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비엔날레 전시 무엇을 담았나
광주비엔날레 전시 무엇을 담았나
  • 정인서 기자
  • 승인 2014.09.03 16: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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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숙한 이미지, 동선 접근성 높여 관객 호응
‘터전을 불태우라’ 전시주제엔 기대 못미쳐
▲ 정인서 편집국장

역사에서 되풀이되는 불태움과 변형, 말소와 혁신의 순환을 탐구하는 제10회 광주비엔날레 ‘터전을 불태우라’가 문을 열었다.
3일 프레스오픈 행사에 맞춰 본전시장을 둘러볼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전시장은 크게 1전시장에서 잭 골드스타인의 창문 너머 세상의 ‘지옥 불꽃’을 연상시키는 작품으로부터 4개의 전시장을 살피고 마지막에 5전시장에서 도미니크 곤잘레스 포에스터 홀로그래피 독백을 보여준다.

전체적으로 이번 전시주제에 맞춘 그 나름의 자기파괴에 몰두하고 있는 작품과 우리의 생활주변에서 접할 수 있는 소재들로 작품화하는 등 친숙한 이미지를 주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이는 관객들이 불편하지 않고 시각적인 충격을 받지 않는 선에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총감독 제시카 모건의 ‘배려’였는지도 모르겠다. 이 같은 배려 덕분인지 전체적으로 차분하게 작품을 볼 수 있었다.
특히 전체 전시장의 벽면은 방마다 다른 색으로 된 작은 원을 계속적으로 연이은 벽지를 발라놓은 듯 했다. 이런 벽지를 계속 보고 있으면 어지러운 현상이 일어나지만 이를 인식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도식적인 벽에 대한 이미지를 탈피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시장은 매우 짜임새가 있었다. 예년의 비엔날레는 관객의 입장이 제대로 고려되지 않은 동선이었다면 이번 전시장은 거의 모든 작품을 자연스럽게 흐르는 동선을 따라 감상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효과적이었다.
또한 이번 전시에서는 영상작품이 크게 줄었다. 또 화면 구성도 복잡하지 않고 작가별로 국가적 특색이 나타나는 경우엔 이국적인 풍취도 더했다.
하지만 ‘터전을 불태우라’는 혁신적인이고 부정과 부활의 소용돌이를 연상케 하는 전시주제와 작품의 이미지가 어울리지 않다는 인상을 많이 느꼈다. 무언가 혁명적인 파괴력을 기대했던 것에 비해 그런 작품이 나타나지 않은 까닭인지도 모르겠다.

비엔날레는 그 특성상 실험적인 작품을 통한 미술의 경향성을 보여주는 특징이 있어야 하는 데 이번 작품들은 너무 차분하다는 인상을 주었다. 전시 관계자는 “지나치게 짜임새 있는 동선 때문에 그런 것 아니에요”라고 말한다.
그럴 수도 있겠지만 작품들 가운데 상당수가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색다른 느낌을 주거나 작품의 기법에서 관객들에게 ‘아!’하고 탄성을 낼만한 작품이 많지 않았다는 것이다.
1전시장에 두 번째 작품인 이불의 ‘낙태’라는 영상퍼포먼스는 차라리 엽기포르노에 가까웠고, 김영수의 ‘사람-고문’은 독재국가이면 어디에서나 볼 수 있었던 고문장면을 연출한 사진은 감동을 주기엔 너무나 미흡했다.

차라리 에두아르도 바수알도의 설치작품 ‘섬’은 집이라는 공간이지만 화재가 난 현장의 잔해로 꾸며낸 공간 속에 사람이 들어가도록 유도하여 어둠 속의 미로에 갇힌 인간의 공포를 자극한 작품이 더 다가왔다.
2전시실의 입구를 장식하는 피오트르 우클란스키의 ‘무제(크게 벌려)’는 사람의 목젖을 고개를 쳐들고 보도록 함으로써 전시장 안으로 자연스럽게 빨려들어 가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레나테 베르틀만의 ‘빨래하는 날’이 나타내려는 상징성은 벽면에 부착된 작품 설명을 읽지 않고서는 작가의 이슈를 알 수 없었다.

3전시실은 어느 집의 내부 구조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했다. 그러나 주방기구나 서재, 거실의 소파 등은 입체가 아닌 평면사진을 붙였고 착시효과를 주어 관객에게 한번쯤 집주인이 되어보라는 제스처를 하고 있는 듯 했다. 그러나 이런 작품과 유사한 작품들을 쉽게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재미만 있었을 뿐 강렬하지는 못했다.
4전시실을 빠져나오는 자동문은 모두 7개의 유리문이다. 카르슈텐 힐러의 ‘미닫이문’을 지나는 동안 반복된 유리문 속에서 무한성을 느끼는 순간, 사람은 무력감을 갖는 공간으로 갇히게 만들었다.
이처럼 작품 하나하나 의미를 찾아가며 보는 재미는 있으나 전시주제와 어울리는 전체적인 구성에 있어서는 기대를 충족하지 못하고 있는 생각이다. 영국 출신 제시카 모건의 개인적인 취향이 전시구성에 반영된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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