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문화도시 13 에필로그-100년 내다보는 문화도시 밑그림 그려야
동아시아문화도시 13 에필로그-100년 내다보는 문화도시 밑그림 그려야
  • 정인서 기자
  • 승인 2014.08.19 08: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요코하마시 누리집 정보 한글 쉽게 풀어 설명해
한일고전예능제 15년째 교류 통해 상호 발전 모색

이제 마무리를 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 올해 동아시아문화도시로 선정된 중국의 취안저우와 일본의 요코하마를 현장 방문하고 취재한 이야기들을 풀어냈다. 그런데 요코하마에 대한 이야기가 군더더기처럼 좀 남아 있다. 아무래도 요코하마 방문지역 중 한 곳을 더 살펴보고 광주의 방향성을 말해야 할 성 싶다.
요코하마에서 찾아간 곳 가운데 인상이 깊은 곳은 요코하마 노가쿠도(能樂堂)이다. 능악(能樂)은 배우의 춤과 노래를 중심으로 반주인 지우타이(地謡)나 하야시(囃子)에 맞추어 구성된 일본의 전통 가면음악극을 말한다. 도쿄, 오사카, 가나자와, 나고야 등 일본의 대도시에는 이를 공연하는 노가쿠도가 있다.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能, 狂言

▲나카무라 마사유키(中村雅之) 이사 겸 관장
일본은 흉내를 내는 것에서 발전한 사루가쿠(猿樂)라는 전통예능이 있다. 사루가쿠는 나중에 노(能)와 교겐(狂言)으로 나누어졌다. 15세기 무렵부터 발전해온 노와 교겐은 깊은 관계를 가지면서 지금에 이르고 있다. 노(能)는 보통 오모테(面)라고 하는 가면을 쓰고 공연한다. 절제된 움직임과 가면을 통해 흘러나오는 대사가 독특하고 우아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교겐(狂言)은 희극과 같은 것으로 노(能)의 중간 중간에 삽입되어 공연된다. 우스꽝스러운 내용으로 노(能)의 긴장감을 풀어준다. 노와 교겐을 공연하는 장소가 바로 노가쿠도이다. 특히 요코하마 노가쿠도의 노부타이(能舞臺)는 관동에서 14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가장 오래된 무대이다. 건축사적으로 매우 귀중한 평가를 받고 있고 요코하마의 지정 유형문화재이기도 하다.
이 요코하마 노가쿠도는 공익재단법인 요코하마시예술문화진흥재단(www.ynt.yaf.or.jp)에서 운영하고 있다. 이 재단은 시민들의 예술능력을 활용하여 요코하마의 매력을 높이고 배려하는 마음과 활력이 넘치는 시민생활을 실현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슬쩍 둘러볼 속셈으로 무작정 찾아갔는데 그날은 정식 공연이 없었다. 입구의 안내데스크에 노가쿠도에 대한 자료를 부탁했다. 직원은 명함을 달라고 하더니 부산하게 움직였다. 이곳에서 예정에 없던 나카무라 마사유키(中村雅之) 이사 겸 관장을 만났다. 옆자리에는 쿠마가이 타카코(熊谷敬子) 부관장이 자리를 함께 했다.
그들은 한국에서 왔다는 말을 듣고 반갑게 맞아주었다. 나카무라는 “지난 2000년부터 한일간의 전통적인 음악과 공연 등을 교류하는 고전예능제를 열고 있다”면서 “매년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열고 있는 전통음악과 춤은 서로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한국의 판소리가 2003년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인 것처럼 일본의 노(能)와 교겐(狂言) 역시 2005년부터 인류무형유산이 되었다고 덧붙였다.

能樂, 한국의 판소리와 유사한 느낌?

노가쿠도는 전통예술을 소중히 여기는 극장인데 극장 자체의 아우라가 대단한 곳이다. 이 무대에 서는 것이 일본인들의 로망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날은 아마추어들의 모임에서 발표하는 자리가 있었다. 직원을 따라 잠시 구경을 했다. 얼른 다가오는 느낌은 점잖은 판소리 같았다. 그렇다면 교겐은 우리의 해학극이라고 비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됐다.
지금 본 무대로 사용되는 이곳 노부타이는 1875년(메이지 8년)에 도쿄 네기시(上根岸)의 옛 가가한슈(可賀藩主)의 13대 번주인 마에다 나리야스(前田齊泰)의 저택 한편에 있었던 것이다. 여러 경로를 거쳐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 무대의 특징은 가가미아타(鏡板, 무대 정면의 벽)에 있다. 일반적으로는 소나무가 그려지나 이곳에는 소나무와 매화나무가 함께 그려져 있다. 이것은 매우 희귀한 일이다. 이는 마에다 가문의 조상이며 일본 학문의 신으로 불리는 스가와라노 미치자네(菅原道眞, 845~903)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정희 위덕대 교수는 그가 57세 되던 해 좌천당해 교토를 떠나면서 매화나무를 보며 읊은 시인 ‘와가(和歌)’를 들고 있다. 더 유명한 것은 이 매화나무가 하룻밤 사이에 주인인 스가와라노를 따라 유배지인 후쿠오카(福岡) 다자이후(大宰府)까지 약 500km를 날아가 그곳에서 꽃을 피웠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온다.
이밖에 더 많은 곳이 있긴 하지만 요코하마에 대한 탐방기사는 여기에서 마무리를 한다. 외국인을 위한 관광정보는 ‘요코하마관광정보(www.welcome.city.yokohama.jp/kor/)’ 누리집에서 편리하게 볼 수 있다. 문화관광 코스와 지도는 모두 연계되어 있다. 맛집을 소개하는 경우 한국인 종업원 여부, 가까운 역에서 걸어서 몇 분 거리까지 알려주고 있고 주요 관광지역은 한국어 PDF파일로 다운받을 수 있게 했다.

광주시 누리집 문화관광  안내 ‘제멋대로’

문화도시 광주의 방향성을 찾기 위한 노력은 어떻게 해야 할까? 취안저우와 요코하마를 통해 배울 점이 있을 것이다. 우선 첫 번째 대답은 광주를 소개할 때 방문객을 어디로 안내할 것인가라는 문제에 봉착한다. 광주 사람들이면 자주 겪는 일이다. 이 문제만 해결할 수 있다면 광주가 문화도시이며 관광도시로서 역할을 어느 정도 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왜 광주는 ‘갈 곳이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에 대한 구체적인 해결책에 접근하지 않는 것일까? 그것은 광주라는 도시브랜드를 창출하는 과정에서 모든 시민이 공유하는 정체성 확립이 부재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민선 6기 윤장현 시장이 들어선 이후 광주시 누리집이 개편됐다. 문화관광을 한 눈에 알아볼만한 곳을 찾기가 어려웠다. 화면 중간에 ‘광주문화관광포털’이 있고 또 화면 맨 아래에 ‘시민, 사업자, 관광객’에서 ‘관광객’은 같은 곳으로 연결되었다. 이곳을 들어가니 ‘광주관광의 5가지 매력’이 첫눈에 들어왔다. 그러나 5가지가 아무 것도 연결되어 있지 않았다. 매력을 찾지 못했다.
맨 위의 왼쪽에 ‘광주의 재발견’이라는 글씨가 조그맣게 있었다. 이곳을 거쳐 들어가니 가볼만한 곳 20선, 광주8경5미, 무등산, 이색관광, 5.18사적지순례, 추천관광코스 등이 있었다.
가볼만한 곳 20선은 광주호 호수생태원, 광주향교, 예술의 거리, 광주근대역사문화탐방(양림동), 무등산주상절리대, 무돌길, 남도향토음식박물관, 중외공원, 무등산옛길, 시화문화마을, 국립5.18민주묘지, 포충사, 증심사, 월드컵경기장, 서창향토마을, 평화공원, 충장로, 잣고개야경, 월봉서원(빙월당), 박용철생가(용아생가) 등이다.
광주의 8경5미로는 무등산, 중외공원, 송정떡갈비, 한정식, 무등산보리밥, 포충사, 구 도청앞 광장, 월드컵경기장, 사직공원, 잣고개야경, 오리탕, 월봉서원, 광주김치 등을 소개했다. 이색관광으로는 예술의거리, 통기타라이브카페거리, 패션의거리, 풍암지구라이브카페거리, 광주김치타운, 웨딩의거리, 광주폴리, 우일선선교사사택, 푸른길공원, 광주폴리 등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 소개 정도로는 관광객을 자극시키는 데는 부족해 보였다. 우선은 각 장소들이 가나다순도 아니고 지역별도 아니고 특히 8경오미는 장소와 음식이 뒤섞여 있는 등 아주 심각할 정도로 엉망진창이었다.

구글지도, 네이버지도 ‘광주폴리’ 검색 안돼

또 찾기는 어렵지만 ‘온라인예약’의 마지막에 ‘외국인홈스테이’가 있는데 이곳을 들어가보니 거의 유명무실할 정도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모두 182곳이 신청했고 대부분 사용가능 기한이 끝나 현재 활용가능한 곳이 28곳이다. 이래서야 무슨 외국인홈스테이가 될 수 있는 것인지, 실제로 사용된 사례가 몇 번인지 궁금할 정도다.
시청 담당부서에 전화했더니 ‘광주국제교류선터’에서 이 업무를 대행한다고 했는데 역시 광주시의 누리집에서 이곳을 찾기란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려웠다. 외국인이 광주를 방문하려면 숙소 확보가 가장 먼저일텐데 호텔, 모텔만 있고 홈스테이는 기타 항목에 들어있어 그만큼 푸대접을 하고 있었다.
이처럼 광주시가 운영하는 문화관광포털에서는 아주 간단한 기본적인 정보만 있을 뿐 요코하마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빈약한 시스템이다. 시 관계자가 한번쯤 이런 사례들을 눈여겨봤으면 한다.
최근에 선보인 광주폴리Ⅱ 8곳과 이전의 광주폴리Ⅰ 11곳 등 모두 19개의 폴리가 외지 관광객에게 다소나마 볼거리가 되고 있다. 그러나 광주폴리를 설명하는 안내판도 그렇고 안내책자 하나 제대로 구할 곳이 없다. 똑똑손전화(스마트폰)를 이용한 구글지도나 네이버지도에서 폴리를 검색할 수 없다는 점이 또한 문제다.
많은 사람들이 지적한다. 광주비엔날레가 열리는 도시에서 작가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어디에서 찾을 수 있는가, 광주의 정체성을 알 수 있는 작품들을 어디에서 볼 수 있을 것인가, 시민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문화적 공간은 어디에 있는 것인가 알고 싶을 따름이다.
아시아문화중심도시, 동아시아문화도시, 그리고 내년쯤이면 예상되는 미디어아트창의도시. 모두 광주를 두고 붙이는 문화도시의 수식어이다. 그런데 광주에서 벌어지는 문화 관련 행사들은 큰 변화 없이 치러질 것으로 보여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이름만 바꾸는 행사가 될 것으로 지적됐다.
한중일 문화관광 장관들이 협의해 새로 만든 동아시아문화도시는 유럽의 문화도시를 본떠 만든 아시아판 문화도시로 단순히 문화교류의 차원을 넘어서서 문화공존의 시대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에 관점이 모아졌다.

내실있는 문화적 도시재생 전략 추구

올해는 한국과 일본, 중국 등 세 나라가 동아시아문화도시를 지정하고 문화교류 활동을 시작했다. 언어가 다르고 풍습도 다르지만 문화적인 교류를 통해 공동체적인 가치를 찾고 함께 번영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가자는 취지이다.
동아시아문화도시는 2014년 우선 한국의 광주, 중국의 취안저우, 일본의 요코하마 등이 선정됐다. 중국의 취안저우는 고대도시의 풍광을 자랑하는 도시이다. 이 도시는 해상실크로드의 기점으로 이미 아랍문명과 혼재된 독특한 지역이다. 일본의 요코하마는 역사는 짧지만 개항과 함께 서구문명을 일찍 받아들인 도시이다. 근대도시의 정취를 한껏 활용하여 새로운 창조도시로서 문화를 형성하고 시민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고 있는 곳이다.
2015년에 중국, 2016년 한국, 2017년에 일본 등이 차례로 문화도시를 추가로 선정하면서 점차 아시아지역의 다른 나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렇게 아시아지역 문화도시가 확대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선도도시로서 광주의 문화적 위상을 갖추는 노력이 필요하다.
문화수도 광주, 아시아문화중심도시 광주, 동아시아문화도시 광주라는 거창한 이름보다는 문화예술을 통하여 도시재생이라는 노하우를 축적할 수 있는 내실있는 노력이 요구하다. 크게 멀리 100년을 내다보고 문화브랜드 광주를 내세우기에 충분한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전략 마련에 머리를 맞대었으면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