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서 예술마을을 보다(6)문화도시 열풍, 유럽에서 한국까지 촉발
파리에서 예술마을을 보다(6)문화도시 열풍, 유럽에서 한국까지 촉발
  • 파리=정인서, 권준환 기자
  • 승인 2014.05.09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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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재생과 지역발전 탈출구로 내건 문화마을 사업
지역주민 참여 주도적인 노력 없이 성공 기대 못해
Looking at Gwangju Art Village in Paris
1회 신화를 꿈꾸는 예술마을 만들기
2회 지역공동체형 창조경제 일군다
3회 테마와 생기가 살아 숨 쉬는 곳
4회 예술마을로 블루오션 차별화
5회 역사적 배경으로 모티브 찾아
6회 파리 현장에서 예술마을 꿈꾼다
7회 썽 캬트르와 프리쉬라벨드메
8회 까샹 예술인촌과 발산예술마을
9회 명작의 고향과 광주의 예술가들
10회 리옹을 변화시킨 시테크레아씨옹
11회 중세시대의 요새 생 폴 드 방스
12회 광주만의 브랜드형 예술마을 가능한가?
13회: 지역공동체와 상생 마을 육성

문화수도를 꿈꾸는 광주, 그 신화를 일구는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사업이 추진되고 있고, 동아시아문화도시, 미디어아트창의도시 등 굵직한 대형 사업이 진행 중이다. 문화수도는 이러한 대형사업도 필요하지만 시민 스스로가 문화창조자이며 문화향유자가 되어야 하고 예술가와 주민이 하나의 공동체가 되는 마을신화를 탄생시켜야 한다. 이번 기획취재는 광주시가 추진하는 예술마을 사업과 때를 같이 하여 국내와 해외 사례에 대한 현장 취재를 통해 예술마을 조성사업의 정책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하는 데 뜻을 두고 있다/편집자 주

   
▲파리 외곽지역에서 우연히 마주친 한 건물은 바깥쪽 복도를 서로 교차하며 부드러운 곡선으로 물결모양을 만들어 예술의 도시를 실감케 했다.
‘예술마을, 문화마을, 벽화마을, 미술마을, 창조마을, 창의마을’
문화융성을 가치로 내건 박근혜 정부 들어 더욱 이런 이름들이 빛을 발하고 있다. 물론 이런 마을들이 오래 전부터 추진되거나 만들어지는 과정에 있다. 그 이름은 다르고 주관하는 부처나 사업명칭을 다를지라도 사실 큰 테두리에서 보면 거의 비슷한 개념들이다.

문화와 발전이라는 의제는 산업화나 국민소득의 증가와 같은 단순한 경제성장의 차원을 넘어 새로운 발전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세계화로 인해 심화된 양극화와 환경 파괴, 지역공동체 훼손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존의 발전 방식을 성찰하고 인권과 민주주의 존중, 문화다양성의 실현 등 보편적 가치에 관심을 두자는 이야기다.

문화도시 사업은 1985년 유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유럽연합에서 시작한 ‘유럽문화수도’ 사업의 사회경제적 파급효과는 전 세계적인 ‘문화도시’ 열풍을 촉발시키고 있다. 동아시아문화도시 사업도 이와 같은 관점에서 시작됐다.
▲파리 오베르빌리에 거리(rue d'Aubervilliers) 104번지에 위치한 버려진 장례식장 썽 캬트르는 최근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유럽의 문화도시는 1985년 아테네 선정을 시작으로 2016년까지 54개의 도시가 유럽문화수도로 지정 예정이다. 뒤이어 미주문화도시(1998), 아랍문화도시(2000), 동아시아문화도시(2014) 등 대륙별로 문화주도의 도시조성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지역문화진흥법, 문화도시·문화마을 사업 추진

올 1월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역의 특화된 문화자원을 창조적으로 발굴, 활용하여 지역의 대표 브랜드로 육성하고 국민 문화향유의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문화도시·문화마을 조성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말 국회에서 의결된 ‘지역문화진흥법’에 따른 것으로 이 법이 본격 시행되는 올 7월에 앞서 올해 문화도시로 선정된 남원과 문화마을로 선정된 공주 상신마을과 부여 규암마을에 대해 시범 사업으로 추진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광주는 무엇이지. 문화중심도시와 문화도시는 어떻게 다를까라는 의아심이 들 정도다. 사실 광주는 문화중심도시라는 이름으로 2023년까지 방대한 사업을 추진한다. 다른 사업들은 1년에서 3년 정도의 예산규모가 작은 단기간 사업이라는 점이 다를 뿐이다.

그렇지만 쫓아온다는 ‘불안감’이 엄습한다. ‘예향’이라고 늘 자랑했던 광주에서 그리고 방대한 국책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광주에서 “정작 보여줄 게 없다면 어떻게 하지”라는 일말의 우려감도 드는 게 사실이다. 더욱이 올해 문체부가 벌이는 시범사업에 이어 내년부터 확대되는 문화도시 사업을 예상하면 그렇다는 얘기다.

▲프랑스 어디든 길거리에 낙서화를 통해 자신을 표현하는 이들이 눈에 띤다.
문체부의 ‘문화도시·문화마을 조성사업’은 특색 있는 지역 문화자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도시 및 지역 자체가 고유 브랜드로 발전할 수 있도록 시설물 건립이 아닌 주민 참여형 문화프로그램 개발 및 운영을 지원한다는 것이다.

문화도시의 경우 연 7억 5천만 원 규모로 5년간, 문화마을 사업은 연 3억 원 규모로 약 3년간 추진된다. 이번 사업은 그동안 경주, 전주, 공주, 부여 등 고도(古都)에서 추진해 온 시설 건립, 경관 조성 등과 같은 인프라 구축에 역점을 둔 역사문화도시 조성 사업과는 다르다는 게 문체부의 생각이다.

이번 사법사업으로 선정된 남원시는 광한루를 중심으로 남원 예촌, 남원 예가람길 등의 문화관광시설에서, 춘향 테마파크를 중심으로는 소리문화 체험마을, 시립 김병종 미술관, 도예촌 등에서 문화관광시설에서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개발, 운영할 계획이다.

또 부여 규암마을은 산신제, 동제 등의 마을 전통행사와 근대문화거리의 문화프로그램을 발굴하여 관광자원화하고, 공주 상신 마을은 웃다리 농악, 먹거리 등의 전통 문화와 계룡산 철화분청사기 등을 결합한 문화프로그램과 문화탐방로 조성을 추진한다.
▲밀레와 루소 등 158명의 화가들로 바르비종파를 탄생시킨 마을 입구에서 밀레의 대표작 ‘만종’과 그 현장을 볼 수 있다.
마을미술프로젝트, 또 하나의 문화마을 사업

이와 유사한 사업도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마을미술프로젝트추진위원회와 지자체가 공동으로 주관하는 ‘마을미술프로젝트’이다. 2009년 예술가들의 일자리 창출을 목적으로 한 예술뉴딜정책의 하나로 시작되어 2009년 21곳, 2010년 15곳, 2011년 10곳, 2012년 11곳, 2013년 12곳 총 69곳의 지역이 미술마을로 변모하였다. 이는 주요 관점이 생활공간 공공미술로 가꾸기 사업이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과제가 문화융성을 통해 지역발전을 문화주도로 이끌어보겠다는 것이다.
가까운 전라북도는 지난해 전북발전연구원을 통해 ‘문화도시·문화마을 전략과 전북의 대응’이라는 연구보고서를 낸 적이 있다. 주요 관점은 전주는 동아시아문화도시, 13개 시 군은 문화도시, 읍면동은 문화공동체 중심의 문화마을을 준비하자는 내용이다.

▲광주폴리의 착상을 가져온 파리의 라빌레뜨공원은 이전에는 대규모의 도살장, 가축시장, 정육시장이 있었던 슬럼지역이었다.
다행히 이 가운데 동아시아문화도시는 광주가 먼저 선점했다. 문화를 기반으로 도심재생사업을 벌이거나 낙후된 마을의 발전 원동력을 삼아보자는 것이 현재 ‘문화’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사업들이다. 문화관광체육부를 비롯하여 각 지자체와 문화재단마다 이와 유사한 사업을 벌이고 있어 때로는 혼돈스럽고 때로는 그런 가운데 정착되어갈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중요한 것은 활기를 잃은 낙후된 마을이나 공가와 폐가가 늘어가는 원도심이나 산동네마을, 그리고 고령화된 농촌마을을 그대로 놔둘 수는 없다. 그곳으로 다시 사람을 불러 모으는 작업들이 문화마을 사업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할 것이다.

광주시가 추진하는 발산예술마을 사업도 크게 보면 이런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이번 기획취재 과정에서 국내의 ‘문화마을’ 몇 곳을 둘러보아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다만 광주라는 문화중심도시의 배경과 지역의 문화인력들이 어떻게 구상할 것인가에 따라 약간의 독특함을 추구할 수 있을 뿐이다.

광주시가 내놓은 발산예술마을은 공․폐가를 활용한 예술인 창작공간 조성과 기계체조의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건 양학선 前거주 주택 등 발산마을 골목가꾸기를 벌인다거나 산등성이에 이미 지정된 발산공원을 예술공원으로 조성한다는 구상이다.
▲모네가 인생의 후반을 살며 작품 활동을 했던 지베르니의 ‘모네의 집’에는 연일 관람객이 기다란 줄을 잇고 있다.
프랑스에서 문화예술마을 원동력 찾기

벽화마을로 유명한 대전의 대동마을은 공공미술로 접근한 사례이다. 공공미술은 넓은 개념으로 ‘지역사회를 위해 제작되고 지역사회가 소유하는 미술’이라고 말한다. 최근에 우리 주위의 문화마을이나 예술공원 등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공공미술은 좁게 볼 때 행정기관이 유도하고 지원하여 지역에 공동예술을 도입하는 정도이다.

▲리옹의 벽화가조합인 씨테크라시옹의 가장 대표적인 벽화작품 앞에서 권준환(왼쪽), 정인서(오른쪽)기자
공공미술의 중요한 목적, 꼭 공공미술이 아니더라도 문화마을의 목적은 사회양극화 해소를 위한 문화나눔, 쾌적하고 문화적인 환경에서 생활하는 권리의 실현 정도이다. 이런 관점에서 박문규(충남대)가 지난해 발표한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통한 지역공동체 이미지 개선을 위한 연구 -대전 대동마을과 프랑스 리옹 벽화마을 사례’는 긍정적인 지역공동체의 발전을 도모하는 차원에서 접근했다.

기자가 돌아본 국내 문화예술마을들은 대부분 벽화를 중심으로 한 공공미술적인 성격을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그리고 인터뷰 과정에서 드러난 것은 주민참여가 생각보다 미흡하다는 점이다. 적극적이고 주도적으로 이끌어갈 동력이 없어 보였다.

이번에 프랑스 현지 문화도시 탐방은 파리 북쪽의 버려진 장례식장이 문화공간으로 탄생한 썽 꺄트르(Le Centquatre), 파리에서 13km 남짓 떨어진 까샹(Cachan)의 예술가공동체, 빛의 도시 리옹(Lyon)의 벽화마을, 마르세이유(Marseille)에서는 버려진 담배공장에서 시작된 르네상스 프리쉬라벨드메(Friche la Belle de Mai) 등이다. 이곳에서 광주에 적용할만한 아이디어를 찾을 계획이다. /파리=정인서 권준환 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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