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장현, 홍성담과 한밤중 ‘우투(雨鬪)’
윤장현, 홍성담과 한밤중 ‘우투(雨鬪)’
  • 김다이 기자
  • 승인 2014.08.21 15: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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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 2000년 전후로 시민운동 함께 해온 오랜 동지

▲(좌)윤장현 광주 시장, (우)홍성담 작가
‘세월오월’ 걸개그림 전시와 관련하여 미술계, 사회단체, 청문회까지 이어져 ‘전시하는게 맞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시민운동가 출신 윤장현 시장만이 사실상 전시거부를 하고 있어 과연 시장 자질이 있는지 의문이다는 지적이다.

광주비엔날레 재단의 이사장직을 맡고 있는 윤장현 시장은 법적대표이자 책임자로 ‘(걸개그림을) 걸어야 한다’ 한 마디만 한다면 전시를 할 수 있다. 하지만 곤혹스러운 처지에 빠진 윤 시장만 전시결정에 관련하여 정면돌파를 하지 못하고 있다.

비오는 날, 차속에서 어떤 대화 했나

홍성담 작가와 윤장현 시장은 비가 추적추적 쏟아지던 지난 17일 일요일 밤 ‘세월오월 전시와 관련하여 2시간 가량 차속에서 실랑이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윤 시장은 홍 작가에게 자신의 입장을 설명하면서 아직 몇 달 되도 않은 시장이 이 문제로 난감한 입장(?)이라는 의사를 전달했고 좀 도와주는 방향에서 좋게 해결했으면 하는 마음이다는 의견을 내비쳤다는 것이다.

홍 작가는 <시민의소리>와 통화에서 당시 윤장현 시장에게 “이미 표현의 자유에 대한 탄압문제는 전국적으로 미술인들에게 번졌고, 막아 설 수 없을 정도로 타이완, 일본 작가들까지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며 “아무리 막아 내려고 해도 나는 이 그림을 결코 걸고야 말겠다. 이 그림이 걸리지 않는다면 원작을 갖고 전국을 순회하고, 세계로 내보내 이 그림을 결코 걸겠다”고 말하고 차에서 내렸다고 한다.

한편 지난 19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청문회에서 김종덕 후보는 “문체부가 작품 전시에 개입하지 않는 게 원칙이며, 전시 여부는 주최측이 결정할 문제다”며 “(세월오월 작품 게시 여부에 따라) 광주시에 지원을 줄이거나 불이익을 주거나 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고 입장을 표했다.

이와 관련하여 홍 작가는 “김종덕 후보자도 청문회에서 예산과 연계되어있냐, 예산 축소한 것인가 등 질의에서 전혀 사실무근이라는 답변을 해 광주시가 처음 언급했던 10% 예산이 깎일 것을 우려했다는 말까지 거짓말로 드러난 셈이 됐다”며 “이 사건이 불거진 초반부터 걸지 말라고 부하직원에게 완곡하게 해놓고, 말을 바꿔 지원은 하되 간섭을 하지 않겠다고 빠져 본질적으로 전시를 막고 있는게 누구겠냐”고 반문했다.

모두 '전시'찬성, 광주시만 여전히 '유보'입장

게다가 지난 17일 광주비엔날레 재단 이용우 대표는 사퇴의사를 표하며 “비평가 입장에서 보면 ‘세월오월’은 전시되어야 한다”고 말해 전시를 해야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작품 전시여부의 최종 결정 권한이 있는 윤범모 책임큐레이터 마저 자진사퇴를 하고 “책임 큐레이터의 권한으로 책임지고 걸겠다고 주장했지만 광주시가 안 된다고 했다”고 밝혔다.

이외도 특별전 참여작가와 지역미술계, 시민사회단체 등 수많은 각계각층에서 ‘작품을 걸어야 한다“고 나서고 있다.

이처럼 모두가 ‘세월오월’ 작품을 걸어라 한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결국 윤장현 시장의 결단만 남은 상태로 전시를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9월 3일 비엔날레 본 전시 개막이후 광주시와 광주비엔날레 재단은 오는 9월 16일 시민대토론회에서 전문가와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한 뒤 ‘세월오월’ 작품 전시여부를 최종 결정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홍 작가는 “그럼 전시 최종결정 권한이 있는 책임 큐레이터는 뭐가 되는가. 앞으로 비엔날레 본 전시에 모든 그림도 대토론회를 통해서 결정할 것인가”라며 “대토론회를 언제 하든 상관없지만 하려면 지금부터 전시를 통해 원본을 공개하고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의견을 말할 수 있도록 해서, 이대로 전시로 할 것인가 그림을 떼어 낼 것인가를 토론해야하는 것이다”고 피력했다.

이어 “엄연히 책임큐레이터가 있고, 전시 주제에 맞게 작가선정을 하고, 수정요구로 인해 수정까지 했다”며 “책임큐레이터가 걸라고 하면 거는 것인데 물리적으로 공무원을 이용해 막아내면서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윤장현 시장, 정면돌파 할 수 있을까

한편 최근 검찰은 윤장현 시장의 사전선거운동 관련 선거법 위반으로 수사에 속도를 내어 몰아붙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 작가는 “사전선거운동 혐의로 코가 껴있는 상황에서 매사에 계획적인 안건이든, 광주시를 위한 진보적인 정책을 진행할 때마다 검찰은 윤 시장의 코에 걸린 낚싯줄을 잡아당길 것이다”며 “윤장현 시장은 이번 일을 결정해서 시민 권력을 잡고, 정면 돌파를 하든지 시장에서 내려오던지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더군다나 광주시는 윤장현 시장이 지난 20일 조비오 신부, 김양균 변호사, 안종일 전 교육감 등 20여명의 지역원로를 만난 간담회에서 대다수 전시 불가의 입장이 많았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해 전시 불가 명분을 쌓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듯하다.

박근혜 대통령을 풍자해 사전검열 논란의 도마에 오르게 빌미를 제공한 윤장현 시장이 이번 산태에 관련하여 어떠한 최종결정을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윤장현 시장과 홍성담 작가는 1999년께 광주지역 시민단체들이 제각각 활동하던 때 이의 구심점을 만들기 위해 광주시민단체협의회를 만들어 윤 시장이 2000년 무렵 공동대표을 하는 등 오랜 인연이 있다./김다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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