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정-@[명량]이 [군도]보다 훨씬 낫다.
수정-@[명량]이 [군도]보다 훨씬 낫다.
  • 김영주
  • 승인 2014.08.04 07: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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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빈 감독의 [용서받지 못한 자]가 보여준 군대생활의 섬세한 리얼러티에 감동했다. 더구나 그의 첫 작품이라는 게 놀랍고, 그가 어리버리한 쫄병 허지운으로도 출연하는데 그토록 어리버리한 쫄다구가 이토록 좋은 영화를 만든 감독이라는 게 더욱 놀라웠다. 첫 작품임에도, 생전 처음 보는 신인배우들에게서 그토록 자연스런 연기를 뽑아낸 게 무엇보다도 좋았다. [범죄와의 전쟁]으로 그의 작품을 다시 만났다. 사회파 깡패영화를 잔뜩 기대했는데, 조금 실망했고 하정우는 깡패보스론 좀 약했고 최민식은 좀 오바해 보였다. 그렇다고 많이 실망한 건 아니고, 매우 검사스런 곽도원이나 백여우 같은 술집 여사장을 비롯한 조연들의 캐릭터와 연기가 매우 돋보여서 좋았다. 그의 다음 작품을 기다렸다.

이번엔 그가 조선 말엽 도둑떼들의 이야기 [군도]를 만들었다. 그런데 강동원이 보여준 캐릭터와 검술 비주얼 말고는, 많이 실망했다. 하정우의 캐릭터와 연기가 나쁜 건 아니지만, 지금까지 만난 모습들 중에서 가장 낮다. 액션에 상당한 정성을 들여서 제법 좋았지만, 스토리 전개에 억지가 많고 캐릭터들도 도식적이며 대사의 맛도 얄팍해서 감독의 내공과 숙성도가 낮다. 게다가 해설이 어색했고 음악이 유치해서 닭살까지 돋아 올랐다. 그가 사극엔 전혀 소질이 없는 것 같다. [용서받지 못한 자]와 [범죄와의 전쟁]을 만든 감독이, 어떻게 이렇게까지 추락할 수 있을까? 순전히 대중재미만을 노린 것 같은데, 좋은 감독이 대중재미를 욕심내다가 죽도 밥도 아닌 작품이 되어버린 경우가 많다.( 중국 장예모 감독 · [디스트릭트9]을 만든 닐 블롬캠프 감독의 [엘리시움] · [지구를 지켜라]를 만든 장준환 감독의 [화이] · · · 이 그렇다. ) 일주일만에 400만 관객이 모인 건, 아마 앞 두 작품의 명성과 하정우나 강동원의 스타마케팅으로 부풀어 오른 거품일 게다. * 대중재미 B0, * 영화기술 B0, * 감독의 관점과 내공 : 민주파 C0.( 이 정도 점수라도 얻은 건, 액션과 강동원의 캐릭터와 검술 비주얼 때문이다. )



[군도]보다 [명량]이 훨씬 낫다. 전투장면으로 들어서기 이전엔 조금 지루하고, 연기의 달인 최민식이 이순신 캐릭터를 잘못 연기한 건 결코 아니지만 [불멸의 이순신]의 김명민보다는 덜 어울려 보였다.( 이순신의 갑옷에 용의 장식이 많이 거슬렸다. 임금의 상징인 용을 잡스럽게 그리 남용하면 안 된다. 요즘 드라마나 영화에 무대 · 의상 · 소품들의 과장된 장식이나 디자인이 너무나 지나치고 거슬려서 눈에 역겨울 정도다. ) 상영 2시간에서 그 절반인 1시간을 온통 해전海戰장면에 쏟아 부었다. 몇 몇 서운한 장면이 없지 않지만, 대단하다할 만큼 실감났다. 우리 드라마나 영화에서 전투장면을 이 만큼 실감나게 만든 작품이 없었다. 우리나라도 이젠 이런 장면을 이 만큼 만들어낼 수 있구나 싶게 대견했다. 무대도 좋고 의상도 좋다. 돋보이는 장면도 제법 많고, 마음을 흔드는 대사로 울컥 치밀어 오르는 감동도 있다. [활]을 보더라도 감독은 대중재미를 이끌어내는 요령이 좋다. 내공과 숙성을 갖춘 작품은 아니지만, 바로 이런 포인트가 1000만 관객을 몰리게 한다.

<예고편> http://movie.daum.net/moviedetail/moviedetailVideoView.do?movieId=68593&videoId=44960&t__nil_main_video=thumbnail
 
세종대왕과 이순신! 초등시절부터 세뇌받은 ‘위대한 인물’의 대표이다. 더구나 70시절 유신시대에 박정희가 충효사상을 강조하며 자기의 우상화작업을 이순신으로 대신하면서, 이순신의 사당인 현충사를 성역화하여 반드시 참배하도록 중고등학교 수학여행 필수코스로 강요했으며, 영화배우 김진규를 앞세워 [성웅 이순신]을 만들어서 단체관람 시키기도 하였다. 이순신이 아무리 훌륭한 분일지라도, 이렇게 박정희 독재정치의 우상으로 이용되어서 그 훌륭함이 박제된 미이라로 변질하여 오히려 반발감마저 일으켰다.

왜군도 그들 나름대로 일본 戰國시대의 수많은 전쟁을 헤쳐 온 역전의 용사들이고 다양한 정보망으로 많은 걸 알고 있을 터인데, “우리 쪽은 정의롭고 훌륭하며, 일본 쪽은 불의롭고 멍청하다.”는 유치한 스토리로는 열 살 어린 아이에게나 통할 이야기요, 그 때 그 시절의 [성웅 이순신]을 재탕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다행이도 이 영화는 그러하지 않았다. 일본장군도 나름대로 해류의 물살에 일가견을 갖고서 진도 울돌목을 피하지 않고 돌파하려고 했으며, 이순신과 맞장을 뜨고 사살하려는 저격수까지 준비하였다. 조선수군과 일본수군의 장점과 단점도 보여준다. 그런데 그게 그리 선명하지 않고 몇 마디 대사나 몇 몇 장면으로 힌트를 주는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이순신의 영웅적인 면모와 구루지마의 어두운 카리스마를 두 기둥으로 세우고, 나머진 돈과 땀으로 만들어낸 해상전투장면에 온 정성을 쏟았다.

대중재미와 돈벌이만 생각하면 김한민 감독의 판단이 아마 더 안전할 게다. 그러나 난 전투장면 이전의 이야기와 전투장면에 쏟은 시간을 조금씩 줄여서 시나리오를 더욱 튼튼하고 짜임새 있게 다듬어 더욱 선명하고 긴장감 있게 이끌어갔어야, 더 많은 대중재미와 더 높은 작품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함께 잡을 수 있었다고 본다. * 대중재미 A+(내 재미 A0), * 영화기술 A0, * 감독의 관점과 내공 : 보수파 B+.

* [군도]는 개봉11일 째에 관객 400만 명에서 헐떡거리고 있고, [명량]은 놀랍게도 개봉4일 째에 관객 400만 명을 넘어서고 있다. 다음 주에 [해적]과 그 다음 주에 [해무]가 관객을 기다리고 있지만, [명량]이 온갖 신기록을 세우고 있으며 이런 정도 재미와 완성도를 갖추었으니 무난히 1000만 명을 돌파할 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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