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의 추락에는 이유가 있다③
안철수의 추락에는 이유가 있다③
  • 박용구 객원기자
  • 승인 2014.05.29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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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는 ‘블랙 코미디언’
▲ 박용구 객원기자

영화나 드라마 용어에 ‘블랙 코미디’란 말이 있다. ‘블랙 코미디’란 사람을 웃기면서도 인간존재의 불안·불확실성을 느끼게 하는 것을 말한다. 유머에는 인간에 대한 신뢰가 밑바탕에 있지만, 블랙유머에는 오히려 인간에 대한 불신·절망이 숨어 있다는 것이다.

이 ‘블랙 코미디’가 최근 우리 정치사에 또다시 등장해 국민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신선한 이미지로 국민들 앞에 혜성처럼 등장한 안철수가 지금 ‘블랙 코미디’를 열심히 써가고 있기 때문이다.

안철수는 자신의 말들을 손바닥 뒤집듯 하면서 스스로 ‘블랙 코미디언’이 되어 국민들의 신뢰를 무너뜨리고 절망으로 몰아가고 있다. 100년 가는 정당을 만들겠다던 신당 창당에 대한 허언, 정치공학적 연대 불가 선언 후 전격 합당, 호남에서의 낡은 체제 청산을 부르짖으며 호박씨를 깐 광주광역시장 후보 전략공천 등을 보며 국민들은 냉소를 쏟아내고 있다.

이와 같은 수많은 안철수의 ‘블랙 코미디’ 중 압권을 꼽으라면 아마도 ‘기초선거 정당 공천 폐지 결정의 철회’일 것이다.

안철수는 올해 2월 24일 6·4 지방선거의 승부수로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를 선언했다. 그는 이날 “국민과의 약속과 신뢰를 지키는 것이 새정치의 근본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에 대한 정당 공천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대선 공약을 지키지 않고 있는 새누리당과 민주당을 강력 비판했다.

그리고 이 ‘국민과의 약속’은 일주일후 안철수 새정치연합과 민주당과의 합당을 정당화시킨 절대적 명분이 되었다. 또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는 ‘약속정치=새정치’라는 척도가 되었다.

안철수는 3월 2일 김한길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김한길 대표가 정치적 불리함을 감수하고 ‘기초선거 무공천’이란 큰 결단을 내렸다. 이것이야말로 약속을 지키는 정치를 실제로 국민에게 보여준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합당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안철수는 3월 30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에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공약이행을 촉구했다. 그는 이와 관련 “정치인이 거짓공약과 약속을 내세웠다가 언제든지 손바닥 뒤집듯 뒤집어 버린다면 그것은 과거 막걸리 선거, 고무신 선거만큼이나 민주주의에 대한 큰 해악이 될 것”이라며 “약속의 이행은 정치, 나아가서는 사회질서를 바로 세우는 기본이다. 또 ‘비정상의 정상화’가 이뤄져야 할 최우선 과제”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안철수의 이 말들은 보름 여 만에 “당원들의 뜻을 물어 결정하겠다”고 말을 바꾸면서 블랙 코미디의 진수를 보여준다.

새정치민주연합은 4월 10일 “기초선거 정당공천 여부를 묻는 전(全)당원투표와 여론조사결과 ‘공천해야 한다’는 응답비율이 53.44%, ‘공천하지 않아야 한다’는 응답이 46.56%로 나왔다”며 ‘기초선거 정당 공천 폐지 결정’을 철회했다.

안철수는 이날 여론수렴 결과가 ‘공천’하기로 결론이 나온데 대해 “전체 당원과 국민의 뜻이라면 따르겠다”며 책임을 회피했다. 이로써 그는 그동안의 말과 행동이 전부 거짓이었음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이처럼 안철수는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는 것이 새정치’라고 주장했지만, 그 스스로 거짓말을 일삼으며 민주주의에 큰 해악을 저질렀다.

안철수는 광주에서 다른 지역에서 보다 더 많은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제 욕심에 눈이 멀어 그런 광주를 배신했다. 사랑에 보답하기는커녕 ‘낙하산공천’으로 민주주의 질서를 파괴했다. 그런 안철수가 과연 광주와 대한민국의 변화를 말할 자격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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