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비엔날레, '세월호'도 모르는 '광주 정신' 행사(?)
광주비엔날레, '세월호'도 모르는 '광주 정신' 행사(?)
  • 정인서 김다이 기자
  • 승인 2014.04.22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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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로 전국민 슬픔 속 '광주 정신' 찾다니
주최측이나 시민단체나 '제 정신' 먼저 찾아야

'세기의 인재(人災)''로 일컫는 세월호 침몰사고로 전국민의 슬픔이 하늘을 찌르고 있는 가운데 (재)광주비엔날레(대표이사 이용우)와 (사)광주연구소(이사장 나간채)가 광주비엔날레 20주년 행사로 원탁토론회를 추진하고 있어 눈총을 받고 있다.

두 기관은 광주비엔날레 20주년 행사의 하나로 ‘광주정신’ 탐색을 위한 학술 연구 작업을 진행한다는 이유로 오는 25일 광주NGO센터에서 시민사회 활동가를 중심으로 하는 3차 원탁토론회를 갖는다는 보도자료를 발송했다.

이번 토론회는 ‘광주정신의 전 지구적 가치’라는 학술행사 주제 아래 학계의 ‘광주정신 지구화와 그 실천방안’(1차 원탁토론회), 문화예술계의 ‘광주정신에 대한 성찰과 현재적 의의’(2차 원탁토론회)에 이어 3차 원탁토론회는 ‘광주정신 담론의 구체화와 재성찰’에 대해 심도 깊은 논의를 펼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광주비엔날레 20주년 원탁토론회는 세월호 침몰 사고로 모든 행사가 순연되고 취소되는 가운데 '광주정신'을 찾는다며 행사를 추진하고 있어 일부 지역 인사들로부터 비난 여론마저 일고 있다.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이 행사는 시급한 사안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세월호 슬픔'이 아직도 진도 팽목항에 남은 지금 행사를 추진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이 행사에 참여하는 한 관계자는 "행사의 성격상 5월로 늦춰도 되고 상황에 따라서는 더 늦어도 큰 문제가 될 것이 없는데 23일까지 토론원고를 제출하도록 요구받았다"면서 행사가 예정대로 치러질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토론 참여자는 행사 연기에 대한 내부 논의가 있었는가의 질문에  "아직까지 아무런 연락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해 주최측의 행사 진행이 사회적인 분위기를 감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 행사에 참여하는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스스로 행사 주최측에 행사 연기에 대한 의견을 피력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으나 행사 연기가 발표되지 않은 것으로 볼 때 시민단체들이 이에 무관심하거나 주최측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보여 행사의 당위성마저 명분을 잃게 만들 우려가 높다.

이에 대해 행사를 주관한 나간채 광주연구소 이사장은 "이 행사는 대중적 행사가 아니라 연구모임과 같은 학술행사이다"면서 " 여러 사람이 모인 자리가 아니라 소집단으로 모인 자리이기 때문에 괜찮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렇더라도 보도자료를 내보낼 정도라면 분위기를 고려해야 하지 않겠냐는 질문에 "한 번 고려해보겠다"고 답했다.

이날 행사의 참여 예정자는 다음과 같다.

박병기 박사(전남대 철학과 연구교수)가 ‘헤겔 정신철학의 개요’에 대해 발제하며, 김영정(광주진보연대 정책위원장), 최지현(광주환경연합 사무처장), 박봉주(민주노총광주지역본부장), 주경미(광주여성단체연합 대표), 이기훈(지역문화교류재단 상임이사), 안평환(광주YMCA 사무총장), 정영일(전, 시민단체협의회 상임대표), 최은순(참교육을 위한 전국교육 학부모회 광주지부 정책실장), 백희정(여성 민우회 사무처장), 김태헌(전,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 사무총장) 씨 등 10명이 지정 토론자로 나선다.

정치, 환경, 교육, 문화, 여성 등 다양한 시민단체에서 활동하는 이들이 참여해 ‘광주정신’을 탐구하는 이 행사는 주최측과 참여단체들부터 '제 정신'부터 먼저 찾아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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