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명과의 대화-광주를 말한다(3)정혜숙 패트롤맘 광주지부장
100명과의 대화-광주를 말한다(3)정혜숙 패트롤맘 광주지부장
  • 권준환 기자
  • 승인 2014.08.06 16: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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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와 지역사회 위한 예산 쓰여야
아이들 가장 안전해야 할 장소는 학교

새로운 민선6기 임기가 시작한 후 지난 달 18시민아고라 500원탁회의가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려 시민들의 관심과 목소리를 듣는 시간이 마련됐었다. 허나 이 자리에는 사회단체에서 참여한 인원이 많아 시민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기에 어려움이 있지 않았나하는 의견도 있었다. 이에 <시민의 소리>는 다양한 분야의 여러 가지 주제에 대해 100명의 시민에게 릴레이로 시민의 소리를 듣는 기획기사를 마련했다. 널리 알려져 있진 않지만 광주의 발전과 미래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시민들과 각기 다른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나눠본다. /편집자 주

   
 
학교폭력은 우리 사회의 '불치병'처럼 고질적인 현상을 빚고 있다. 학교폭력은 아직 사회에 진출하지 않은 청소년들의 순수해야 할 시기에 빚어진 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모습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4대 사회악을 근절하겠다고 선언했고, 이 안에는 학교폭력도 포함돼 있다.
같은 나이 동급생들 사이에서 서열이 존재하고, 폭력과 따돌림이 발생하며, 이로 인해 피해학생들의 자살로도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문제들을 예방하고 해결하기 위해 엄마들이 나섰다. 이번 ‘100명과의 대화. 광주를 말하다’ 세 번째 순서는 정혜숙 사단법인 패트롤맘 광주지부장과 이야기를 나눠봤다.

▲만약 광주시장 또는 광주시교육감이 된다면, 폭력 없는 학교를 위해 어떤 정책을 펼치고 싶나?
먼저 많은 예산들이 밖으로 많이 새는 것을 자주 봅니다. 강운태 시장 재임 시절에 학교폭력을 근절하자는 취지로 학교생활안전협의회가 구성돼 막대한 예산이 투자된 적이 있어요.
하지만 그 많은 예산이 현장에서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 등 많은 문제점을 갖고 있어요. 따라서 정말로 학교와 지역사회를 위해 예산이 쓰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은 관계 속에서 살아갑니다. 본인 스스로 우울해하는 아이들은 생각이 맞는 또래들에게 위로를 받습니다. 같이 이야기를 나누고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치유가 되는 겁니다.

따라서 심적으로 외롭고, 우울한 아이들에게 좋은 친구가 돼줄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도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이런 아이들에게 따뜻한 친구가 돼줄 수 있는 또래를 교육해 상담사로 활용하는 것입니다.

학교폭력 가해 아이들도 처음엔 우발적으로 폭력을 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가 이게 쾌감과 승부욕, 재미라는 더하면서 점차 엇나가게 됩니다. 이렇게 삐뚤어진 아이들을 정상적인 궤도로 계도하는데 차후 드는 비용이 2억 정도가 됩니다. 그렇다면 차라리 이 2억을 미리 예방하는데 쓰면 좋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저희가 학교폭력에 관한 교육을 하러 다니다보면 대부분 깨어있는 부모나 이쪽에 관심 있는 부모들이 주로 참석합니다. 그러나 정작 이 교육을 받아야 하는 부모들은 아버지의 폭력이 심하다거나,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매일 막노동에 나가야 하는 등 매우 힘든 상황에 놓인 가정의 부모들입니다.

따라서 찾아가는 교육이 필요합니다. 실제 사례를 통해 자녀교육에 필요한 것들을 교육하고 내 자녀를 위한 마음이 있다면 주위 아이들도 다 잘 키워야 한다는 의식을 길러야 합니다.

▲패트롤맘은 정확히 무엇이고, 패트롤맘 활동을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
갈수록 안전취약계층인 유아와 청소년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학교폭력도 갈수록 다양화되고 심각해지는 상황이에요.

그래서 안전한 도시구축 활동에 유휴 여성을 자발적으로 사회봉사의 장에 참여시켜 안전취약계층을 보호하고 방범순찰 봉사를 더해 생활안전의 증진을 높이자는 차원에서 사단법인 패트롤맘이 만들어지게 됐어요.
기관에서 아이들의 안전을 전부 지켜줄 수 없으니, 지역사회가 다 할 수 없는 것들을 엄마들이 나서서 하자는 것이었죠.
광주에는 패트롤맘이 만들어진 지 3년이 됐고, 3400여명의 학부모들이 참여하고 있어요. 이중 전문상담사 자격증을 가진 패트롤맘은 45명이 있습니다.
주로 등·하교길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캠페인을 벌이고 순찰을 돌거나, 교육을 통해 학교폭력을 방지하는 활동들을 하고 있어요.

아이들이 가장 안전하고 행복해야 할 장소는 학교에요. 그렇게 된다면 좋은 에너지가 나와서 아이들이 사회를 변화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는 인재로 클 수 있을 것이에요. 하지만 학교 안 청소년들이 다양한 이유로 학교생활을 어려워하고 있어요.
학교폭력 가해·피해 학생들을 보면 가정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아요. 집에서 받은 고통을 밖에서 표출하며, 가정 내에서 쌓인 불만으로 인해 힘들어 하는 것이죠.

처음엔 잠깐 괴롭히던 것이 수위가 높아지고, 조직적이고 지능적으로 바뀌고 있어요. 그래서 ‘엄마품 멘토링’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따뜻한 엄마의 역할을 대신해 주는 활동도 하고 있어요.

▲그렇다면 이런 교육을 통해 개선된 점이 있나?
작년까지만 해도 광주의 학교폭력이 정말 심했어요. 조사를 해보면 거의 뒤에서 왔다갔다 했지요. 보통 대구나 경기도 쪽이 학교폭력이 심하다고 알고 있지만, 광주도 만만치 않았어요. 하지만 올해 초에 실시된 조사에선 광주가 전국 3위를 했어요. 놀랍고 기쁜 일이지요.

저희의 여러 노력들이 많은 아이들에게 공감을 주고, 결실을 맺은 것 같아 기뻤죠. 경찰청에서도 저희의 노력을 인정해 공이 컸다고 전해왔어요.
저희는 127개 학교에 교육을 나갔는데, 강당에서 아이들을 다 모아놓고 하지 않고 각 교실에서 아이들 눈높이로 이야기하니 효과가 컸어요.

작년에 금호지구 모학교에서 서로 장난치다가 한 아이가 죽는 사건이 발생했어요. 이때 이 학교 아이들의 우울감이 심했어요.

같이 웃고 놀던 친구가 어느 순간 눈 앞에서 사라져버렸으니까요. 그래서 그 학교에만 4번을 갔습니다. 아이들의 표정이 조금씩 밝아지는 것을 보면서 자긍심이 들었어요.

▲학교폭력 근절을 위해 어른들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하나?
많은 부모들이 ‘내 아이는 누굴 때리거나 할 애가 아니야’, ‘내 아이는 활발해서 누구에게 맞거나 하지도 않고, 친구도 많을 거야’라고 믿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전체 학생의 25%정도가 ‘학교폭력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대답했어요. 부모들은 자신의 아이가 절대 이 25%안에 속할 리 없다고 여기지 말고, 언제나 학교폭력에 노출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해요.

그리고 아이들과 대화하고, 마음을 읽어주는 역할을 했으면 좋겠어요. 청소년기는 질풍노도의 시기로서 성숙한 자아를 위한 예방주사를 맞는 시기에요.
부모들은 아이들의 행동이 이들만의 표현방식이라는 것을 받아들이고, 아이들을 안아주고 이해해주면 청소년기의 아픔이 덜할 것이에요.

▲자녀와 소통하는 교육에 있어서 좋은 방법이 있나?
제 둘째는 남자 아이인데 큰딸과 달리 반항적인 성향이 있더라고요. 친구들과 피시방에 갔다고 해서 누구랑 갔냐고 물었더니, 엄마는 말해도 모르는데 왜 묻냐는 식으로 대답을 하더라고요.

엄마를 무시 하는듯한 말을 들었을 때 저도 모르게 욱했죠. 하지만 많은 아이들을 만나면서 어른들의 책임을 통감했기 때문에 ‘나 전달법’으로 둘째 아이의 청소년기를 무사히 지나온 것 같아요.
‘나 전달법’이란, 예를 들어 아이의 방이 지저분 할 때 “왜 이렇게 방이 더러워. 어서 치워”라고 하는 지적과 비난보다는 “○○야. 네가 옷을 걸지 않으니 엄마가 봤을 때 방이 지저분해 보여. 깨끗해 보이도록 치워주면 엄마가 정말 기분 좋을 것 같은데?”라며 나의 감정을 그대로 전달하는 것이에요.

사실 학교폭력이 빚어지는 근원은 가정에서 출발한다고 생각해요. 부모부터 '나전달법'과 같은 기본교육을 통해 자녀와의 대화법을 개선하는 사회적 노력이 함께 요구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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