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의 미래를 여는 손님집 [2]
광주의 미래를 여는 손님집 [2]
  • 권준환 문상기 기자
  • 승인 2014.04.09 18: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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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의 ‘손님집’ 이대로 괜찮나
친밀한 관계 만드는 손님집 돼야
문화공간 아닌 숙박업 개념으로 퇴색

게스트하우스(Guest House)란 다양한 문화권의 여행자들이 다른 여행자들을 만나 한 공간에서 정보를 공유하고 소통할 수 있는 숙박시설의 한 유형이다. 한국에서는 외국인관광도시민박업종에 해당한다. 세계적인 관광도시의 경우 민박업이 활성화되어 있다. 하지만 광주의 경우 외국인관광도시민박업의 활성화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여러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광주는 2015년 아시아문화전당 개관을 통해 국제적인 문화도시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하지만 사실 관광객들을 맞이할 숙박시설이 변변치 못한 현실이다. 이에 그저 하룻밤 잠을 자고, 떠나면 잊혀지는 숙박시설이란 개념을 떠나 문화를 담을 수 있는 게스트하우스 확대 방안을 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1회. 프롤로그 - 낭만과 경험의 문화적 가치
2회. 광주의 ‘손님집’ 이대로 괜찮나
3회. 서울 북촌한옥마을, 전통한옥의 정취에 빠져들다
4회. 남해 독일마을, 사람과 사람. 그 사이의 소통
5회. 목포, 1935년도의 전성기를 꿈꾸다
6회. 광주만의 문화를 담는 손님집
7회. 손님들이 광주를 다시 찾길 바라며
8회. 에필로그 - 광주의 미래를 여는 손님집

'논다'는 것의 중요성

사람들은 놀기 위해 산다. 일을 해서 돈을 벌고, 여행을 떠나는 것도 큰 틀에서 보면 놀기 위함이다. ‘놀다’는 ‘놀이나 재미있는 일을 하며 즐겁게 지내다’라는 뜻이다. 즐겁게 지내는 것. 인간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라이프스타일이다.

예전엔 논다고 하면, 부정적인 인식이 강했다. 잘 살기 위해 두 팔 걷어붙이고 일해도 모자랄망정 놀 시간이 어디 있냐는 그런 인식이었다. 하지만 근래에 와서 ‘논다’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많은 기업과 행정조직, 또는 정치인들이 ‘놀다’라는 동사를 사용해 소비자나 시민들에게 자신들의 상품이나 정책을 홍보한다. 예를 들면 ‘패션과 놀다’, ‘인문학과 놀다’, ‘정치와 놀다’ 등이다.

이처럼 놀이에 사람들의 관심이 몰리면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관광지마다 게스트하우스도 주목을 받고 있다. 게스트하우스는 여러 국적을 가진 여행자들이 한 공간에서 만나 대화·소통·정보공유를 통한 문화접촉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하며, 함께 놀고 즐기는 여행자 문화를 생산한다.

그렇다면 우리 지역 광주의 게스트하우스 실태는 어떨까? 광주에 등록된 게스트하우스, 즉 외국인관광도시민박업은 총 13개가 있다.

광주에 거주하는 평소 알고 지냈던 외국인들의 추천과 소개를 받아 서구에 위치한 페드로 게스트하우스와 남구에 위치한 광주 게스트하우스를 찾아 광주지역 ‘손님집’의 명과 암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Be Friendly. Introduce yourself.

지하철 쌍촌역에서 운천역 쪽으로 가다가 신천아파트로 이어지는 골목으로 들어서 조금만 올라가면 페드로 게스트하우스가 있다. 평범한 가정집이다. 그 곳의 주인장 김현석(베드로 킴)씨가 약속시간에 맞춰 마중 나와 있었다.
안에 들어서면 ‘House Rules’이 적힌 종이가 붙어있다. 하우스 룰의 핵심은 ‘Be friendly(친밀하게)’와 ‘Introduce yourself(당신을 소개 해주세요)’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주방이 딸린 거실이 바로 나온다. 긴 안락의자(소파)가 있고 그 옆에는 여행관련 책들이 쌓여있다.
작은 거실을 지나 주방 쪽으로 돌면 세계 지도에 핀이 꽂혀있다. 주로 유럽과 북미, 동아시아 쪽에 많이 꽂혀 있었는데, 그것은 이곳을 다녀간 사람들이 자신이 어디에서 왔는지 표시하고 간 것이란다. 남미와 아프리카는 하나도 꽂혀있지 않았다.

김 씨가 게스트하우스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다른 나라들을 여행하면서 느낀 감정들 때문이다 .
그는 “밖에서 여행했을 때 우리나라나 도시를 저평가 하는 것 같아요. 우리 지역의 숨어있는 구석구석을 발견해 알리고 싶었어요. 사실 이것 빼고는 할 일이 없어요”라며 웃었다.
실제로 그는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광주 근교의 관광지와 여행지를 소개해 주고, 공연을 보여주며, 맛집을 알려주는 등 발에 땀나게 품을 팔고 있다.

입소문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기에 누리집과 블로그, 페이스북 페이지를 꾸미는 데에도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이곳을 다녀간 관광객들이 작성한 블로그를 보고 찾아오는 경우도 많았다. 게스트하우스를 찾는 관광객들은 주로 20~30대이고 다양한 직업을 가졌다.
광주를 찾는 관광객의 목적도 다양했다. 한 번은 염주동에서 열렸던 한류콘서트를 보기 위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한 여성이 날아왔다. 다른 이유 없이 ‘한류콘서트’ 단 한 가지였다.
싱가폴에서 왔던 한 커플은 TV 예능 프로그램 ‘런닝맨’ 촬영이 이뤄진 곳을 보기 위해서 광주를 찾았다. 우리의 시각으로 보면 참으로 엉뚱하다는 인상이 들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특정 분야에 관심이 많은 매니아 여행자들도 있었다. 고인돌을 좋아하는 한 영국인 관광객은 아일랜드와 스코틀랜드에 이어 한국을 찾았다.
김현석 씨는 고인돌에 대한 정보를 찾아 가르쳐주고 고창, 화순, 강화도 등 고인돌 밀집지역을 소개해줬다.

친숙하고 친밀한 관계 만드는 공간돼야

김 씨는 페드로 게스트하우스가 친숙하고 친밀한 관계를 만드는 게스트하우스가 돼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게스트하우스 내에 다양한 문화 공간을 운영하고 싶은 꿈이 있다.
그는 “저의 브랜드 가치가 우리 지역의 여행문화에 기여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이곳(페드로 게스트하우스)에 대해 자부심을 느끼고 깊이 있게 전문적으로 운영하고 싶어요”라며 “광주와 전라도를 알고 싶은 여행자에게 기회를 주고 싶어요. 로컬과 여행자가 만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말이에요”라고 포부를 밝혔다.

덧붙여 “여행을 많이 다녀봤지만 기억에 남는 게스트하우스는 몇 개 없어요. 친목에 힘쓰는 게스트하우스가 뇌리에 남더라고요. 그래서 이곳도 단순히 ‘여행’ 이상의 ‘친분을 쌓을 수 있고 집처럼 느껴지는 곳’으로 가꿔나갈 예정이에요”라고 말했다.

두 번째로 찾아간 광주 게스트하우스는 수박등로 언덕길을 올라가 골목으로 접어들면 월산동 라인아파트가 있는데 그 옆에 위치하고 있었다. 젊은 주인 부부가 환한 미소로 반겨줬다.
널찍한 거실엔 텐트가 쳐져있었고, 고양이 두 마리가 서로를 쫓아다니며 놀고 있었다. 텐트는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앉아서 이야기하고 같이 낮잠도 자는 등 소통의 공간으로 쓰이고 있다고 했다.

광주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고 있는 정인영 씨는 광주 게스트하우스를 소개하기 보다는 그동안 느꼈던 게스트하우스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토로했다.

정 씨는 여행을 너무나 좋아했다. 여러 나라를 여행하며 찾았던 게스트하우스에 대한 추억은 그녀가 ‘광주에도 이런 게스트하우스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만들었다.
게스트하우스는 잠을 자기 위해 찾는 공간이 아니었다. 다국적 사람이 모여 문화를 즐기고 각 나라 음식들을 조리해 먹으며 즐기고 파티하는 ‘외국인문화공간’이었다. 서로 다른 문화차이를 경청하고, 처음 만난 사람들이 모여 놀러 다니는 곳이었다.

외국인문화공간이 숙박업 개념으로..

하지만 이러한 게스트하우스 문화가 한국에 들어오면서 숙박업의 개념으로 퇴색됐다고 그녀는 말한다.
그녀는 “여행자들이 게스트하우스라는 공간을 통해서 생전 처음 보는 사람들과 뽁작뽁작 놀면서 커뮤니케이션 하는 공간을 꿈꾸고 게스트하우스를 시작했지만 초반에 애를 먹고 너무 힘들었어요”라며 “외국의 게스트하우스는 놀 수 있는 공간은 많지만 잠자는 곳은 좁아요. 같이 놀면서 이것이 인연이 돼고 친구, 언니, 동생이 되는 공간이었어요. 숙박업을 하려고 했다면 차라리 모텔을 했겠어요”라고 말했다.

그녀는 또한 광주권 내에 가볼만한 곳이 많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광주를 찾는 것은 광주를 관광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광주 근처의 담양이나 보성과 같은 다른 관광지로 이동하기 위한 수단이 돼버렸다는 것이다.
외국인들이 이용하기에 교통편도 썩 잘 돼있지 않고, 안내나 표지판 등도 제대로 돼있지 않아 불편함이 크다고 한다.

서로 다른 문화를 배우면서 사람 사는 이야기가 인생 공부가 되는 공간. 그런 공간을 정 씨는 꿈꾸고 있었다. 그녀는 “아랍권 관광객이 묵어간 적이 있어요. 저녁 8시쯤 되면 나라 방향으로 절하고 기도하더라고요. 그 모습을 보고 그 문화에 대해 오히려 제가 배울 수 있었어요”라고 회상했다.

‘놀아라, 즐겨라, 사람을 만나라, 생각을 넓혀라, 문화를 만끽해라’ 그녀의 인생관처럼 광주의 게스트하우스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어오길 기대해본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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