는 미술을 전공하지 않았다. 인문학도 전공하지 않았다. 오히려 사범대 수학교육으로 이공계열을 전공한 그녀는 현재 수학학원을 운영하고 있다.

“아이들 교육에 신경쓰게 되면서 독서회 활동을 시작을 한지 어느새 10년이 됐어요. 제 전공은 이공계열이었지만 독서토론을 많이 참여하곤 했죠.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서영대 도슨트 육성과정 수업을 들으면서 ‘도슨트’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조 씨는 도슨트 면접 당시를 떠올리며 “49세의 아줌마인데다 이공계열 이력까지 있어서 그런지 저한테는 아무런 질문을 하지 않더라구요. 그런데 유일하게 한분이 왜 수학전공인데 지원하게 됐냐는 질문을 했었어요”라고 말했다.

그간 독서회와 인문학 강좌를 좇아다니며 인문학에 관심을 갖고 있던 터라 답변을 수월하게 할 수 있었다.

“일반인들은 보통 현대미술을 정말 어렵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제가 비록 수학전공을 했지만 독서토론을 많이해 인문학적 견해와 함께 수학을 전공한 논리적인 사고로 일반인들에게 잘 설명을 해보고 싶습니다”

이러한 답변 이후 그녀는 지난 2011년 광주디자인비엔날레 도가도비상도의 도슨트를 시작으로 매년마다 광주비엔날레에서 활동해오고 있다.

비엔날레와 디자인비엔날레가 번갈아 개최되고 있어 9월 오픈준비 전인 6월부터 폐막 11월 초까지는 항상 5개월동 안 도슨트를 위한 시간에 열정을 쏟고 있다.

처음 비엔날레 도슨트 교육을 듣게 됐을 때 위축이 됐던 것도 사실이다. 함께 활동하게 된 도슨트들은 뉴욕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사람, 20대 중후반의 미술을 전공한 학생, 미술대학원생들 틈 속에 낄 자리가 없었다. 하지만 누구보다 더 열성을 다해 도슨트 교육에 임하게 됐다.

“아줌마에게 기회를 주는 건 정말 너무 감사한 일이에요. 4년째 도슨트를 하면서 국내 유명 작가를 만나 인터뷰를 할 수 있는 기회도 있고, 세계적인 작가들이 작품을 설치하는 과정까지 살펴볼 수 있어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인생에서 얻을 수 없는 기회를 얻은 것 같아요”

특히 더 주목할 점은 미술을 전공하지 않았지만 이러한 활동가 교육으로 조은양씨는 주로 VIP 방문객 담당 도슨트로 활동하고 있다.

조 씨는 “기업의 회장단이나 높으신 분들이 방문하시면 연배가 있다보니 젊은 도슨트들은 어려워 하는 부분도 있죠. 하지만 저도 나이가 있고, 오신분들이 남편 또래거나 ‘형님’ 말할 수 있는 동년배라서 그런지 아무래도 좀 더 편안하게 설명을 할 수 있게 됐어요. 나이가 많은게 오히려 제일 큰 장점이 된거죠”라고 밝게 웃음을 지었다.

도슨트들 사이에서 나이로 가장 ‘왕언니’가 됐던 그녀가 바라는 꿈은 “기억력이 문제가 없는 한 매년 도전을 하고 싶어요. 50대 후반에는 미술관에서 일을 하다가 나이를 더 먹게 되면 미술관 할머니가 되고 싶어요”라며 “도슨트 역할 이외에 엄마로써, 며느리로써, 아내로써 역할을 해야하는데 집에서도 묵묵히 응원을 해주고 있어 너무 감사해요”라고 말했다.

한편 조은양씨는 지난 2013년 1기 조합원 23명을 꾸려 도슨트협동조합을 만들고 이사장직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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