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곡하는 안산…합동분향소엔 온통 '미안하다'
통곡하는 안산…합동분향소엔 온통 '미안하다'
  • 프레시안=최하얀 기자, 사진 최형락 기자
  • 승인 2014.04.24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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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첫날 1만3000명 방문…29일부터는 화랑 유원지에 공식 분향소
▲ 23일 경기도 안산 올림픽기념관 내 체육관에 설치된 안산 단원고 2학년생 및 교사들의 임시 합동분향소. ⓒ프레시안(최형락)

눈물 때문에 기사를 읽고 이곳에 올리기도 미안하다. 사진은 더더욱 볼 수 없을 정도다. 왜 이리 이런 모습을 만들어야 할까? 도대체 누가 왜? 이 나라 온통 도덕불감증, 안전불감증이 낳은 비극이 아닐 수없다. '안전' 문제를 소홀히 한 이 나라의 정치지도자들은 무슨 말을 할 수 있으랴. 이제는 진도 현장보다 분향소 앞의 눈물이 줄을 잇고 있다. 광주지역 분향소는 25일 광주YMCA에, 전남지역 분향소는 무안 도청과 도의회 사이 만남의 광장에 설치된다./편집자주

   
▲광주지역 분향소는 25일 오전 10시 광주YMCA 백제실에 설치된다.

컴컴한 어둠이 내린 23일 저녁 경기도 안산 올림픽기념관.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등학교 학생·교사들을 배웅하려는 이들로 임시 합동분향소 앞이 고요히 북적인다.

일과 시간이 지나니 검은 옷을 챙겨 입은 조문객 수가 눈에 띄게 늘어갔다. 전봇대 사이사이, 시야를 벗어나도록 끝없이 이어지는 근조 현수막 대열을 보고 '아이고' 하며 소리 내 탄식하지만 이내 가다듬고 가지런히 줄을 선다. 검은 '근조' 리본을 가슴에 매다는 이들 표정 하나하나에 숨길 수 없는 애통함이 베여있다.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을 받으며 조문객들은 차분히 움직였다. 건물 안으로 들어선 후 시계 방향의 외곬을 따라 걸어간다. 한 걸음 한 걸음 옮길 때마다 영정 속 얼굴들도 조금씩 가까워졌다. 일전에 본 적 없는 가로 40단 세로 6단 규모의 대형 제단에 놀란 가슴을 두들기며, 하나둘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제단 양쪽에 설치된 전광판에서는 허무하게 고인이 돼 버린 22명의 얼굴이 흘러갔다. 어느 중년 남성의 검지가 벽면에 부착된 위패 도면 위를 움직이다 찾는 이 이름 석 자에서 멈춘다.

기념관 내 체육관 입구부터 이름 있는 이들의 화한이 줄지어 있었다.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 서남수 교육부 장관, 강병규 안전행정부 장관, 정홍원 국무총리가 보내온 화한 등을 지나 박근혜 대통령 화환이 선 곳 앞에 다다르면 조문객들은 국화를 한 송이씩 받는다.

그제야 분명히 보이는 영정 속 얼굴들. 이 참혹한 비극과는 정반대로 환하고 어여쁜 얼굴들을 보자 곳곳에서 삼키지 못한 한숨과 울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아이고 미안해라. 아이고 미안해라." 아담한 키에 40대 초반쯤으로 보이는 한 여성이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속삭이듯 한탄했다.

조문을 끝낸 이들은 너나없이 눈물을 훔치며 체육관 밖으로 걸어 나왔다. 로비에는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실종자들의 무사 귀환을 기원하는 애절한 메모들이 셀 수 없이 나붙어 있다.

'미안하다 아가야. 얼마나 춥고 무서웠니.', '○○아. ○○아. ○○아. 간 곳에서 편안히 아무 고민 없이 행복하게 지냈으면 좋겠어.', '어른들이 미안해. 하늘나라에서 편안하게 쉬렴.' '언니가 미안해. 너무 미안해 사랑해.' '강○○ 선생님. 앞으로도 가르침 마음속 깊이 새기고 살아가겠습니다. 편히 쉬세요.' '우리 예쁜 학생들 그동안 공부만 하다 가서 어른으로서 정말 미안하다.' 

▲ 23일 경기도 안산 올림픽기념관 내 체육관에 세월호 침몰 참사로 숨진 단원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과 교사들의 넋을 기리기 위한 임시 합동분향소가 설치됐다. ⓒ프레시안(최형락)
교복을 입은 조문객들은 시간이 늦어질수록 늘어났다. 학원이나 여타 일과를 마치고 분향소를 찾은 안산 지역 학생들로 보였다. 친구 5명과 함께 온 한 남학생은 "같은 중학교에 다닌 친구가 있어 보러 왔다"고 했다.

통곡하느라 제대로 걷지 못하는 친구를 양쪽에서 묵묵히 부축하는 학생들, 무표정한 얼굴로 자원 봉사자들이 마련한 천막 아래 앉아있는 학생들도 보였다.

안산 주민 ㄱ(30) 씨는 "출퇴근하며 단원고 앞을 버스로 항상 지난다"며 "요 며칠 거리를 지나는 학생들의 표정이 하나같이 어두워 걱정이 많다"고 했다.

단원고는 임시 합동분향소에서 걸어서 2~3분 거리에 있다. 과거엔 비평준화 배정 지역이었다가 지난해부터 고교 평준화가 시행됐다. 이번에 참사를 겪은 단원고 2학년생 평준화 첫 세대로 대부분 인근 고잔동, 와동, 선부동에서 학교에 다녔다.

갑갑한 마음에 가족들과 산책을 나왔다는 주민 ㄴ(38) 씨는 "그 애들 다 여길 조잘거리며 걸어 다녔다"며 단원고 정문 쪽을 가리켰다. 노란 추모 리본이 겹겹이 매달린 학교 앞엔 이날도 생존자들을 기다리는 이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었다.

4년 전 단원고를 졸업한 ㄷ(24) 씨도 동창 3명과 함께 학교 앞을 찾아 애도와 기적을 바라는 마음을 포스트잇에 적어 붙였다. "동문끼리 계속 연락을 주고받고 있어요. 주말엔 분향소로 더 많이 모일 거예요."

취재를 마치고 올림픽기념관 맞은편에서 탄 버스 안에도 교복과 운동화 차림의 학생들이 여럿 있었다. 친구들끼리 한참 수다를 떨다가도 분향소가 보이니 입을 굳게 닫고 시선을 떼지 못하는 학생들. 잠시 후 버스가 출발하자 한 여학생은 영어 단어를 빼곡히 적어 둔 수첩으로 다시 눈길을 옮겼다.

이날 임시 분향소에는 오후 11시 30분 기준 1만3000여 명이 방문해 슬픔을 나눴다. 처음 안치된 22명에 이어날 장례식을 치른 25명의 영정과 사진도 곧 추가 안치될 예정이다. 임시 합동 분향소는 28일까지 올림픽기념관에서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운영되며, 29일부터는 안산 화랑유원지에 공식 분향소가 설치된다.

/시민의소리=프레시안 교류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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