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계약, '부정개입' 없애야
수의계약, '부정개입' 없애야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7.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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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 동구청은 11일 다음달부터 시행되는 '수의계약 인터넷 입찰 운용지침'을 최종 확정했다. 대상 공사는 500만원 이상, 물품구매는 10만원 이상으로 거의 모든 수의계약이 포함된다.

입찰방법은 간편하다. 입찰개시 3일전까지 인터넷전자입찰 방식에 의한 공고 또는 동구홈페이지 수의계약 입찰정보란에 입찰이 안내된다. 이렇게 해서 업체들이 견적서를 제출하면 '제한적 최저가 방식'으로 낙찰이 이뤄진다. 기초금액 ±3% 범위내에서 복수예비가격 10개를 작성, 입찰종료후 공개하고 여기서 3개를 추첨, 산술평균한 금액을 예정가격으로 결정한 뒤 예정가격 이하 87.75% 제한적 최저가로 낙찰자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동구청 경리담당 김영송계장은 "각종공사나 물품구매, 용역을 체결함에 있어 업체선정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고, 다수업체의 참여폭을 확대해 보다 더 성실한 업체와 계약을 체결함으로써 부실시공방지는 물론 예산절감효과를 증대하기 위한 것"이라고 제도개선의 취지를 설명했다.

또 '지난해 수의계약건수가 전년도보다 2배이상 폭증했다'는 본지 보도와 관련해서는 "행정정보공개 청구된 자료를 작성하면서 1999년도 공사는 3천만원 이상, 2000년도 공사는 1천만원 이상으로 서로 다른 기준을 적용하면서 비롯된 착오이다"고 해명했다. 1999년도 1천만원 이상 수의계약공사는 70건, 공사금액은 25억6천여만원이다.

동구보다 앞서 인터넷을 통한 입찰을 시행하고 있는 자치단체는 긍정적인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광주 동구, 제주시, 서울 강남·서초구 등 투명행정 앞장

서울 강남구는 물품구매도 인터넷에 공개경쟁입찰시키고 있다. 올해 2월 26일부터 각 과에서 필요한 물품과 자재를 '옥션' 등 민간 인터넷경매 사이트에서 역경매방식으로 낙찰해 공급받고 있다.
이로인한 장점이 인정되자, 지난달부터는 모든 공사 수의계약도 자체 서버에 구축된 전자입찰 프로그램을 통해 공개 경쟁입찰제로 전환했다.

강남구 공사계약담장자는 "공무원 개입여지를 없애 업체선정을 공개적이고 투명하게 할 수 있고 예산절감효과도 크다"고 소개했다. 이 관계자는 인터넷 경매를 통한 물품구매의 경우 기존 수의계약보다 평균 15%, 연간 3억원정도의 예산이 절약될 것으로 내다봤다.

물품구매 인터넷 역경매 이용도

서울 서초구는 1년전부터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물품구매 견적서를 홈페이지나 인터넷경매업체를 통해 받고 있다. 담당공무원은 "역경매방식이라서 간혹 상품 질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15~17%의 예산절감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수수료가 2%나 되는 인터넷경매사이트보다는 자체 홈페이지 구매견적시스템을 활성화해 나갈 계획이다"말했다. 이 담당자 역시 이 방식의 장점으로 공무원과 업체와의 유착을 없애고, 투명행정을 실현한다는 점을 들었다.

제주시청은 공사 수의계약 전산추첨제를 도입했다. 홈페이지 공고를 통해 전 업체를 대상으로 견적서를 제출할 수 있도록 공개하고, 등록업체 가운데 추첨으로 계약업자를 선정한다. 대상이 되는 공사는 3천만원부터 1억원미만 공사.
이밖에 북제주군 역시 수의계약공사를 인터넷에 공고, 업자를 선정하는 간이입찰제를 시행하고 있다.

'종이회사'낙찰로 인한 부실 시공우려도

이처럼 자치단체가 앞다투어 수의계약에 메스를 대는 까닭은 무엇일까. 수의계약이 장점보다는 단점이 더 많다고 보기 때문이다. 건설업계와 공무원들도 수의계약이 ▲특정업체와의 유착을 통한 뒷돈거래 ▲경쟁입찰 방식에 비한 예산낭비 ▲일부 공사의 경우 공사비 10%에 달하는 리베이트 관행으로 인한 부실공사 초래 위험 등을 안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일부에서는 수의계약이 대부분 동네 뒷도로 포장사업 등 '민원성 사업'에 치중되고 있다고도 지적한다. 말하자면 도시계획 등에 의한 사회간접자본 확충보다는 몇 몇 의원들의 '목소리 큰 곳'에 선심성 사업으로 쓰여질 가능성이 많다는 얘기다.

물론 수의계약이 갖는 장점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크다. 국가계약관계법 상 천재지변 등으로 경쟁에 부칠 수 없는 경우, 하자책임구분이 곤란한 경우 등 수의계약이 꼭 필요한 공사도 있다. 이 가운데 가장 설득력 있게 들리는 목소리는 "경쟁입찰시, 오히려 부실시공을 초래하기 쉽다"는 지적이다.
각 업체의 재무건전성 여부나, 시공능력, 성실성 여부 등을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자칫 시공후 하자보수 등 부실을 양산할 위험이 크다는 우려다.

실제 건설업계는 이른바 '페이퍼 컴패니(종이 기업)'의 창궐로 골치를 않고 있다. 건설업 면허제의 등록제 전환, 지난해 7월이후 일반건설업 등록기준 중 공제조합 출자의무제도 폐지, 지난해 4월 적격심사기준 추정가격 10억원 미만인 소규모 공사에 대한 실적평가제외로 인한 신규업체의 입찰참여기회 확대 등으로 인한 건설업체 설림 붐이 일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건설협회 광주시회에 따르면 광주지역 신규등록 건설업체수는 지난 한해동안 80개에서 올해 상반기만 무려125개로 폭증했다. 전남 역시 지난해 277개에서 올 상반기만 222개, 전국적으로는 2000년 3천76개에서 올 상반기만 2천952개가 신규 등록했다.

강영순 광주건설협회 사무처장은 "기술자나 자본금이 없어도 컨설팅회사에 돈을 주고 의뢰하면 건설업을 등록해준다"며 "이로인해 시공능력은 없으면서도 핸드폰만 가지고 다니는 종이회사가 만연, 공사를 따면 수수료만 챙기고 하도급을 주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이같은 문제는 수의계약과 관련, 제도적 장치로 어느정도 차단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제주시청 공사계약담장자는 "간혹 시공경험이 부족한 신규업체가 낙찰돼 현장감독 등이 애로를 겪는 경우는 있지만, 감리를 강화하기 때문에 부실시공문제는 크게 걱정할 것이 못된다"고 말했다. 수의계약을 인터넷 공개입찰로 전환한 자치단체에서 제한적 최저가낙찰제, 1, 2순위 등 입찰참가업체 자격기준 등을 두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예산절감효과 10%기대, 입찰참가수수료 수익중대효과 예상

반면, 공사 수의계약이 경쟁입찰에 비해 예산낭비요인이 크다는 것은 각종 통계자료로도 뒷받침되고 있다. 10일 끝난 광주시 광산구 본회의 결산감사에서 감사위원인 이상록의원은 시설공사 수의계약으로 수억원의 예산이 낭비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결산감사위원회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광산구 수의계약이 전체 총공사계약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건수로 92%, 계약 금액기준으로는 50%를 차지했다. 문제는 낙찰률로 수의계약이 설계가격의 96.72%에 달하는 반면, 경쟁입찰은 87.75%에 그쳤다. 10% 정도의 예산폭이 있는 셈이다. 이정도 비율이면 광산구는 지난해 기준으로 연간 5억여원을 절감할 수 있다.

광주 서구 역시 지난해 공사 경쟁입찰 낙찰률이 86.36%였던데 반해 수의계약공사는 92.43%로 높았고, 동구는 경쟁입찰이 86.73%, 수의계약이 94.38%로 보통 6~10%대의 예산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북구는 수의계약이 95.86%, 경쟁입찰이 87.31%의 낙찰률을 각각 보였다.
특히 서구는 지난해 총공사 건수 78건 가운데 수의계약이 72건이나 됐다. 공사비면에서도 전체 공사비 44억 4천만원 가운데 수의계약금액은 32억 3천만원, 6건에 불과한 경입찰공사는 금액도 12억1천만원에 지나지 않았다. 이는 대부분 공사가 수의계약으로 처리되면서 예산낭비폭도 그만큼 커질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예산절감, 공정성 투명성제고, 수익증대 등 장점 많아

더욱이 수의계약을 경쟁입찰제로 전환할 경우 예산절감은 물론 재정수익증대에도 보탬이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바로 인터넷 입찰 공고시 업체가 내는 입찰 참가 수수료 수입이다. 수의계약공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1천만~5천만원 공사에 견적서를 낼 때 수입증지대가 1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입찰로 인한 등록비수입이 공사 1건당 수십만에서 수백만원은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광주시 전문건설업체수는 현재 700여개(등록수 1459개), 전남은 2천 130여개(5434개)에 달하고 있다. 일반건설은 광주가 162개업체(213), 전남 984개(1199)에 달하고 있다. 광주시 북구청의 경우 인터넷에 입찰 공고하는 수의계약 공사에 1건당 보통 30~40개업체가 표찰에 참여하고 있다.

공정한 계약기준을 만들려면

인터넷의 보급으로 수의계약은 이제 구시대의 유물이 되고 있다. '공정한 기준과 절차'라는 측면에서도 개선돼야 할 때가 됐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존 롤스는 '정의론'에서 공정한 계약과 관련된 의미심장한 모형을 제시하고 있다. "파이가 하나 있다. 다섯사람이 공평하게 나누려면 어떤 방법이 가장 좋은가? 가장 좋은 방법은 어떤 한 사람으로 하여금 파이를 다섯조각으로 나누게 한 다음 다른 사름들이 파이를 한조각씩 갖고 마지막 남은 파이 한 조각은 파이를 자른 사람이 갖게 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 더 큰 파이조각을 갖고 싸우는 것이 걱정된다면, 네 사람이 가위바위보를 해 이긴 사람부터 골라 가지게 하면 된다"

이런 경우에는 어느 누구도 자신의 파이가 적다고 불평할 일이 없다. '가위바위보'라는 경쟁을 통해 나타난 결과이기 때문이다. 이 경우는 10사람이 있는데 파이를 5조각 밖에 분배하지 못하는 경우에도 해당된다. 설혹 자신에게 파이가 분배되지 않더라도 모두가 동의하는 게임의 룰이 확립됐다고 보기 때문이다.

인터넷 공개입찰로 전환해야

수의계약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관급공사라는 '파이'를 자르는 사람이 바로 단체장이라고 한다면, 단체장은 업체로 하여금 '가위바위보'를 하도록 해야 공정하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심지어 여러개의 파이를 몰아주기까지 가능한 수의계약에서는 공정한 게임의 룰을 기대하기 힘들다.

이제 수의계약은 인터넷을 이용한 공개입찰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행자부와 조달청도 시범자치단체를 선정, 모든 경쟁입찰을 전자입찰제로 전환, 운영하고 있고, 일부 자치단체에서는 수의계약까지 포함시키는 추세다.

공무원들은 "별다른 장점과 명분이 없는 상태에서 단순히 법적근거만을 내세워 수의계약을 고집하는 것은 시대적 추세와 맞지 않을뿐더러, 일부 수의계약을 둘러싼 먹이사슬의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는 것으로 인식될 수도 있다"며 "인터넷 등 정보환경의 급변과 공개적이고 투명한 행정에 걸맞게 하루빨리 수의계약제도가 공개입찰로 개선되야 할 것이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전문건설협회 광주시회 역시 "수의계약이 온존하는 이유는 단체장이 선심성사업을 하는 등 고유권한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으로 어느 특정업체가 발주관서에 로비를 벌인다는가, 알음으로 선심성 공사를 주는 경우, 시구의원들에게 활동비 명목으로 떼주다 보면 공사비도 별로 남는게 없어 업체의 경영도 부실해질 수 있다"며 "해 먹은 사람들이 계속 해 먹는 것도 형평성에 어긋나고, 전체업체가 공정하게 참여해야 하기 때문에 비리를 차단하고 행정을 투명화하기 위해 꼭 수의계약을 공개입찰로 전환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무엇보다도 우리사회가 IMF를 지나면서 모든 분야에서 갈수록 공정성과 투명성 요구가 커지고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공개경쟁입찰로 바꾸는 지자체가 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시대의 흐름을 반영한 것에 다름 아니다.

관급공사 수의계약이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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