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내 소문만 무성한 채 진실은 가려지는 형국
조선대 2기 이사회가 참으로 어렵게 출범했다. 그러나 2개월여 동안 논란의 핵심은 이사장 선출 문제였다. 이사장 선임이 이루어지지 않자 학내 자치기구들이 반발하고 나섰고 교수평의회 의장은 삭발단식에 들어갔다.
이사장 선임 문제가 학내 갈등의 또 다른 요소를 낳고 있는 것이다. 이사장 선임 문제는 이사회의 고유 권한이지만 이사장 선임이 이루어지지 않아 학교 안정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지난 8일 오후 2시 대학 본관 중앙현관 앞에는 법인이사회 정상화를 위한 결의대회가 열렸다. 결의대회에는 교수평의회, 총학생회, 비정규교수노조 조선대분회, 조선대 민주동우회,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조선대병원지부 등 학내 자치기구 대표들과 일부 동원(?)된 학생 등 2백여 명이 자리를 했다.
이들 기구는 2기 이사장 선출, 구 경영진의 대학 경영권 장악 저지, 법인 정상화 방해 이사 각성, 총동창회장 이사 후보직 사퇴 등을 요구했다. 그러나 이날 집회의 가장 큰 목적은 이사장 선출에 대한 압박이었다.
지난 2월 2기 신임 이사회가 구성된 이후 이사장 선임과정에서 개방이사인 황금추 이사가 이사장 선임 투표에서 계속 기권표를 던지는 것에 대한 반발이었다.
‘민주’에 반대하면 ‘주적’으로 모는 격
윤창륙 조선대 교수평의회 의장은 이날 삭발단식에 들어가면서 <시민의소리>와의 인터뷰에서 “오늘 집회는 사실상 황금추 개방이사에 대한 압력이다”면서 “이사장 선임에 있어 강 이사장 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
과연 그럴까? 여기에는 1기 이사회 때부터 지루하게 끌어온 이사회의 내재적인 문제가 골 깊게 쌓여 있다. 1기 이사회 때 개방이사 선임 문제로 진통을 겪으며 1년여 동안 임기 끝난 이사들이 자리를 꿰차고 앉아 아무도 자리를 비워주지 않았다. 법적으로 개방이사 3명을 선임하기 위해서는 9명의 이사 중 최소한 3명의 이사가 물러나야 했다.
업무적으로 다른 대학의 총장으로 선임 된 한 명의 이사 자리가 공석이 되었으나 이마저도 개방이사를 뽑지 않고 버텼다. 그러다가 개방이사 선임을 안건으로 올려놓고도 개방이사 선임을 위해 정이사 한 명을 먼저 뽑아야 한다는 이상한 논리를 내세웠다. 이렇게 1명의 이사를 놓고 서재홍 현 총장과 이정남 총동창회장이 자리싸움을 했다.
이정남 총동창회장이 선임되자 이 회장이 ‘구재단측 이사’라는 이유를 들어 학내 반발이 거셌다. 그리고 절차상의 하자, 즉 개방이사 자리에 정이사를 선출했다는 이유를 내세워 직무정지 가처분을 제기했고 법원이 이를 용인한 채로 소송이 진행 중이다.
당시에 학내의 또 다른 관계자는 “만약이라는 전제조건을 들어 당시에 서 총장이 정이사가 되었다면 학내에서 직무정지 가처분을 요청했을까?”라는 반론을 제기한 바 있다. 현재 조선대의 문제는 바로 이런 것들이다.
본질적인 문제는 뒤로 한 채 학내 기구들이 자신들의 입맛대로 이사회를 조정하려는 움직임도 없지 않다. ‘민주’라는 이름으로 모든 것을 분류하고 반대하면 ‘주적’으로 모는 형국이 나타나고 있다.
이는 윤 의장이 이날 결의대회의 대회사에서 낭독한 내용에서도 나타난다.
윤 의장은 “만일 제가 좀 더 신중히 개방이사를 선출하였다면 이사회를 견제하고 구성원들의 편에 서야 할 개방이사가 그 본분을 망각하고 이사회를 파행으로 이끄는 일은 없었을 것이며 그러한 인사를 선택하지도 않았을 것이다”고 밝혔다.
윤 의장이 이 대회사에서 밝힌 내용은 참으로 위험한 발상이다. 즉 민주이사추천위원장인 자신이 선택해서 뽑아주었으니 당연히 구성원들의 편에 서야 한다는 이분법적인 논리를 전개하고 있다는 것이다.
구재단보다는 개방이사가 ‘손쉽다?’
물론 이 주장은 구재단이라는 세력으로 인해 상대적인 개념에서 밝힌 주장으로 이해된다. 그렇지만 한편으론 개방이사는 학내 자치기구들의 뜻대로 움직여야 한다는 주장과 같다. 민주이사추천위원회는 이사를 추천하는 역할에 그쳐야지 선임된 이사는 고유권한에 따라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오히려 정당한 논리이다.
물론 윤 의장의 지적처럼 개방이사의 역할은 이사회를 견제하고 비판하여 이사회가 순기능을 하도록 하는 것이 그 취지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사장 선임 투표에서 기권한 것이 그 순기능에 반대된다는 것인지 오히려 윤 의장이 대답해야 할 문제로 해석된다.
이번 이사장 선임에 있어서 1기 이사장이었던 강현욱 이사와 구재단 이사로 분류되는 전 한양대 부총장인 유세희 이사가 출마의사를 밝혔다. 2기 정이사는 이정남 이사의 직무정지 가처분으로 8명이 재적이사(9명) 과반수인 5표가 되어야 하는 데 2차례의 투표 결과 강현욱 이사 4표, 유세희 이사 3표, 황금추 이사 기권 등으로 이사장 선임이 부결되었다.
황 이사가 기권표를 던진 것이 바로 학내자치기구들의 불만인 셈이다. 그들은 강현욱 이사가 이사장이 되길 바란다. 유세희 이사는 구재단측이기 때문에 그가 이사장에 선임되면 구재단의 학교 장악이 현실로 드러날 것이라는 불안 심리를 갖고 있다. 그렇게 되면 학내갈등은 또다시 폭발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학내자치기구들은 구재단측 3명의 이사에 대해서는 단 한 마디의 말도 하지 않으면서 황 이사에게만 화살을 돌리고 있다. 구재단은 어차피 말을 듣지 않으니 황 이사에게만 압박하는 방식은 지나친 모순으로 지적된다.
윤 의장은 “1기 이사회 때는 분명 강현욱 이사장이 제대로 이사회를 운영하지 못한 잘못이 있다”면서 “당시에 이원구 전 이사가 실세로 군림, 이사회를 파행 운영하여 강 이사장으로서는 이를 감내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했다.
윤 의장은 하지만 "강현욱 전 이사장이 개인적인 이사회 운영의 잘못은 있지만 비리가 없기 때문에 이제는 강 이사장 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논리를 폈다.
물론 당장의 대안은 없다고 할지라도 강 이사를 이사장으로 선임할 수 없다는 것이 황 이사의 입장이다. 황 이사는 구재단측인 유 이사도 선임할 수 없다는 확고한 생각을 갖고 있다.
본질적 문제는 외면하고 발등만 집착
황금추 이사는 조선대 출신은 아니지만 조선대에서 2003년 명예경영학박사학위를 받았고 동문으로서 그동안 조선대에 법과대학에 고시원(황금추관)을 지어 기부하고 3억원 가량을 현금으로 기부했다. 또 매년 졸업식 때마다 일정액의 장학금을 내놓는 등 모두 20억원 가량을 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 이사는 <시민의소리>와의 인터뷰에서 “제가 개방이사이긴 하지만 대학 발전을 위해 많은 생각과 기여할 계획을 갖고 있다”면서 “당장 이사장 선임도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구재단측 이사를 선임할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또 황 이사는 “1기 이사장을 지낸 강 이사는 사실 대학발전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정도로 1기 이사회를 제대로 운영하지 못한 책임이 있다”고 지적하고 “조선대 이사회가 화합하고 제대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9명의 이사가 선임된 후에 이사장 선임 절차를 밟는 게 당연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필요하다면 이정남 이사에 대해 대학이 설득하려는 노력을 더욱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황 이사는 “제가 이원구 전 이사와 이효복 이사와 만난 것을 놓고 그들에게 포섭된 것으로 학내 관계자들이 인식하고 있는데 누구든지 만날 수 있는 것 아니냐”면서 “명예경영학박사를 받을 때 이원구 이사가 총동창회장이었고 이효복 이사는 이번에 처음 알았다”고 말했다.
황 이사는 자신이 산전수전 다 겪으며 기업을 키워온 사람인데 쉽게 남의 말을 듣는 그런 사람으로 보지 말라고 했다. 대학 내부의 소문에 대한 일침이었다.
특히 황 이사는 “대학의 정이사는 학교 재정에 대한 책임을 가져야 한다는 점에서 스스로 재단출연금을 낼 능력도 있어야 하는 데 1기 이사들 가운데 어떤 사람이 출연금을 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면서 “2기 이사들도 당연히 재단출연금을 능력에 맞춰 내야하는 데 1기 이사였던 강현욱 이사도 이에 대해 할 말이 있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이런 이사의 중요한 역할과 같은 문제에 대해서는 학내자치기구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 그래서 황 이사는 단순히 이사장 선임 문제만을 놓고 왈가왈부하는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없는 단견적인 사고방식이라고 지적했다.
조선대의 발전을 위해서는 좀 더 큰 그림을 그리는 이사회와 대학 당국, 학내자치기구가 되어야 한다는 내부 관계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줄 알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