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담, 광주정신 대형 ‘걸개그림’ 무엇 담나
홍성담, 광주정신 대형 ‘걸개그림’ 무엇 담나
  • 김다이 기자
  • 승인 2014.07.24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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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비엔날레 20주년, ‘광주정신’展 특별프로젝트 현장
개막 한달 전, 8/8일부터 광주시립미술관서 만날 수 있어

동구 인쇄의 거리 입구에 있는 ‘메이홀(May Hall)’로 찾아오라는 그의 말이 전화선을 따라 들려와왔다. 막상 메이홀에 도착해 몇 층인지 몰라 다시 전화를 했다. 4층으로 올라오라는 것이었다. 

계단을 타고 올라가 도착한 4층 작업실 문을 여니 대형 걸개그림 작업이 한창이다. 5명의 사람들이 붓질을 하고 있었고 또 한 사람은 이번 작업의 전 과정을 다큐멘터리를 촬영 중이었다.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7개의 거대한 캔버스가 눈에 바로 들어왔다. 광주비엔날레 20주년 기념 특별전으로 마련된 ‘광주정신’展에 출품되는 대형 걸개그림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가로 10m 50cm, 세로 2m 50cm으로 제작되는 광주정신展 의 걸개그림은 일반 광주시민들도 붓과 발언으로 직접 참여하며 완성하게 된다. 지난 4일에는 메이홀에서 첫 시작을 알리는 작업실 집들이 축하 겸 첫 행사가 진행됐다.

주필 홍성담, 보필 다양한 작가 참여해

광주시민사회단체 활동가, 제주 강정마을 주민, 밀양 송전탑 주민, 세월호 유가족, 4대강 죽이기 반대 환경운동 활동가, 5.18당사자 등이 모여 ‘광주정신展’에 출품할 걸개그림의 주제에 대한 내용이 오갔다.

▲홍성담 작가
거대한 걸개그림의 주필은 박근혜 대통령을 풍자한 '골든타임-닥터 최인혁, 갓 태어난 각하에게 거수경례하다' 그림으로 대중들에게 잘 알려진 홍성담씨가 붓을 잡았다. 작업이 한창이던 홍 작가는 잠시 붓을 내려놓고 20주년 기념 특별 프로젝트인 광주정신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현재 그는 밥시간을 제외한 매일 12시간을 메이홀 작업실에서 걸개그림 작업에 매달리고 있다. 광주시민들은 물론 일본이나, 서울, 부산에서 오는 많은 작가들이 참여하기도 하지만 최소 2달이 걸려 그려야할 그림을 한 달도 안돼서 완성시키기 위해서다.

홍 작가는 “80년대 민중예술의 꽃은 걸개그림과 판화였다”며 “엄혹했던 1980년에는 미술도 소집단들이 손발을 이루어 공동작업을 하는 걸개그림을 그렸다”고 말한다. 그래서 이번 특별전에도 1980년 활동이 뜨거웠던 광주시각매체연구회원들 일부도 모여 작업에 참여하고 있다.

홍 작가가 말하는 걸개그림이나, 만장, 포스터, 벽보그림과 같은 민중예술은 아무 때나 그리는 것이 아니다. 그는 모멘텀(Momentum)이 있어야 한다고 한다. 구체적인 현실에서의 그릴 소재, 모멘텀이 주어져야 민중예술에 동력이 생기는 것이라고 했다.

세월호 슬픔 치유 방법 모색하는 광주정신

홍성담은 민중예술을 통해 우리의 현실을 그리는 형상의 원리, 그 원리를 통해서 우리 시대의 상징적 미학을 찾는다.

그는 “현실을 예술적 감성으로 분석하고. 형상시키는 과정에서 그림을 통해 동시대를 바라보는 감동을 준다”며 “우리 시대를 다시 거꾸로 돌리려고 부단히 애를 쓰는 악의 세력들이 따지고 보면 ‘별 것이 아니다’라는 자신감을 대중들에게 불어 넣어 주는 것”이 민중미술의 힘이라고 설명한다.

그렇게 잠시 홍성담 작가는 지난 2014년 4월 16일 전 국민에게 슬픔을 안겨준 세월호 사고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갔다.

홍 작가는 “4월에 세월호 사건이 터지고 나서 팽목항으로 내려가 4~5일 있는 동안 많은걸 느낄 수 있었다”며 “34년 전 광주 5월이 민족의 역사, 근현대사를 각인할 수 있도록 새롭게 역사의 진실을 찾아갈 계기를 마련해줬다면 한 세대가 지난 34년 이후 세월호 사건은 우리 사회 전체의 총체적인 면을 성찰해야 하는 계기를 마련해 준 사건이었다”고 말한다.

더욱이 홍 작가의 작업실이 안산 단원고 바로 옆에 자리한다. 그에게는 하나의 충격이었다. 그는 ‘어떻게 세월호 사건을 보듬고, 가족을 잃은 유가족,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국민들의 마음을 어떻게 치유할 것인가’라는 지속성이 우리 사회를 더불어 사는 공동체로 이끌어가는 ‘광주정신’이라고 설명한다.

그래서 이번 거대한 걸개그림 안에는 광주의 5월, 유신체제로 돌리려하는 정치세력, 세월호의 아픔 등을 담아냈다. 그렇게 그는 광주정신을 회화적, 문화적으로 남기는 작업을 하고 있다.

특별전 형태 아닌 광주정신 담은 본 전시돼야

광주의 정신을 담은 작품을 제작하고 있어 80년 광주의 5월은 빠질 수 없는 주제가 됐다. 홍 작가는 “말잔치를 해야만 설 곳이 있는 썩어빠진 지식인들이 분신자살까지 하며 진상규명을 외치던 80년 5월에 도대체 뭐했는지 모르겠다”며 “광주의 문제는 아직 해결이 안 된 사건이며, 광주라는 역사를 부정하는 일련의 사회적 흐름이 분명히 존재하고 있고, 진취적이고 희망적인 모습과 비전을 보여야 한다고 말을 하는 지식인들이 그 당시 무엇을 했는지 다 알고 있다”고 말한다.

1980년 민중미술로 문화선전대 활동을 펼쳤던 홍 작가는 “여성의 누드나 꽃 등을 어렵게 그려서 부잣집들 식탁 위에서 식욕을 자극해주거나 성욕을 자극해주는 그림은 그리고 싶지 않다”고 말할 만큼 자신의 세계가 뚜렷하다.

특별전으로 마련한 홍성담의 걸개그림이 완성되면 원작은 광주시립미술관 1층 로비에 2014광주비엔날레 개막 한 달 전인 오는 8월 8일부터 전시된다. 또한 이 작품을 9배 크기로 리프린팅을 한 작품은 광주시립미술관 외벽에 걸릴 예정이라고 한다.

오프닝 행사를 마치고 금남로로 돌아온 홍성담 작가와 참여작가들은 금남로 분수대에서 굿을 끝내고 오후 9시부터 100명의 아티스트들이 함께 가로 90cmX 세로 259cm의 흰 천을 금남로 중앙선에 맞추어 오월길을 여는 릴레이 퍼포먼스를 펼칠 예정이다.

만화가 강품, 공성술, 청소년 만화동아리 등이 참여하게 될 100인의 릴레이 아트는 ‘5.18에서 세월호까지’를 주제로 그림을 그리게 된다.

이외에도 7월 한 달 동안 제작되는 과정에 진행되는 강연, 토크콘서트, 그림 주막 판갈이 퍼포먼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앞으로 홍 작가는 “특별전 형식으로 떨어져 나와서 전시회를 준비하는 것이 아닌 광주비엔날레 본 전시회 내용이 광주정신에 입각해서 작가를 선정해야 되지 않나 싶다”며 “광주의 피값으로 진행되는 거대한 문화행사인 만큼 광주정신전이 본 전시 자체로 변형되어갔으면 한다”고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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