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상처받은 이들에게 필요한 그 ‘무엇’
세월호 참사, 상처받은 이들에게 필요한 그 ‘무엇’
  • 김다이 기자
  • 승인 2014.05.21 18: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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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방 아카데미, 광주YMCA서 우리시대 ‘생명’문제 강의

세월호 사고가 발생하고 어느새 한 달이 지났다. 우리 모두는 아직도 차가운 바다 속에 남아있는 17명의 희생자들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자식을 잃은 상처를 어디에도 비교할 순 없지만 생존자를 한명도 구출하지 못한 국가의 구조체계를 지켜본 온 국민들도 큰 상처를 받았다. 우리시대 ‘생명’의 문제가 가장 큰 화두로 떠오른 것이다.

세월호 참사, 국가 전체를 뒤흔들다

광주 YMCA, (사)오방기념사업회는 지난 20일 광주YMCA무진관에서 우리시대 ‘생명’의 문제를 다룬 ‘상처 받은 이들을 위한 학문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제8차 오방(五放) 아카데미를 열었다.

이날 오방 아카데미에 참석한 시민들은 세월호 참사 이후 상처받은 마음을 위로받기 위해 2시간이 넘는 긴 시간동안 강의를 경청했고,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강의는 장관철 무진교회 담임목사의 사회로 김호기 연세대학교 사회학과 교수가 ‘공동체와 한국사회의 미래’ 소주제로 강의를 펼쳤다.

김호기 교수는 “세월호 참사가 한국사회를 뿌리부터 뒤흔들어 놓고 있다”며 “침몰하는 세월호에서 우리가 함께 목격한 것은 국가, 다시 말해 국민을 대표하는 정치적 기구인 정부의 침몰인 동시에 시민사회와 시민문화를 포괄하는 공동체의 침몰이다”라고 강의를 시작했다.

현재 세월호 사고 직후부터 허술한 정부의 재난 대처 시스템을 지켜보면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김 교수는 “우왕좌왕하는 정부에 국민 다수는 실망을 넘어 분노를 느꼈다”며 “헌법 제34조 6항에 따르면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라고 명시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세월호 참사는 정부가 이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지 않았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고 말했다.

이기적 시민사회, 연대적 개인주의로 극복해야

특히 “국가 없는 국민으로 살아가고 있지 않나” 반문하면서 사고 직후 일련의 대처과정은 정부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지속적으로 던지게 했다는 것이다. 그는 세월호 참사를 정부뿐만 아니라 한국사회가 어떤 사회인지를 진지하게 돌아보게 했다고 한다.
최근 우리나라의 경우 ‘공동체로서의 사회’가 중대한 위기를 겪고 있다는 것이다. 공동체로서 갖춰야 할 최소한의 연대마저 여지없이 훼손되고 있는 게 한국사회의 자화상이라고 평가했다.

그 점에서 주목해 김 교수는 “산업화와 민주화를 넘어선 새로운 규범적 지향을 ‘연대적 개인주의’에서 찾아야 한다”며 “공동체 전체의 가치 및 이익과 조화할 수 있는 개인의 자율성을 모색해야하는 것이 과제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가 말하는 연대는 ‘차이 속의 공존’이자 ‘공존 속의 차이’라고 한다. 개인의 개성을 존중하되 공동체적 연대가 발휘되는 사회가 시민 다수가 꿈꿔온 사회라는 것이다.

그는 “연대적 개인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기 위해 더불어 살아가는 타자에 대한 성찰을 해야한다”며 “때때로 우리를 피곤하게 만들고 지치게 하지만 동시에 더불어 살아간다는 삶의 또 다른 의미를 안겨주는 존재가 다름 아닌 타자다”고 말한다.

다른 이는 내게 타자이지만, 동시에 나는 다른 이에게 타자이기도 한다는 점을 기억해야한다고 강조했다.

타자에 대한 성찰로 연대적 개인주의 실천

이처럼 김 교수는 “타자에 대한 존중은 자기 자신에 대한 존중이며, 자신과 타자를 동시에 존중하는 것이야 말로 ‘연대적 개인주의’의 구체적인 실천이라고 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강연을 마무리하면서 지속 불가능한 지점에 도달해 있는 한국사회를 지속 가능한 공동체로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최근 한 여론조사가 보여주듯이 절반이 넘는 국민이 이 나라에서 다시 태어나고 싶지 않다고 응답하는 사회를 정상적인 사회라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며 “이런 사회를 이 땅에서 살아갈 다음 세대에게 물려줘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강의를 마무리했다.

한편 오방 아카데미는 오는 27일(화) 오후 6시 30분 노영상 호남신학대 총장의 ‘새로운 시대의 윤리, 생태윤리를 말하다: 생태적 도시로서의 건강도시 만들기’ 강의, 오는 6월 3일(화) 오후 6시 30분 김종철 녹색평론발행인의 ‘녹색국가, 실현 가능한가’를 주제로 강의가 이어질 예정이다./김다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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