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박근혜 대통령을 허수아비로 풍자해 논란이 불거진 뒤 ‘닭’으로 교체한 이미지를 넣은 티셔츠를 입은 군단이 나타나 시선을 끌었다. 이들은 ‘닭대가리’가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 사이키 조명과 음악에 맞춰 시민들과 함께 한바탕 춤 파티를 펼쳤다.
광주비엔날레 20주년 특별전에서 홍성담 작가의 걸개그림 ‘세월오월’ 작품에 대해 광주시의 작품 검열에 문제의식을 가진 작가들은 4일 비엔날레 마당에서 ‘닭대가리 파티-세월아 오월아’ 깜짝 게릴라 퍼포먼스를 개최했다.
이들이 입은 검정 티셔츠에는 ‘DDGR’, ‘Dak mo ga ji reul bi tle eur do se bouk eun on da’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닭대가리(DDGR)’와 ‘닭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라는 문구를 우리말 소리나는 그대로 영어로 새겼다.
한켠에 놓인 테이블에는 닭대가리 티셔츠와 그동안 ‘세월오월’ 사태에 대한 기사를 프린트 한 종이들과 홍성담 작가에 관련된 보도물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이를 지켜본 개막식에 참석한 해외 방문객들과 타지 사람들은 잠시 발걸음을 멈췄다. 인근에 살고 있는 수많은 광주시민들도 함께 참여했다. 그렇게 비엔날레 개막행사로 잠시 잊혀진 듯했던 20주년 특별전의 파행은 다시 불타올랐다.
흥에 겨워 파티에 참여한 한 청소년은 “큰 음악소리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어 무슨 일인가 봤는데, 닭대가리가 새겨진 똑같은 티셔츠를 입고 이색적인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었다”며 “광주시가 대통령을 풍자했다는 이유로 예술가의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 것에 반발해 항의의사를 표현하는 퍼포먼스였는데, 비엔날레 전시보다 훨씬 참신하고 예술적인 의미를 담은 것 같다”고 말했다.
행사에 앞서 특별전에 참여해 항의 의사로 작품 철거를 했던 정영창 작가는 “세월오월 사태로 예술계와 시민단체 뿐만 아니라 외신에서도 관심을 가져 이미 국제적인 담론이 되었다”며 “이번 일로 문화수도 광주의 표현의 자유 수준은 이 정도밖에 안되나 싶었고, 이 퍼포먼스는 계속해서 퍼져나갈 예정이다”고 말했다.
한편 걸개그림 ‘세월오월’ 전시불가에 따른 특별전에 참여한 홍성민 등 3인의 작가는 지난 8월 11일 작품을 자진 철거했지만, 비엔날레 정상화를 위해 5일 작품을 다시 걸게 됐다.
하지만 오우라 노부유끼 작가의 작품과 몇몇 작품에는 예술 타압과 표현의 자유에 대한 항의의 메시지를 담아 전시를 재구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