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의 미래를 여는 손님집[7]
광주의 미래를 여는 손님집[7]
  • 권준환 문상기 기자
  • 승인 2014.05.29 15: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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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들이 광주를 다시 찾길 바라며
특수성 가진 지역은 규제 풀어야

게스트하우스(Guest House)란 다양한 문화권의 여행자들이 다른 여행자들을 만나 한 공간에서 정보를 공유하고 소통할 수 있는 숙박시설의 한 유형이다. 한국에서는 외국인관광도시민박업종에 해당한다. 세계적인 관광도시의 경우 민박업이 활성화되어 있다. 하지만 광주의 경우 외국인관광도시민박업의 활성화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여러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광주는 2015년 아시아문화전당 개관을 통해 국제적인 문화도시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하지만 사실 관광객들을 맞이할 숙박시설이 변변치 못한 현실이다. 이에 그저 하룻밤 잠을 자고, 떠나면 잊혀지는 숙박시설이란 개념을 떠나 문화를 담을 수 있는 게스트하우스 확대 방안을 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1회. 프롤로그 - 낭만과 경험의 문화적 가치
2회. 광주의 ‘손님집’ 이대로 괜찮나
3회. 서울 북촌한옥마을, 전통한옥의 정취에 빠져들다
4회. 남해 독일마을, 사람과 사람. 그 사이의 소통
5회. 목포, 1935년도의 전성기를 꿈꾸다
6회. 광주만의 문화를 담는 손님집
7회. 손님들이 광주를 다시 찾길 바라며
8회. 에필로그 - 광주의 미래를 여는 손님집

인간은 추억을 먹고 산다

누구에게나 기억에 남는 추억의 장소가 있다. 첫사랑의 풋풋함으로 첫키스를 했던 겨울 바닷가라든지, 현재 배우자를 처음 만났던 작은 카페라든지, 아들이 처음으로 ‘아빠’라고 말했던 전셋집 같은 곳들은 평생 잊혀지지 않는 추억의 공간이다.

인간은 추억을 먹고 산다 했다. 세계적으로 많은 도시들이 산업적 발전을 도모하기 보다는 지역문화를 활성화해 관광형 도시로서의 도약을 꾀하고 있다. 그 지역만이 가지고 있는 특수성을 바탕으로 사람들에게 추억을 심어주고자 하는 것이다.
광주도 마찬가지로 민주·인권·평화라는 기치를 내걸고 문화·예술의 도시를 지향하고 있다. 그렇다면 광주를 찾는 손님들에게 강한 인상을 줘서 ‘다시 찾고 싶은’ 광주를 만들기 위해 어디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을까?

관광객들이 방문지의 문화를 가장 가까이서 접할 수 있는 곳은 바로 ‘집’이다. 숙박업소가 아닌, 사람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반찬은 주로 어떤 걸 먹는지, 가장 가감 없이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실제로 그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의 가정집이란 소리다.
외국의 선진 관광지들은 민박, 즉 게스트하우스 문화가 잘 발달되어 있다. 원래 게스트하우스라는 것은 수십 년 동안 한 집에서 살아오며 아들딸 모두 시집장가 보낸 노부부가 자식들의 방을 여행객이 머물고 갈 수 있도록 하면서 시작됐다.
그러던 것이 점차적으로 확대돼 놀리는 방을 활용한 게스트하우스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적은 비용으로 효과적으로 여행하길 원하는 젊은 여행객들은 가격대가 저렴한 게스트하우스를 찾는다. 수요가 늘면서 자연스레 누리망 상에서 게스트하우스나 호스텔을 여행객에게 소개하고 연결해주는 전문 사이트가 생겨났으며 현재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젊은 여행객들은 같은 게스트하우스에 묵는 다른 여행자들과 정보를 공유하거나 비용을 모아 같이 그 지역을 둘러보는 ‘게스트하우스 문화’를 만들어간다. 경비를 절약하기 위해 같이 다니고, 술 한 잔 기울이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자연스레 친해진다. 그렇게 여행을 통한 국제적 친분을 쌓을 수 있다.

취재진은 이번 ‘광주의 미래를 여는 손님집’이라는 주제로 기획보도를 하면서 광주의 게스트하우스가 가지고 가야할 요소로 세 가지를 제시했다. 광주만의 특수성을 담을 것, 볼거리를 만들 것, 문화공간으로 활용돼야 할 것 등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요소들도 게스트하우스가 확충되었을 때 반영될 수 있는 것이다.

'손님집' 확충의 긍정적 효과

서울특별시의 경우 게스트하우스(도시민박업)가 관광인프라를 확충하고 일자리 창출 효과를 거둘 것으로 예상해 지난 2013년 ‘서울시 도시민박업 활성화 지원 대책’을 발표했다.
350개소 신규 창업을 목표로 시행된 이 정책은 신규창업자에게 7개 외국어 동시통역서비스, 간판제작비·홍보물 등을 지원하고 관광객과 게스트하우스를 연결시키는 ‘도시민박 예약통합 사이트’를 구축한다는 것이었다.
당시 박진영 서울시 관광정책과장은 “도시민박업은 일자리 창출과 공유경제 구현은 물론, 증가추세에 있는 개별여행객을 겨냥한 맞춤형 숙박상품으로 발전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구도심활성화를 위한 대책방안으로도 제시되고 있는 상황이다.
경기개발연구원은 도심활성화를 위한 방안으로 외국인 개별관광객의 숙박인프라가 확충돼야 한다고 제안한 바 있다.
개별관광객을 위한 중소규모의 중저가 숙박시설을 확충하면 지역경제의 활성화와 구도심의 마을 공동체 조성·도심재생이라는 두 가지 목적이 모두 달성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이처럼 다양한 긍정적 효과가 기대되지만 실제로 게스트하우스를 시작하기가 쉬운 일이 아니다. ‘관광진흥법시행령’상 외국인만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광산업과의 도시민박 담당자에 따르면 “원래 주거지역에서는 주거환경보호를 위해 숙박업을 할 수 없다”며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업이 애초에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도입한 제도인 만큼 부처협의결과 예외적으로 빈 방 활용해 외국인에 대해서만 숙박할 수 있게 한 것이다”고 말했다.

특수성 가진 지역은 내국인도 받아야

이에 부산지역 새누리당 김희정 국회의원은 지난 해 10월 문화부 국정감사에서 내국인 관광객의 여행이 불편하다는 점과 지역민의 소득창출로 연결되지 못한다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후 부처 간 협의과정을 거쳐 부산 일부지역(감천문화마을, 동구 초량 이바구길, 서구 중구 산복도로 등)은 내국인도 도시민박업 숙박이 가능해졌다.
김 의원 대변인 측은 “내국인의 도시민박 허용 시 인구 34만명 사업구역을 기준으로, 한 마을에서 추정되는 경제적 파급효과만 일자리 창출 436명, 소득창출 7억 8500만원으로 예측되는 만큼 향후 지역경제 활성화에 물꼬를 틀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시민의 소리> 675호에 실린 ‘광주의 미래를 여는 손님집’ 6회 보도에서는 아시아문화전당 개관 이후 많은 관광객이 유입될 것으로 보고 이들에게 제공할 광주만의 차별화된 숙박문화 제공 대안에 대해 다뤘다.
바로 동명동 일대의 비어있는 한옥을 게스트하우스로 활용하자는 방안이었다. 다행히 협동조합 ‘신시와 커뮤니티’가 광주지역 게스트하우스의 발전 토대를 마련했지만, 아직도 규제가 심한 것은 사실이다.

광주를 찾는 외국인이 그다지 많지 않은 광주에서 외국인만을 손님으로 받기에는 게스트하우스 운영에 상당히 애를 먹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모든 게스트하우스에 내국인도 받을 수 있게 허용하자니 주거환경 침해 문제가 불거질 것 같다.

2015년 아시아문화전당이 들어서고 이로부터 지리적으로 가까운 동명동 일대엔 빈 한옥들이 많이 있다. 이러한 근대 한옥들이 모여 있는 동명동 일대도 광주의 유산이 될 수 있다. 빈 한옥들은 사람이 살지 않으면 더 낡아지고, 결국 허물어진다.
부산의 사례처럼 광주도 특수성을 가진 지역에 대해 규제를 풀어 나간다면 게스트하우스를 누구나 쉽게 창업해 여행객들과 공간과 추억을 공유할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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