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한 것 투성이, 아이들의 세상
신기한 것 투성이, 아이들의 세상
  • 권준환 기자
  • 승인 2014.05.27 22: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아이들의 생태놀이터를 가다
환경연합, 어린이 눈높이 맞춘 교육
앞으로 하는 것 계속 올 거예요

24일 오전 9시20분. 광주시청 후문주차장에 한 무리의 어린이들이 모였다. 기대에 부푼 아이들이 버스에 오르고 9시30분 출발시간이 되자 버스가 출발했다.
이 아이들이 향한 곳은 폐교를 생태놀이터로 활용한 곡성 생태체험관.  광주에서 출발해 1시간여 걸려 체험관에 도착했다. 이번 체험학습에 참여한 30여명의 아이들은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방방 뛰었다.

어린이 특유의 넘치는 활기로 쉴 틈 없이 움직였다. 아이들의 안전을 책임지는 선생님들은 진땀을 뺐다.
환경연합의 황현미, 박지연 간사와 4명의 대학생·직장인 자원봉사자로 이뤄진 6명의 선생님들은 아이들을 한곳에 모으고 조를 나눴다. 대학생 선생님 한명이 7~8명의 아이들을 맡아 이끌었고 황현미 간사는 총책임을 맡았다.
자원봉사로 이번 체험학습에 교사로 참여한 조은혜(25·전남대)씨는 “졸업 전 마지막 학기를 앞두고 좋은 일을 하려고 지원하게 됐다”고 말했다.

각 조별로 어린 친구들끼리 친해지는 시간을 가졌다. 선생님들의 특성에 따라 그 방식이 사뭇 달랐다. 여자 선생님들은 벤치나 잔디에 둘러앉아 이야기하거나, ‘YMCA 자기소개하기’등의 게임을 하면서 친구들끼리 알아가는 시간을 가진 반면에 남자 선생님들은 곧바로 골대를 세우고 축구시합에 돌입했다.
아이들은 서로를 소개하는 시간이 끝나자 자가발전으로 불이 들어오는 자전거를 타는 등 넘치는 활력을 과시했다.

가장 먼저 진행된 프로그램은 도자기를 직접 만들어 보는 것이었다. 오랫동안 도자기를 만들어 온 도예가 운산 선생님이 들어와 전통 도자기에 대해 설명했다.
단풍잎이나 젓가락 등을 활용해 모양을 낸 도자기들을 보여주면서 필요한 도구는 주위에 흔히 볼 수 있는 것을 활용해서 만들면 된다고도 했다. 도예가 선생님은 연필꽂이를 만들어 보자고 제안한 후 아이들에게 도자기를 만들 흙을 나눠줬다.
자기만의 연필꽂이를 예쁘게 만들고자 하는 욕심에 아이들은 아무 말도 없이 도자기 만들기에만 집중했다. 아이들의 도자기 위에는 풀 위를 나는 새, 꽃, 곰돌이 등의 그림이 그려졌고, 한 아이는 ‘희망’을 새긴 자신의 도자기를 들어 보이며 환하게 웃었다.

도자기 만들기 체험이 끝난 후 위생을 위해 손을 깨끗이 씻었는지 점검하고 점심식사를 했다. 돗자리를 깔고 각자 챙겨온 도시락을 먹었다.
정이 많은 한 아이는 기자에게 김밥을 건네며 같이 먹자고 했다. 기자는 “난 밥을 많이 먹어서 다 먹어버릴지도 모르는데?”라고 했더니 그래도 괜찮단다. 아이들이 먹고 남긴 김밥을 배가 터지도록 먹어 조금 괴로웠다는 사실은 아이들에게 말하지 않앗다.

점심시간이 끝나고 잠깐의 자유시간을 가진 후 체험관 우측에 위치한 텃밭으로 이동해 토마토 모종을 좀 더 큰 화분에 옮겨 심는 체험을 했다.

하지만 아이들은 다음에 이어지는 ‘개구리 잡기’에 온 관심이 몰려 있는 듯 했다. 토마토 모종의 분갈이를 후다닥 끝내고 바로 옆에 위치한 비닐하우스로 뛰어 들어갔다.
비닐하우스 안에는 작은 연못이 있었고, 벽면에는 딸기들이 주렁주렁 열려 있었다.
아이들은 딸기를 따먹으며 하우스 내에 개구리 체험을 위해 조성한 연못을 누비며 조별로 지급된 채집통에 개구리들을 잡아넣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개구리를 잡는 채가 부족하자 4학년 남자아이가 1학년 여자아이에게 양보했다. 간혹 주먹만한 개구리가 보일 때면 아이들은 “우와! 엄청 커!”라며 환호성을 질렀다.
대부분의 개구리가 아직 덜 커서인지 성인의 새끼손톱만큼 작은 크기였다. 하지만 아이들은 그 작은 개구리들을 잡아 채집통에 넣고는 옹기종기 모여 관찰했다.

어른들이 보는 세상과 아이들이 보는 세상은 달랐다. 저렇게도 신기할까 할 정도로 아이들은 작은 것에 신기해하며 모여들었다.
바위에 붙어있는 다슬기도, 연못을 헤엄치는 개구리도, 잠자리 모양 가로등도 아이들의 눈엔 뭐든 신기할 뿐이었다.

어느새 개구리 잡기 체험이 끝나고 다른 프로그램을 진행하러 이동할 시간이 됐다. 하지만 한 아이가 선생님에게 떼를 썼다. 자기가 잡은 개구리를 집에 가져가고 싶다는 것이었다.
황현미 간사는 그 아이에게 “우리는 자연을 훼손하러 온 것일까요? 관찰하러 온 것일까요?”라고 물었다. 아이는 관찰하러 온 것이라고 대답했다.

이어서 황 간사는 “맞아요. 한낱 작은 개구리에게도 생명이 있고 헤치면 안돼요. 집에 가져가면 이 개구리가 잘 살 수 있을까요?”라고 묻자 아이는 아니라고 말하며 연못에 개구리를 놔줬다. 개구리에게 손을 흔들어 주는 아이를 보자 절로 미소가 나왔다.

다음으로 이어진 프로그램은 ‘보물찾기’였다. 풀밭에 숨겨진 흰색 종이를 찾는 게임이었다. 아이들은 경쟁심에 불타 올라 온 풀밭을 헤집고 다녔다.
어린 친구들이 이제 종이가 보이지 않는다고 하소연할 때쯤, 황현미 간사가 아이들을 불러 모았다. 황 간사는 “여러분들이 찾은 종이에 쓰여 있는 단어들은 들풀이름이에요. 이제 우리가 먹을 수 있는 들풀을 불러줄게요. 이게 오늘의 보물들이에요”라며 “소리쟁이, 양지꽃, 광대나물, 초롱꽃…”등의 단어들을 불러 나갔다.
자신이 찾은 종이가 보물임을 안 아이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보물을 찾지 못한 친구들은 무척 아쉬워했다.

오후 4시 30분이 지나  모든 일정이 끝나고 아이들은 황 간사에게 “선생님! 다음에는 어디로 가요?”라며 다음 체험학습에 대한 기대감을 비췄다.
동그란 눈에 눈웃음이 예쁜 박서연(8) 양은 ‘또 오고 싶냐’는 질문에 “재밌어요. 앞으로 하는 것 계속 올 거예요”라고 답했다.
유치원 시절부터 동네친구로 지내오고 있다는 임지효(10), 이은수(10) 양도 ‘재미있다, 다음에 또 올 거다’라고 무척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사실 이번 체험학습에 동행하면서 처음엔 콘텐츠가 부족하다고 느꼈다. 도자기 만들고 개구리 잡는 것이 아이들에게 어떤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까 의구심도 들었다.
하지만 아이들의 반응을 보면서 이런 생각들이 싹 사라졌다. 이 체험학습에 참여한 어린 친구들은 모두 너무나 즐거워했고, 또 참여하고 싶어 했다.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춘 교육으로 어린 친구들에게 큰 만족을 주는 생태체험학습이 더욱 발전하고 활성화되기를 기대해본다.

한편 광주환경운동연합이 주관하는 이 체험학습은 상반기와 하반기에 걸쳐 1년에 총 6번 진행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