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도 정벌과 ‘노송당 일본행록’
대마도 정벌과 ‘노송당 일본행록’
  • 김세곤 (호남역사연구원장)
  • 승인 2014.05.07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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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0년 (세종 2년) 1월에 일본 무로마치 막부의 승려 무가이 료케이가 사신으로 조선에 왔다. 무가이는 예물을 바치며 대장경을 달라고 청하였다. 내심은 대마도 정벌을 한 조선이 명나라와 함께 일본 정벌도 준비하고 있는 지를 정탐하고자 함이었다.

1419년 5월에 왜구들이 충청도 서천 도두음 곶에 32척의 배를 몰고 와서 조선 배 7척을 불태우고 수 백 명의 군사를 죽였다. 황해도 해주의 연평 곶에도 배 38척이 나타나 노략질을 하였다. 상왕 태종은 분노했다. 당장 왜구의 소굴 대마도를 정벌토록 하였다.

6월 19일에 삼군도체찰사 이종무는 병선 227척과 병사 1만7천명으로 대마도 정벌에 나섰다. 다음날 이종무 함대는 오자키 포구를 공격해 129척의 배를 불태우고 20척의 배를 나포했다. 그리고 대마도주에게 항복을 권했다. 대마도주는 응답이 없었다. 그러자 오자키 일대를 뒤져 왜구 114명을 참수하고 가옥 2천호를 불태웠다. 그런데 이종무는 7월3일 왜구가 황해도 주변에 출몰했다는 소식을 듣고 함대를 돌렸다.

이후 조선은 대마도와 교류를 완전히 끊었다. 대마도 주민들은 굶어죽을 판이었다. 대마도주는 항복하겠다는 뜻을 전해 왔다. 22살의 젊은 세종은 대마도 사람들이 전부 와서 항복해야 받아들이겠다고 하였다. 다급해진 대마도주는 1520년 윤1월에 속주가 되어 시키는 대로 따르겠다고 청하였다.

세종은 대마도주에게 이렇게 답하였다. “귀하가 진심으로 뉘우치고 깨달아서, 신하가 되기를 원하는 뜻을 자세히 알았다. 대마도는 경상도에 매여 있으니, 모든 보고나 문의는 반드시 경상도관찰사에게 하라.” (세종실록 1420년 윤1월23일 자)

대마도가 조선에 복속된 역사적 순간이었다.

한편 세종은 송희경을 회례사(回禮使)로 일본 무로마치 막부에 보냈다. 윤1월15일에 송희경은 일본 사신과 함께 대장경 1질을 가지고 서울을 출발하였다. 그는 4월21일에 교토에 도착했다. 그런데 쇼군은 송희경을 3일간 감옥에 가두라 하였다. 쇼군은 조선이 명나라와 함께 대마도를 정벌하였으니 일본 본토도 정벌할 것으로 의심하였다.

송희경은 “대마도 정벌은 왜구가 조선을 침범하여 백성들을 죽이고 약탈해가므로 죄를 물은 것이니 책임은 왜구에게 있다. 막부가 왜구를 규찰하지 않고 도리어 조선 사신을 욕보이니 막부도 왜구와 같다”고 당당하게 말하였다. 이어서 송희경은 조선은 일본을 정벌할 생각이 없으며 일본과는 교린관계를 유지할 것임을 강조하였다.

6월17일이 되어서야 송희경은 세종의 국서를 전달할 수 있었다. 그는 10월에 돌아와 세종과 상왕 태종에게 보고를 하였다. 태종은 대마도 문제를 신중히 처리하고, 전라도와 경상도에 수군절도사를 다시 부활하도록 지시하였다.

송희경은 9개월간의 일본 여정을 사행기(使行記)로 남겼다. ‘노송당 일본행록’이 그것이다. 일본 학계는 ‘노송당 일본행록’을 15세기 초 일본 사회 연구사료로 귀중히 여긴다. 전문서적은 물론 일반 독자들도 문고판을 읽는다. 여기에는 15세기 일본의 생활상이 그려져 있다. 심지어 성(性)풍속 이야기도 있다.

송희경은 한일교류의 여명을 연 외교관이다. 그런데 한국은 그리 관심이 없는 듯하다. 한국고전번역원 한국고전종합D/B의 해행총재에 ‘일본행록’으로 번역되어 있을 뿐이다.

그러면 노송당 송희경(1376-1446)은 누구인가? 생소한 이름일 것이다. 필자도 몇 달 전에야 그를 알았다. 송희경은 담양 떡갈비 원조이고 면앙 송순의 고조부이다. 그는 함양부사를 하다가 은퇴하고 담양에서 살았다. 담양 구산사에 그의 신위가 배향되었는데 지금은 유허비만 남아 있다.

송희경을 재조명하였으면 한다. 이는 호남인의 자긍심을 높이는 일이다. 더욱이나 그의 국제적 면모는 ‘2015 담양세계대나무 박람회’에 인기를 끌 담양 떡갈비에 스토리를 입힐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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