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 단체마다 '단골거래' 있다
자치 단체마다 '단골거래' 있다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7.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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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급공사 수의계약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는 것일까. 건설업계 관계자들은 대체로 4가지로 요약해 설명한다.
첫번째는 가장 흔한 형태로 '사업시행기관-브로커-수주업체'방식이다. 이 경우 '브로커'는 누구나 될 수 있으며, 리베이트를 챙길 수 있다. 건설업게에서는 이를 "통으로 준다"고 표현한다.

두번째 방식은 '사업시행기관-브로커-A회사-B회사'방식. 문서상에는 'A'가 공사를 땄지만, 실제 공사는 'B'에서 하는 형태다. 이때 'A'는 서류상 공사 실적률만 올릴 수 있다. 두 단계를 거치기 때문에 그만큼 리베이트도 불어나기 마련이다.

세번째 방식은 명의가 다른 회사를 대리로 내세우는 방식이다. 수주건수가 많은 업체일수록 이같은 편법을 쓰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예를들어 공사를 독식할 경우 주위의 눈이 부담되기 때문에, 실제로 공사계약은 자신들이 땄으면서도 서류상에는 실적률이 필요한 다른 회사(들)의 명의만 내세워 분산시키는 방법이다.

네번째 방식은 '계속 공사'로 편법 계약에 역시 때로 이용된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얘기한다. 국가계약법상 수의계약은 일반종합공사의 경우 1억원 이하, 전문공사는 7천만원 이하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10억원대에 이르는 공사라 할지라도 수의계약을 하는 경우가 많다. 국가계약법상 '공사에 있어서 장래 시설물의 하자에 대한 책임구분이 곤란한 경우로 직전 또는 현재의 시공자와 계약을 하는 경우'는 경쟁을 할 수 없도록 한 예외규정, 이른바 '계속공사'규정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연관된 공사를 계속하여 시공함이 합리적이라고 인정해 직전 또는 현재의 시공자와 수의계약을 체결 할 수 있는 공사를 뜻한다.
특정업체에 공사계약이 집중된 것과 유착의혹이 제기될 경우도 '계속 공사'는 좋은 해명자료로 이용되곤 한다. 대개의 자치단체는 "해당업체가 일 끝맺음이 좋아 선호하고 있는 것 뿐이고, 공사계약건수가 많은 것도 계속공사가 많기 때문이다"고 설명한다.


선거 앞두고 물량 폭증
광주 전체 1위 진흥건설
동구-금당, 서구-진흥, 남구-금당,
북구-남경·도양, 광산구- 은진·구일·광산종합개발
민주당 대의원.부자.형제 등
상위업체 얼키고설킨 '관계'


그러나 건설업자들은 '계속 공사'가 특정업체에 특혜를 주기위한 편법으로 많이 악용되고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예컨대 규모가 큰 10억원짜리 공사라 할지라도 수의계약이 가능한 공사 금액으로 토막을 내면, 얼마든지 한 업체에게 계속 공사계약을 밀어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관급공사 수의계약 물량이 갑자기 폭증하는 현상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지방선거가 1년도 채 남지 않은 지금, 몇몇 자치단체의 수의계약 물량이 큰 폭으로 늘어 주목을 받고 있다.

광주시 광산구는 1999년도에 88건이던 수의계약 건수(1천만원 이상기준)가 2000년도 들어 182건으로 2.3배가 늘었다. 이같은 수치는 전체 공사계약 건수의 92%, 계약금액기준으로도 50%를 차지하는 물량이다.

안병용 광산 부구청장은 이와 관련 "광산구는 광주면적의 46%를 차지해 개발수요가 많은데다 구청장이 중앙부처에서 예산을 많이 따왔기 때문"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이같은 해명은 수의계약건수가 폭증한데 대한 답으로 모두 충족시켜주는 수준은 아니다.

광산구의 지난해 수의계약 공사금액이 전년도보다 증액된 금액은 모두 48억원. 이 증액분 가운데 42억 7천만원은 도로명판(2억3천), 보건소(19억), 송정배수시설(14억), 우산동 배수시설(4억), 궁도장(1억 4천), 임도개설(2억) 등에 각각 쓰였다. 따라서 공사금액이 늘어났기 때문에 공사건수도 늘어났다는 논리만으로는 설명이 안되는 부분이 있다. 대부분의 공사비 증액분이 대형공사 6건에 쓰였기 때문이다.

광산구는 또다른 건수증가요인으로 수의계약할 수 있는 전문공사가 지난해 5천만원에서 7천만원으로 상향조정된 점을 들고 있다. 그렇다하더라도 이 요인에 의한 공사건수는 37건. 또다른 건수증가요인이 없다면, 똑같은 공사금액으로 공사건수만 대폭 늘렸다는 얘기다. 광주시 동구 역시 2년전 37건에 불과하던 수의계약 건수가 지난해는 72건으로 두배가 늘었다.


광산구 2.3배, 동구 2배 물량폭주


특히 동구는 공사액수가 줄었는데도 불구하고, 건수는 두배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1999년 수의계약공사금액이 48억 5천만원이었던데 비해 지난해는 30억 5천만원으로 37%인 18억원이 줄었다. 그러나 공사건수는 정반대로 100%가 늘었다. 동구청 역시 이에 대해서는 수의계약 가능 공사금액이 상향조정된데 따른 것이라는 답변외에는 뚜렷한 설명을 못하고 있다.

이처럼 선거를 앞두고 수의계약이 양적으로 급팽창하는 배경에 대해서는 의견이 무성하다. 사실여부를 떠나 시중에서는 선거자금을 마련키 위한 것이 아니냐는 시각과 또 다른 쪽에서는 선거를 앞둔 선심성 사업을 많이 벌이기 때문으로 보기도 한다. 어느경우든 수의계약에 대해 '의혹'을 풀지 않은 시각이다.

공사 물꼬 어디로 쏠리나

광주시와 5개 자치구의 최근 2년 6개월간 수의계약 현황을 조사분석했다. 자료는 각 자치단체에 1999년, 2000년, 그리고 올해 상반기까지의 수의계약현황에 대한 행정정보공개를 청구했다. 조사결과 각 자치단체마다 수의계약공사가 몇몇 '단골거래처'에 집중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광주 전체적으로는 진흥건설(대표 임광택)이 1위를 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진흥건설은 서구청 수의계약 물량의 23%를 차지한 것을 비롯해 북구 6, 남구 3, 광산구 5, 동구 3건, 광주시 사업소(2000년) 3건 등 모두 46건의 공사를 도급했다. 진흥건설은 특히 서구청에서 이 기간동안 26건의 공사를 따내 높은 수주율을 보였다.

공사액수도 대부분 건당 7천만~2억원대 안팎으로 큰 규모다. 서구청의 수의계약공사금액은 2년 5개월동안 모두 126억원. 진흥건설은 이 가운데 모두 29억 3천만원대의 공사를 따냈다. 공사금액기준으로 보면 4개중에 1개는 진흥이 차지하는 셈이다.

이밖에 진흥의 하도급업체로 알려진 영풍건설까지 합하면 진흥건설의 수주물량은 더욱 늘어난다. 영풍건설은 서구에서만 같은기간 동안 9개공사 7억7천여만원을 수의계약했다. 이 회사는 진흥건설과 같은 사무실을 사용하고 있다. 김덕용 영풍건설대표는 "진흥건설의 임사장 및 또 다른 한명과 동업해 회사를 만들었다"며 "같은 회사 개념으로 봐도 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서구청 수의계약이 진흥건설에 몰리는 까닭은 무엇일까. 임광택 진흥건설 대표는 "계속공사가 많은데다, 민원 처리 등을 비교적 말끔하게 마무리하기 때문에 선호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공사계약담당 공무원들도 같은 논리로 설명하고 있다. 결국, '계속공사'가 다른 업체에 비해 많다는 주장이다. 실제 진흥이 따낸 26건의 공사중 16건이 '계속공사'이다.

그러나 진흥의 '계속 공사'와 관련 진흥이 설명해야 할 부분이 있다. 이들 '계속공사'의 최초공사중 단 한건도 공개경쟁입찰되지 않은 점이다. 특히 서구청은 최근 3년간 '계속공사'로 모두 17억원대에 달하는 유덕동 일대 하수구공사를 진흥과 수의계약했다. 유덕동 동강버스~광주천간 하수구공사가 지난해 끝났고, 지금은 유덕동사무소~덕흥마을간 하수구공사를 진행되고 있다. 총공사비는 각각 9억원과 8억원이다.

흥미로운 점은 동강버스~광주천간 공사구 450여m가 수의계약으로 첫 공사를 시작한 이후 2년동안 6단계로 나뉘어 공사가 진행돼 총공사금액이 9억원에 달했다는 사실.

또 '계속공사'로 보기에는 두 공사가 지리적으로나 공사의 성격상 별 연관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것도 지적되고 있다. 진흥건설 유덕동 하수구공사 현장사무소 관계자는 "동강버스~광주천간 공사는 오수나 유수를 처리하기 위한 하수구공사이고, 현재 공사중인 동사무소~덕흥마을간 1.1㎞구간은 도로 확포장을 위한 하수도 공사"라고 말했다.

이와관련 담당공무원은 "시 교부금이 하수구 공사비몫으로 정해져 단계적으로 주어지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으나, 몫이 정해진 시 교부금은 자치구가 공사명을 적시해 신청할때만 교부된다는 점에서 이 역시 명쾌한 답변으로 들리지 않는다.

진흥건설외에도 각 자치단체별로 수의계약을 많이 따는 업체들이 눈에 띈다. 북구에서는 같은기간 동안 미석산업건설(대표 이정철), 남경건설(대표 최정필), 도양건설(대표 정종삼)이 각각 12개씩 수주해 공동 1위를 달렸다. 동구에서는 금당건설(대표 조만길), 남구 역시 금당건설과 고려건설(대표 조만선)이 상위를 차지했다.

광산구에서는 은진건설(대표 황석주)과 구일건설(대표 이재필), 광산종합개발(대표 오순열) 등이 수위를 차지했고, 광주시(사업소 제외)에서는 영신산업(대표 형시관)이 수의계약을 많이 따낸 것으로 나타났다.

북구에서 1위를 차지한 남경건설 최정필 대표는 우일건설 최영종대표의 아들, 우일의 최대표는 민주당 광주 북을지구당 부위원장을 맡고 있다. 이밖에 금당과 고려건설은 형제기업이고, 광산종합개발의 오순열대표는 현재 광산구지구당 소속 민주당시지부 대의원이다.

광산종합개발은 지난해 19억원짜리 광산구보건소 신축공사를 청사 지하주차장과 '계속공사'라는 명분으로 수의계약하기도 했다. 민주당 동구지구당 소속 시지부 대의원인 부신건설 정을수대표도 수의계약을 많이 따는 업체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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