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선부지의 재탄생, 운영 실태와 대안을 찾다[2]
폐선부지의 재탄생, 운영 실태와 대안을 찾다[2]
  • 김다이, 송선옥 기자
  • 승인 2014.06.04 03: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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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푸른길 8.1km 구간전체 현장 탐방 하다
푸른길 공원 관리실태 및 시민단체의 역할
20세기의 수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던 주요 교통수단은 ‘기차’였다. 하지만 21세기 들어 현대화가 급속화되면서 자동차를 이용하는 사용자가 급증했다. 이로 인해 오랫동안 사용되어 온 도심 속의 철로들은 낡게 되거나 폐쇄되면서 도심 속 유휴부지로 남게 됐다. 결국 도시를 가로지르는 폐선부지는 도시계획에 큰 어려움을 주면서 전국적으로 새로운 활용방안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이번 기획취재는 폐선부지 활용방안 중 전국 최초 공원으로 재탄생한 광주 ‘푸른길’과 국내 사례, 해외 사례 등에 대한 현장취재를 통해 지역경제를 살리는 대안을 모색해본다./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1회 프롤로그-도심 속 폐선부지 모습 드러내다
2회 광주 푸른길 공원 관리실태 및 관련 시민단체의 역할
3회 국내 최초 푸른길, 지역에 미치는 사회·경제적 의미는?
4회 국내 폐선부지 활용사례-나주시 자전거 테마파크
5회 국내 폐선부지 활용사례-곡성 섬진강 기차마을
6회 해외 폐선부지 활용사례-미국 뉴욕시 High Line
7회 ‘하이라인의 친구들’과 지역 경제적 효과
8회 해외 폐선부지 활용사례-시카고 Bloomingdale Line
9회 Bloomingdale Line의 지역 경제적 효과
10회 에필로그-도심 속 폐선부지 관광명소 꿈꾸다

   
 
계속되는 무더운 날씨를 식혀줄 비가 내리고 광주시민들이 푸른길을 걷고 있다. 광주 도심을 길게 관통하는 7.9km의 푸른길 공원은 광주 시민들의 사랑받는 산책로로 활용되고 있다.

현재 광주의 푸른길 공원은 동구 계림동, 산수동, 지산동, 동명동, 서석동, 학동을 거쳐 남구 양림동, 백운동, 주월동, 진월동까지 이어진다. 수많은 동네를 푸른길 하나로 이어주고 있는 푸른길 공원은 곳곳에 광주지역 동네 명소들이 숨어있다.

푸른길 공원의 시작점은 광주역이지만 반대로 진월동의 동성중 구간부터 광주역 방향으로 약 8km 정도의 푸른길을 3~4시간 소요해 걸어봤다.

사라진 기찻길 양 옆으로 우거진 녹음

비가 그친 후라서 그런지 푸른길의 양옆에 늘어선 푸릇푸릇한 녹색 숲들이 더욱 진해보이고 녹음이 가득했다. 평소 푸른길을 찾는 사람은 인근 동네에서 살면서 동네를 가장 잘 알고 있는 평범한 시민들이다.

아이스크림을 들고 하교하는 학생들, 강아지를 데리고 나온 산책하는 시민,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 정자에 모여 앉아 쉬고 있는 동네 어르신들 등 각양각색이다.

푸른길공원은 시민들에게 사랑받는 산책로로 거듭나기 80년 전 광주~여수구간 경전선이 효천역에서 남광주역을 지나 광주역까지 기차가 다니던 기찻길이었다.

하지만 철도로 인해 소음 및 진동피해, 교통체증, 교통사고, 도시발전의 단절 등 오히려 인근 지역주민에게 생활에 불편을 주게 되면서 지난 1980년부터 철도폐선 요구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후 오랜 기간 동안에 걸친 시민들의 요구로 1995년 철도이설공사가 진행되고, 10.8km구간이 2000년 8월 완전히 폐선됐다. 그러나 도심 속을 관통하는 이곳이 완전히 폐선되기까지 광주시민들과 환경단체들은 수년 동안 남은 낡은 폐선부지의 활용방안을 놓고 또다시 광주시와 공방을 펼치게 됐다.

광주시는 경전철 부지로 활용하자는 의견이 있었고, 의회, 일반시민, 인근 거주민, 전문가, 시민사회단체는 폐선부지를 살려 녹지공간 조성을 요구했다.

지역주민 뜻 모아 폐선부지 녹색공원 조성 주장

지난 1999년 민간단체와 지역주민은 ‘푸른길 조성’을 주제로 푸른길가꾸기시민회의를 창립하고 수많은 토론회 및 간담회, 푸른길 가꾸기 서명운동을 펼쳐 결국 광주시는 시민들의 손을 들어줬다. 결국 2000년 12월 남아있는 폐선부지를 녹지공간으로 조성하기로 결정하게 됐다.

이후 총 사업비 278억 원을 들여 10여년의 구간별 공사를 진행하면서 지난 2013년 남광주역사 테마파크 조성사업을 끝으로 폐선부지를 활용해 재탄생하게 된 푸른길 공원이 전국 최초 사례가 됐다.

남광주역사 테마파크 바로 옆에 위치한 푸른길공원 방문자센터에서 전남대 조경학과 조동범 교수와 (사)푸른길 이경희 사무국장을 만나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조동범 교수는 “푸른길을 만드는데 시민들이 참여한다고 하는데 솔직히 기술적인 부분은 그렇지 못하는 부분도 있었다”며 “조성과정에서 행정의 역할이 명확하지 않은 가운데 여기에 참여하는 기구들의 포지션을 정확하게 주지 않아 행정과 전문가가 결합하는 시스템이 애매해다”고 말한다.

또한 조 교수는 “초창기 행정에서 그리는 그림이 시민들도 생각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시가 설계하는 방식은 충분히 설명적이지 못했다”며 “행정과 시민단체 사이에서 중간에서 답답해하는 것을 절충하기가 힘들었고, 폐선부지 활용방안으로 이전에 조성된 사례가 없었던 점이 힘들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최근 푸른길이 힘들어하는 도시철도2호선 중복 문제도 손꼽았다.

처음 발걸음을 시작했던 동성중에서~백운광장까지 푸른길은 2.4km이며, 진월동은 인근 학교가 많아 학생들의 등학교길로 활용 되고 있었다. 또한 상권이 죽었던 빅시티 주변 외에도 길게 늘어선 푸른길을 따라 소규모 음식점들과 길거리 시장이 형성됐다. 그만큼 푸른길을 지나가는 사람이 많고 경제에도 활기가 띠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사)푸른길 이경희 사무국장은 “마을지역에서 어찌됐든 경제라는 것이 사람이 모이고 북적북적해야 다양한 거래행위가 나타나게 되는 것 같다”며 “현재 푸른길은 땅에 대한, 물건에 대한 최근에는 예술이나 문화에 대한 거래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한다.

동성중에서 175m 확장되어 7.9km→현재 8.1km

또한 푸른길에 심어있는 나무를 하나씩 살펴보면 공원을 조성하기 위해 헌수운동을 펼쳤던 것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주월동은 ‘시민 참여의 숲’ 구간으로 길바닥 풀더미 사이에 건설업체들이 헌수에 참여한 흔적들이 남아있었다.

진월동의 푸른길 공원 주변은 대부분 아파트 단지가 형성되어 있어 젊은층의 유동인구가 많은 편이다. 취재 당시는 지방선거 기간인 터라 도로가 아닌 시민들의 쉼터이자 유동인구가 많은 푸른길 공원까지 선거운동원들이 눈에 계속 띠었다.

한편 아직 동성중에서 효천역까지 유보공간으로 미완성된 폐선부지가 남아있다.

이 사무국장은 “효천역까지 구간을 푸른길로 계속 이어간다면 도시외곽으로 나갈수 있는 자전거 길로 활용하는게 참 좋을 것 같다”며 “현재 효천역세권 택지개발이 있다고 들어서 공원을 조성해도 많은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효천역만 건너오면 푸른길과 연결되고 남구쪽으로 들어오기 가장 쉬운길이 될 것이다”고 전망했다.

현재 완성된 푸른길 공원은 7.9km가 아닌 약 8.1km다. 지난해 9월 시작해 동성중에서 효천역까지 175m정도 푸른길을 확장시켜 올해 3월 완성시켰기 때문이다. 이제는 폐선부지 총 10.8km 중 나머지 2.7km가 푸른길로 완성해야할 미완의 숙제로 남아있는 상태다.

백운광장에서 양림동으로 이어가는 푸른길은 가장 큰 단절구간으로 푸른길의 연결성을 깨트리는 것이 아쉬운 부분이었다. 몇 번의 신호를 기다리고 건너야 푸른길로 산책을 이어갈 수 있었다.

백운광장에서 남광주역사까지 약 2.1km의 푸른길도 마찬가지로 인근에 아파트단지들이 형성되고 푸른길을 따라 광주천변과 남광주역까지 이어주는 다리도 생겼다. 남광보도교에서 내려다보는 여름철 광주천의 풍경은 뉴욕 하이라인 못지않게 내려다보는 멋이 있었다.

다시 남광주 4거리에서 조대 정문까지 발을 옮겼다. 이곳은 약 500m로 푸른길 공원 조성사업 중 제일 먼저 조성된 곳으로 개보수가 필요한 부분이 많아 보여 아쉬움을 줬다.

과거 기찻길 회상 하도록 마을 벽화 그려

마지막으로 조대정문부터 광주역까지 약 2.9km구간을 걸었다. 서석동에서 동명동으로 넘어가는 농장다리 인근 푸른길은 현재 경사완화공사로 한창 공사중이었다. 이 공사는 올해 4월에 시작해 12월이 끝날 예정으로 푸른길을 이용하는 시민들에게 큰 불편함을 주고 있었다.

어쩔 수 없이 동명동으로 이어지는 푸른길을 길을 건너 우회해서 갈 수밖에 없었다. 이곳을 지나 산수굴다리와 계림동까지 이어지는 푸른길 구간은 그야말로 바로 옆에 주택이 다닥다닥 붙어있었다. 과거 기차가 다니던 시절 얼마나 소음이 심했을까 상상할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

하지만 현재 푸른길 옆 바로 담벼락을 두고 있는 주택에는 기차에 대한 옛 추억을 떠올릴 수 있는 벽화들이 그려져 있다. 이로 인해 어린학생들에게 “이 길이 진짜 기찻길이긴 했었나보구나”라고 푸른길을 걸으며 과거를 상상할 수 있게끔 꾸며 놨다.

10.8km폐선부지를 기념해 10.8m 푸른길 파빌리온을 지나 푸른길의 시작점인 광주역에 거의 도착하면서 약 8.1km 도보 3~4시간의 푸른길 공원 긴 여정을 끝낼 수 있었다.

기나긴 푸른길 공원은 북구에서 시작해 동구를 거쳐 남구까지 이어져 있다. 그래서 푸른길 공원 내 시설을 개보수 하는 역할은 관할 구청이 맡고 있어 통합된 시스템으로 관리하기는 어려운 부분이다.

이경희 사무국장은 “푸른길 공원 같은 경우는 약간 특별한 형태로 길게 늘어선 공원이기 때문에 인력도 많이 필요할 것이다”며 “행정이 독자적으로 하는 것 보다 시민참여, 시민단체, 개인기업 등의 참여를 이끌어내서 거버넌스 형태로 문화, 경제적인 효과까지 끌어내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현재 푸른길 공원의 주변에 사는 주민들의 공간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가운데 행정과 시민단체가 한데 어울려 쌍방향적 소통구조로 거버넌스를 이끌어 갈 수 있도록 타사례 혹은 해외사례를 찾아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해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기금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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