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선부지의 재탄생, 운영 실태와 대안을 찾다[4]
폐선부지의 재탄생, 운영 실태와 대안을 찾다[4]
  • 김다이 기자
  • 승인 2014.06.18 02: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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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환경에 적절한 폐선부지 활용방안 모색해야
국내 폐선부지 활용사례-나주시 자전거 테마파크
20세기의 수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던 주요 교통수단은 ‘기차’였다. 하지만 21세기 들어 현대화가 급속화되면서 자동차를 이용하는 사용자가 급증했다. 이로 인해 오랫동안 사용되어 온 도심 속의 철로들은 낡게 되거나 폐쇄되면서 도심 속 유휴부지로 남게 됐다. 결국 도시를 가로지르는 폐선부지는 도시계획에 큰 어려움을 주면서 전국적으로 새로운 활용방안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이번 기획취재는 폐선부지 활용방안 중 전국 최초 공원으로 재탄생한 광주 ‘푸른길’과 국내 사례, 해외 사례 등에 대한 현장취재를 통해 지역경제를 살리는 대안을 모색해본다./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1회 프롤로그-도심 속 폐선부지 모습 드러내다
2회 광주 푸른길 공원 관리실태 및 관련 시민단체의 역할
3회 국내 최초 푸른길, 지역에 미치는 사회·경제적 의미는?
4회 국내 폐선부지 활용사례-나주시 자전거 테마파크
5회 국내 폐선부지 활용사례-곡성 섬진강 기차마을
6회 해외 폐선부지 활용사례-미국 뉴욕시 High Line
7회 ‘하이라인의 친구들’과 지역 경제적 효과
8회 해외 폐선부지 활용사례-시카고 Bloomingdale Line
9회 Bloomingdale Line의 지역 경제적 효과
10회 에필로그-도심 속 폐선부지 관광명소 꿈꾸다

   
 
이번엔 녹색의 싱그러운 푸릇함과 철도 폐선부지를 따라 나주까지 이어갔다. 국내에서 점점 늘고 있는 폐선부지는 비도시 지역의 경우 관광자원화를 하고 있고, 도시 지역은 공원화를 하고 있는 추세다.

그렇다면 도시와 비도시 지역의 중간 역할을 하며, 위치도 그 중간 지점에 위치한 전남 나주의 폐선부지는 어떤 모습으로 재탄생했을까. 나주는 현재 ‘녹색교통’ 활성화를 위해 자전거길 만들기 등 자전거 전용도로망 구축에 어느 도시보다 관심을 쏟고 있다.

한 때 내륙, 육상교통 요충지 역할해

현재 나주시는 사라진 구 나주역과 영산포역을 포함한 흑룡육교~구진포터널까지 약 3.6km(233,398㎡) 폐선구간을 자전거테마파크로 조성키로 하고 지난 2004년 9월 공사를 착공해 2012년 2월 완성된 모습을 드러냈다.

이곳은 1915년 호남선 철도가 개통되면서 생긴 구간으로 다시 호남선 직선화로 인해 나주역과 통합되어 영산포역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조선시대로 거슬러 한때 영산포 일대는 내륙교통과 해상교통의 요충지로써 전성기를 누린 적도 있다.

영강 삼거리에 처음 발을 내딛고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자전거도로라는 것을 짐작케 하는 자전거 모양의 큰 조형물이다.

영강 삼거리를 기준으로 큰 자전거 조형물이 놓인 곳은 구 나주역 구간, 길 건너 그 반대편은 나주철도공원을 포함해 구진포터널까지 이어지는 구간이다.

나주시는 이곳을 지난 2004년 약 106억여 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공사를 착공했다. 자전거·인라인도로, 산책로, 소공원, 분수대, 가로등, 화장실, 가로수 및 조경수, 쉼터 등을 조성하여 인근 지역주민들의 산책공간으로 사용되고 있다.

부지 활용방안 놓고 우여곡절 겪기도

제일 먼저 도착한 곳은 3.6km 자전거테마파크의 중간 지점에 위치한 있는 ‘나주철도공원’에 도착했다. 이곳을 도착했을 땐 금방이라도 소나기가 쏟아질 것 같은 날씨였다.

당초 이 일대는 2001년 농산물유통센터나 철도박물관을 세울 계획이 논의됐다. 지난 2001년 8월 영산포역은 철도박물관 조성을 위한 국유재산 무상사용허가 신청을 한 바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계획이 무산되고 철도공원으로 탄생하는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실제로 나주시 산림공원과의 나주 철도공원 조성사업 추진 일정표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나주시 산림공원과 송홍근 공원관리팀장은 “나주역에서 구진포까지 시에서 매입을 하고 원래 철도박물관을 계획했는데 박물관을 조성하기엔 어려움이 있어 미카 증기열차를 그대로 놓고 철도공원으로 조성했다”며 “미카열차 옆 공간은 최근 잔디를 심었는데 잔디를 조성하기 전 공터로 남아있을 땐 대형트럭들의 주차장이 되어 공원부분을 활성화시키지 못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나주철도공원의 미카열차가 서있는 바로 옆 부지는 지난 5월 중순 잔디조성이 마무리 됐다. 그리고 인근 주택단지는 광주여대, 동신대 학생들이 담벼락에 벽화를 꾸며놨다.

영산포역 플랫폼 인근에 있는 나주철도공원관리사무소에서 최영수씨를 만나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최 씨는 “옛날 영산포역는 해남, 완도, 진도, 영암, 장흥 등에서 서울을 올라갈 때 꼭 거쳐 가는 역이었다”며 “사실 일제강점기 시절부터 깊은 역사가 있는 구 나주역보다는 보존할만한 것이 없지만 자전거도로, 산책로가 조성되면서 새벽에 일찍 나와 운동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또한 최 씨는 “사실 외지에서나 멀리에서 찾아와서 철도공원을 둘러보고 가는 분들 중에선 실망하고 돌아가는 경우도 종종 봤다”며 “나주철도공원은 500m 정도 작은 규모로 미카열차와 영산포역 플랫폼 정도로 볼거리가 부족해 유채꽃 축제, 홍어축제를 보고나서 잠시 들렸다 가는 정도였다”고 말한다.

폐선부지, 하나의 통합된 관리부서 필요해

이미 몇몇 언론에서 보도되어 이용자 수요가 많지 않고 테마공원의 특성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현장 방문을 통해 여실히 드러났다. 광주 푸른길공원처럼 일부 특정 구간에 정기적으로 진행되는 소규모 행사들이 없었고 인근 주민들도 새벽이나 저녁에 운동공간으로 잠시 활용하는 정도였다.

현재 자전거테마파크에서 그나마 볼거리가 있는 곳은 500m 남짓한 나주철도공원 인근이다. 또한 나주시 자전거테마파크는 나주시에서 2개의 부서가 나뉘어 별도로 관리하고 있었다. 흑룡육교~영강삼거리(L=983m)구간은 도시과 관리, 영강삼거리~삼영부영아파트(L=983m)구간은 삼림공원과 관리, 삼영부영아파트~구진포터널(L=2,623m)는 다시 도시과 담당이었다.

이 부분은 어찌됐든 폐선부지를 활용해 도시재생의 역할을 하고 있는 하나의 공간이라는 점에서 효율적인 활용방안을 찾기 위해서는 하나의 통합된 부서에서 관리·담당할 필요성이 있어 보였다.

이렇게 나주철도공원을 지나 쭉 구진포 터널까지 자전거테마파크가 이어간다. 생태탐방코스로 산책로, 자전거·인라인 도로가 잘 조성되어 있어 양옆에 우거진 푸른 숲의 풍경을 보면서 지나간다면 꽤나 자연의 신선함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발이 맞닿고 있는 길은 아스팔트 포장으로 뒤덮여 있어 아이러니 했다. 폐선부지를 살려 조성된 곳임을 찾을 수 없었다.

다행히 구진포 터널 방향으로 갈수록 자전거테마파크 주변은 시골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광주 푸른길과 비교했을 때 또 다른 풍경이었다.

나주시 도시개발팀 송영용 팀장은 “시에서 구간에 있는 철도를 다 걷어내고 자전거 길을 만들면서 사실은 레일을 활용하지 못해 아쉬워하는 부분이 있다”며 “축제와 연계하여 활용성을 높이는 방안을 찾아 보겠다”고 말했다.

이렇듯 나주시 자전거테마파크와 광주 푸른길은 폐선부지를 공원화 했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지만 지자체의 주변 환경에 따라 이용률, 활성화 부분에서는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앞으로 폐선부지를 개발할 지자체는 주변 환경을 심도 있게 점검해 보고 시민들에게 사랑받는 적절한 활용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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