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장면으로 '특별한 아침' 맞이한 그들
짜장면으로 '특별한 아침' 맞이한 그들
  • 김다이 기자
  • 승인 2014.04.16 11: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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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마중물봉사대, 청소년과 함께하는 봉사활동

고3인 이채혁(19)군은 지난 12일 토요일 아침 8시에 눈을 떴다. 보통 대한민국 고3이라면 눈 감는 시간조차 아까워 수능시험을 위해 책상에 앉아 있지만 문성고를 다니는 채혁군은 이날 특별한 하루를 보내기 상쾌한 아침을 맞이했다.

평소 채혁군은 주말에도 어김없이 학교 자율학습을 하기 위해 아침 6시에 눈을 떠야 한다. 하지만 이날만큼은 가족들과 함께 모여 아침밥을 먹고 어르신들을 만나기 위해 간식거리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전북대를 다니는 김한국(24)씨도 모처럼 주말에 광주를 찾아 어머니와 함께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기 위해 아침부터 나갈 채비로 분주했다고 한다.

모든 채비를 하고 이들이 향한 곳은 남구 월산동 소재 ‘나눔의 샘터’였다. 이날 이른 아침부터 나눔의 샘터에서는 300여명의 관내 어르신들을 위해 짜장면을 대접해드리는 ‘사랑의 짜장면 Day!’준비가 한창이었다.

광주마중물봉사대(회장 이범기) 회원 40여명과 이채혁군과 김한국씨는 모두 같은 마음으로 아침부터 이곳을 찾았다. 관내 어르신들에게 짜장면을 대접해드리기 위해서다. 마중물봉사대 회원들의 나이 어린 자녀들도 봉사 현장에 함께해 여럿 눈에 띄었다.

오전 9시 나눔의 샘터 주방과 1, 2층에서는 각자 역할 분담을 하고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미리 준비해 온 짜장면 반죽 더미와 면을 뽑은 기계 주변에는 완성된 짜장면에 올릴 오이, 완두콩, 옥수수 고명이 나란히 놓여있었다.

한 쪽에 있는 기계에선 면발을 술술 뽑고, 능수능란하게 끓는 물에 면을 삼기 시작했다. 그리고 난 후 면이 불지 않고, 탱탱하면서 찰진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찬물에 2번 정도를 헹구곤 했다.

또 한 쪽에서는 짜장면과 같이 먹을 깍두기, 김치, 단무지를 덜어 반찬그릇에 준비하고 식탁마다 젓가락과 함께 올려놓는 팀도 이마에 송골송골 땀이 맺히고 있었다.

처음으로 짜장면의 면을 뽑아보게 된 채혁 군은 “기계에 반죽을 넣고 면이 뽑아져 나오는 것을 보고 신기했고, 직접 면을 뽑으면서 손으로 면을 만드는 것과 다른 모습을 보게 됐다”며 “자습공부를 하기 위해 아침에 눈 떴을 때보다 오늘 봉사활동을 하기 위해 아침에 일어났을 때 훨씬 피로감이 풀리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그렇게 오전 11시가 지나 점심시간이 가까워지자 관내 경로당에 계시는 어르신들이 4대의 승합차를 타고서 수십 명씩 나눔의 샘터를 방문하기 시작했다. 어느새 나눔의 샘터는 어르신들로 가득차 북적 북적였다.

이날 짜장면 봉사에 참여한 자원봉사자들은 나눔의 샘터 1, 2층 좁은 통로를 이용해 계단을 오르내리면서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주방에서는 면에 짜장 소스를 붓고 정성껏 하나하나 짜장 고명을 올려 한 쟁반에 4그릇씩 준비했다.

여기에 짜장면을 준비하는 시간 동안 어르신들이 적적하지 않도록 흥이 돋는 공연까지 선보였다. 학생들은 짜장면이 나오면 직접 비벼드리기도 하면서 정이 오가는 따뜻한 말 한마디씩을 건넸다. 시계를 볼 틈새 없이 바쁜 현장이었지만 자원봉사자들의 얼굴에는 미소를 잃지 않았다.

“아이고~ 고마워잉 무슨 짜장 냄새가 이렇게 맛있게 난당가, 파는 것보다 훨씬 맛나고만. 잘 먹고 가유~” 여기저기에서 어르신들의 감사 인사가 쏟아져 나왔다.

어머니와 함께 봉사를 참여한 김한국씨는 “힘닿는대로 주말에 광주에 내려올 때면 봉사하는데 시간을 보내려고 한다”며 “시간을 쪼개어 봉사한다는 것은 그만큼 자기관리를 잘해야 한다는 것인데 인성이 좋아지는 봉사활동은 스스로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외 서강고를 다니는 백동휘(18)군는 “봉사활동을 하고 나서 너무나 뿌듯하고 보람찬 주말을 보내게 됐다”며 웃고, 김건우(20)씨도 “남을 돕고 베풀 수 있다는 자체가 내게 힘을 주는 것 같고, 따뜻한 정으로 감동이 가득한 하루를 보낸 것 같다”고 행복한 미소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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