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담, "세월오월 걸지 않겠다" 자진철회
홍성담, "세월오월 걸지 않겠다" 자진철회
  • 권준환 기자
  • 승인 2014.08.24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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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권력에 유배의 길 권유받고 있다
앞으로 광주에서 작품 전시하지 않을 것

▲홍성담 화백은 이번 '세월오월' 사태에 대한 서운함을 감추지 않았으며, 결국 '세월오월'을 걸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홍성담 화백이 24일 오후 기자회견을 갖고 결국 광주비엔날레 창설 20주년 특별전에 ‘세월오월’을 걸지 않겠다고 밝혔다.
또한 사퇴의사를 밝혔던 윤범모 책임큐레이터도 복귀해서 사태를 수습하겠다고 전했다.

홍성담 화백은 이용우 광주비엔날레재단 대표이사, 윤범모 책임큐레이터와 함께 광주비엔날레관 3층에서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걸개그림 작업에 함께 참여한 동료 작가들과의 오랜 논의 끝에 걸개그림 ‘세월오월’을 광주비엔날레 특별전에 전시하지 않을 것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홍 화백은 “내 그림은 늘 내 땅에서 유배당해 왔다”며 “과거에는 독재권력에게, 지금은 시민운동가, 인권운동가를 자처하는 지자체 권력에게 유배의 길을 권유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항상 내 지친 몸과 마음을 의지했던 생물학적, 정치적, 사회적, 예술적인 내 고향 ‘오월광주’는 이번 사건으로 죽어버렸다”며 “인권과 문화의 도시 광주는 껍데기만 남았다”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또한 “비엔날레 전문가는 비엔날레 이사장인 광주시장에게, 비엔날레 이사장은 비엔날레 전문가에게 서로 떠넘기는 이 지루한 핑퐁게임을 바라볼 수밖에 없는 그동안의 현실이 안타까웠다”며 “이 황당한 현실은 ‘세월호’와 판박이처럼 닮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홍 화백은 이와 함께 작품을 즉각 반환할 것과 걸개그림 자리에 100인 릴레이 아트 작품을 전시할 것, 윤범모 책임큐레이터의 복귀 등을 요구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저는 결국 늙고 병든 몸으로 이곳 고향에 다시 돌아오겠지만, 그때 까지 저는 이미 ‘죽어버린’ 광주에서 저의 작품을 일체 전시하지 않을 것이다”고 이번 ‘세월오월’사태에 대한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다.

윤범모 책임 큐레이터는 “홍성담 작가의 ‘세월오월’ 자진철회 결심을 존중한다”며 “그의 요구조건을 수용하고자 책임 큐레이터 직무에 복귀해 이번 사태를 수습하고 특별전의 원만한 마무리를 위해 노력하겠다”며 “특별전 파행 사태에 따른 도의적 책임으로 사퇴를 표명했지만 항의로만 비춰져 안타까웠다”고 그동안의 속내를 밝혔다.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느라 지금까지 ‘전시유보’상태를 지속해오던 ‘세월오월’이 결국 작가의 자진철회로 인해 ‘걸지 않기’로 일단락이 났다.
이로 인해 자유로워야 할 광주지역 예술인들의 ‘자체검열’이라는 극단적인 결과까지 불러오게 되지는 않을지 우려된다.

 한편 지난 22일 윤장현 광주시장은 광주시청 브리핑룸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홍성담 화백의 ‘세월오월’전시 유보에 대해 책임자로서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예술가의 표현의 자유를 신장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검토하겠다고 했는데, 이는 전시에 관해 비엔날레 전문가 입장에 전적으로 따르겠다는 의미로 보인다. 이날 기자회견은 그동안 광주시의 보도자료를 통해 나왔던 이야기를 재탕한 것에 다름 아니어서 왜 긴급기자회견을 했는지 모를 정도다.

또 홍성담 작가와 윤장현 시장은 비가 추적추적 쏟아지던 지난 17일 일요일 밤 ‘세월오월 전시와 관련하여 2시간 가량 차속에서 실랑이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윤 시장은 홍 작가에게 자신의 입장을 설명하면서 아직 몇 달 되도 않은 시장이 이 문제로 난감한 입장(?)이라는 의사를 전달했고 좀 도와주는 방향에서 좋게 해결했으면 하는 마음이다는 의견을 내비쳤다는 것이다. 특히 윤장현 시장과 홍성담 작가는 1999년께 광주지역 시민단체들이 제각각 활동하던 때 이의 구심점을 만들기 위해 광주시민단체협의회를 만들어 윤 시장이 2000년 무렵 공동대표을 하는 등 오랜 동지적 인연이 있다. 

▲왼쪽부터 윤범모 책임 큐레이터, 이용우 광주비엔날레재단 대표이사, 홍성담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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