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선부지의 재탄생, 운영 실태와 대안을 찾다[10]
폐선부지의 재탄생, 운영 실태와 대안을 찾다[10]
  • 김다이, 송선옥 기자
  • 승인 2014.08.04 09: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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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푸른길, 휴식공간 넘어서 ‘관광명소’가 되려면?
에필로그-도심 속 폐선부지 관광명소 꿈꾸다
20세기의 수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던 주요 교통수단은 ‘기차’였다. 하지만 21세기 들어 현대화가 급속화되면서 자동차를 이용하는 사용자가 급증했다. 이로 인해 오랫동안 사용되어 온 도심 속의 철로들은 낡게 되거나 폐쇄되면서 도심 속 유휴부지로 남게 됐다. 결국 도시를 가로지르는 폐선부지는 도시계획에 큰 어려움을 주면서 전국적으로 새로운 활용방안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이번 기획취재는 폐선부지 활용방안 중 전국 최초 공원으로 재탄생한 광주 ‘푸른길’과 국내 사례, 해외 사례 등에 대한 현장취재를 통해 지역경제를 살리는 대안을 모색해본다./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1회 프롤로그-도심 속 폐선부지 모습 드러내다
2회 광주 푸른길 공원 관리실태 및 관련 시민단체의 역할
3회 국내 최초 푸른길, 지역에 미치는 사회·경제적 의미는?
4회 국내 폐선부지 활용사례-나주시 자전거 테마파크
5회 국내 폐선부지 활용사례-곡성 섬진강 기차마을
6회 해외 폐선부지 활용사례-미국 뉴욕시 High Line
7회 ‘하이라인의 친구들’과 지역 경제적 효과
8회 해외 폐선부지 활용사례-시카고 Bloomingdale Line
9회 Bloomingdale Line의 지역 경제적 효과
10회 에필로그-도심 속 폐선부지 관광명소 꿈꾸다

   
▲폐선 유휴부지를 활용해 재탄생한 미국 뉴욕의 High Line 공원
▲나주 자전거테마파크
기차는 산업시대에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교통수단이었다. 그러나 교통수단의 발달로 20세기가 지나면서 철도부지는 도시계획에 걸림돌이 되었다. 일부 폐선이 된 공간들은 추억 속의 공간으로 방치된 채 남는 사례가 많았다.

폐선부지는 흉물로 등장하고 새로운 주민불편으로 등장했다. 인근에 거주하고 있는 시민들과 환경단체는 폐선이 된 유휴부지를 활용해 또 다른 가치를 창출하는 방안을 모색하게 되었다.

▲폐선부지를 활용해 재탄생한 광주 푸른길 공원이 도심한복판을 가로지르는 녹색축을 형성하고 있다.
파리 프롬나드 플랑테 도심속 랜드마크

광주의 푸른길, 전남곡성의 기차마을, 나주의 자전거 테마파크 등이 국내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그리고 이번 해외취재 사례로 미국 뉴욕과 시카코 등을 살펴보았다. 이밖에 다른 나라에도 이같은 고민을 안고 개발한 곳이 있다.

대표적으로 프랑스 파리의 프롬나드 플랑테(Promendae plant)를 들 수 있다. 녹색이 드문 파리 시내에 하늘길을 따라 만들어진 이곳은 도시에 변화를 주고 있다. 옛 고가철길을 따라 지난 1993년 완공된 이곳은 12m의 공중에 떠있는 산책로다. 뉴욕의 하이라인프로젝트에 영감을 불어 넣어준 사례이기도 하다.

파리의 프롬나드 플랑테는 예술의 도시답게 고가 윗부분은 녹지산책공간, 고가 아래부분은 예술가들과 수공업자들의 작업공간으로 탈바꿈했다. 4.5km의 도심 속 폐선 유휴부지가 녹지공간을 넘어서 새로운 관광코스로 거듭났다.

이곳은 어린이를 위한 놀이공간 및 모래공원, 탁구대 등 다양한 시설이 있다. 뿐만 아니라 걷다보면 파리시의 리옹역에 있는 웅장한 시계탑 등을 볼 수 있다. 관광객을 모을 수 있는 도시의 랜드마크로 떠올랐다.

그밖에 일본 오타루 테미야(小樽 手宮線跡)폐선부지와 독일 루르 엘츠반 폐선부지가 대표적인 사례다.

광주에도 도심 속의 유휴부지로 남아 도시계획의 방해물이 되고,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10.8km의 경전선 부지가 존재했다. 인근 주민들은 휴식과 녹색공간인 산책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수차례의 논란과 회의, 세미나 등 10여년이 넘는 노력 끝에 도심 한 복판을 가로지르는 7.9km의 거대한 녹지축인 광주 푸른길 공원이 탄생하게 됐다.

시민들을 위한 휴식 공간 제공이라는 같은 취지로 조성된 뉴욕 ‘하이라인(High Line)’ 사례는 광주 푸른길과 비교해 비슷하다. 하지만 큰 차이점을 보였다. 물론 광주 푸른길도 국내 폐선부지 활용 사례 중 최우수사례로 손꼽히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광주 푸른길은 인근 주민들이 단순히 걷고 지나가는 보행공간이나 산책로에 그치고 있다. 목포시 폐선부지의 공원화 사업이나 인천의 주안-남인천간 옛 주인선 구간 등도 광주 푸른길처럼 공원화 사업 정도에 그치고 있다.

반면 뉴욕 하이라인은 누워서 일광욕을 즐기고, 사람과 사람사이에 소통하는 공간으로 다양한 행위가 펼쳐지고 있다.

그렇게 볼거리, 즐길 거리가 있기에 세계 각국에서 뉴욕을 방문하는 사람들에겐 꼭 들려야 하는 관광명소가 되었다. 그리고 도시계획이나 공원조성 분야 등 다양한 분야의 해외 벤치마킹 대상으로 큰 성공을 거뒀다.

단순히 지상에 위치했느냐 고가에 위치했느냐 하는 높이에서 느껴지는 볼거리가 다른 것이 아니었다. 푸른길과 마찬가지로 후원금으로 운영하는 뉴욕 하이라인은 2~3개월에 한 번씩 계절별 형형색색의 꽃과 식물들을 심고 꾸준하게 관리하고 있었다.

▲광주 푸른길 공원은 인근 주민들에게 산책로, 통학로 역할을 하고 있다.

▲미국 뉴욕의 하이라인 공원은 앉아서 쉬거나 누워서 쉬는 공간이 잘 마련되어 있으며, 다양한 볼거리가 있어 뉴욕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떠오르고 있다.
자발적인 참여와 공원에 대한 주인의식

이곳은 비영리단체인 하이라인의 친구들(Friends of The High Line)이 전반적인 운영을 맡고 있다. 정부나 기관이 아닌 일반 시민들도 공원에 대한 주인의식이 대단하구나라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실제로 1.6km를 걷는 동안 짧은 거리지만 곳곳에 하이라인 스텝(STAFF)이라는 글씨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돌아다니는 자원봉사자들의 모습이 눈에 많이 띄었다. 그들은 북적거리는 하이라인에 피어있고 심어진 꽃이나 식물에게 물을 주고 잡초를 뽑아 주는 등 정성껏 관리를 하고 있었다.

중간 중간에 다양한 볼거리는 넘쳐났다. 딜러-폰 퓌르스텐베르크 선데크라는 얇은 유수층 구간은 첨벙첨벙 발로 함께 물장난을 치는 공간이자 넓은 벤치에 앉아 태양광을 쬘 수 있는 곳이었다. 2.5m폭의 좁은 공간에 조성된 하이라인은 과연 기차가 다녔던 곳일까라는 의문이 들 정도였다.

▲현재 폐선부지를 시민들에게 휴식공간으로 제공하기 위해 공사중인 시카고의 블루밍데일 트레일.
또 현재 공사 중인 시카고의 블루밍데일 트레일(Bloomingdale Trail)을 활용해 진행 중인 The 606사업도 단순히 공원이라는 휴식공간을 넘어선다는 계획이다. 이곳에 볼거리와 즐길 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수백 달러를 기부하는 기업들과 인근에 거주하는 시민들의 관심이 뒤따르고 있다.

물론 광주 푸른길도 별별장터나 음악회 등 일부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지만 해외사례와 비교해 분명 보이지 않는 차이점이 존재하고 있었다.

광주 푸른길 조성 과정의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10년동안 푸른길과 함께해 온 전남대 조경학과 조동범 교수를 만났다. 광주 푸른길에 대한 더 많은 이야기와 해외사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전남대 조경학과 조동범 교수
조동범 교수는 “인근 주민이나 기업들은 슬럼화 방지나, 시민건강 의료 부분을 생각해 간적접인 투자가 다시 되돌아온다고 여기는 사회·경제적 인프라가 형성돼야 한다”며 “해외의 경우 조성이 끝나면 공공에 기대지 않고 관리·운영은 민·관의 거버넌스에 의해 민간이 주도하고 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마찬가지로 광주 푸른길 공원도 인근에 거주하고 있는 시민들과 투자를 하는 기업의 적극적인 참여와 결합이 뒤따라야 한계를 뛰어넘는다는 것이다. 민관이 올바른 거버넌스를 형성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필요성도 있다고 한다.

맞춤형 서비스 제공으로 ‘주인의식’ 심어줘야

또 하나 우리나라 사람들은 거주하는 인근에 공원이 있어도 아직 우리의 공원이라는 ‘주인의식’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조 교수는 “푸른길만이 아니라 광주 전체 공원이 외국의 공원처럼 앉거나 눕는 것에 대한 거부감과 다양한 볼거리가 부족하다”며 “현재 심어진 수목조사와 푸른길이 인구 구성 대비 고령자, 노인세대가 많지만 이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인가 특정적 연령층의 공간 점유인가를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나무가 우거진 푸른길을 늦은 시간에 젊은층의 여성들이 지나가는 것을 기피하는 것인지 또한 푸른길을 이용하는 세대 간 의식 차이가 있는지 조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지하철 2호선과 푸른길의 중복구간 문제와 효천역 방향으로 남아있는 유보공간이 푸른길의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조동범 교수는 “푸른길의 완성이 남아있는 유보공간의 완성이 아니다”며 “사실 효천역 부분보다 푸른길의 시작점인 광주역 부분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KTX가 들어오냐 마느냐 문제가 아니라 광주역 끝자락에 남아있는 폐선부지는 또다른 공원 가능성이 있어 잘 활용한다면 현재 푸른길의 접근성이 높아져 외지에서 찾아오는 사람들이 찾기 쉽고, 더 큰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이다고 덧붙였다.

그렇게 광주 푸른길의 사례를 들어 최근 전국의 지자체는 주민 휴식공간, 환경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사람중심 보행자 우선 공간이나, 공원화 방안으로 관심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번 기획취재를 통해 또 다른 분야의 자원으로 폐선부지를 활용하는 사례를 점검할 수 있었다. 인구가 적거나 도심지역과는 떨어진 지역에서는 폐선부지를 활용하여 지역의 관광자원을 창출하고 있었다.

나주 자전거테마파크, 곡성 기차마을을 사례로 살펴볼 수 있다. 나주 자전거 테마파크는 열악한 환경 탓에 인근 주민들만 활용하는 수준이었지만 곡성 기차마을은 국내에서 꼭 가봐야 할 관광코스로 거듭나 연간 약 49억 원의 관광 수입으로 지역의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었다.

▲전남 곡성 기차마을
지난 3월 국토교통부는 경남 밀양과 전남 순천을 연결하는 경전선 폐선부지에 제주 올레길처럼 걸어서 여행할 수 있는 '남도순례길'을 조성하고 강원도 태백선 폐선부지는 레일바이크 등을 활용한 관광지로 개발한다고 밝혔다.

당시 국토부가 공원화를 추진키로 했던 부산 해운대 미포에서 송정까지 4.8㎞의 동해남부선 폐선부지의 경우 지난달 말 민간제안공모를 통해 전동 바이크 시설을 조성한다는 아이디어가 채택됐다. 상업적, 인위적인 개발을 반대해온 시민단체 '해운대기찻길 친구들'은 "부실심사, 특혜심사를 주장하며 동해남부선 폐선부지는 도로가 아닌 시민의 공간으로 돌아와야 한다"며 시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이처럼 폐선부지 활용을 놓고 단순한 공원화에 그친 경우나 다양한 소통공간으로 만드는 경우, 바이크 등 체험과 수익사업 등 다양한 방안이 모색되고 있다.

사전 준비와 취재를 위해 처음으로 폐선이 된 철길을 따라 걸었을 땐 봄바람이 살랑대는 5월이었지만 장마가 지나고 뜨겁게 내려쬐는 햇볕으로 어느새 걷기만 해도 땀이 나는 무더운 8월의 날씨가 됐다.

앞서 소개한 사례와 취재 등으로 통해 볼 때 해외사례는 단순히 녹색공간으로 활용된 폐선 유휴부지는 휴식, 산책공간을 넘어서 관광명소로 거듭날 수 있음을 확인했다.

민선 6기가 시작됐다. 10여년의 오랜 세월 끝에 시민들을 위해 조성된 광주 푸른길도 민·관의 지속적이고 활발한 거버넌스 결합을 통해 단순히 걷기만 하는 녹색 축을 넘어서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제공하는 명품 관광명소로 거듭나길 기대해본다.

*이 기사는 지역발전신문위원회 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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