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계약이 지방자치 망친다
수의계약이 지방자치 망친다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7.09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수의계약에 메스를 (上)>
'수의(隨意)', 말 그대로 자기 맘대로 한다는 말이다. 탈도 많고 말도 많은 관급공사 수의계약이 또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수의계약 물량이 두배 이상 폭증한 자치단체가 한 두 군데가 아니다. 어떤 단체장은 민주당 대의원 몫으로 수의계약 1∼2개씩 돌렸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물론 이를 확인하기는 결코 쉽지않다. 말 그대로 공사를 준 사람과 받은 사람이 입만 다물면 그만이다. 열린 정보, 투명 행정시대에 '결탁'과 '유착' 과 같은 부정적인 단어와 동침하는 수의계약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동구청 등 공개 경쟁 입찰제 전환 '혁신'눈길

광주시 동구청은 최근 자치단체로서는 '혁신적인' 개혁안을 발표했다. 다음달부터 모든 수의 계약을 인터넷을 통한 경쟁입찰방식으로 전환키로 한 것. 이에따라 앞으로는 10만원 이상 물품구매와 500만원 이상 공사는 모두 구청 인터넷홈페이지에 내역이 공개되고, 계약 희망자들의 견적을 받아 최저가를 선정할 방침이다. 동구청은 수의계약 제도 개선으로 투명행정을 실현, 주민들의 신뢰를 얻는 것은 물론 예산절감효과까지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수의계약을 둘러싼 각종 비리와 의혹을 근본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을지 자치단체는 물론 건설업계 안팎으로부터서도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정도는 아니지만 광주시 북구청도 수의계약제도를 상당폭 개선했다. 지난 2월부터 3천만원 이상 시설공사내역을 인터넷에 공개한데 이어 5월부터는 5천만원이상으로 상향조정했다. 당초보다 공개기준이 후퇴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동안 밀실에서 진행된 것이나 다름없는 수의계약 입찰정보를 인터넷에 공개해 많은 업체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모범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북구청 역시 이를 통해 예산절감효과와 행정의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거대한 '나눠먹기 카르텔' "이대론 안된다"

"더이상 이대로는 안된다". 자치단체들이 수의계약에 메스를 대는 이유는 바로 이같은 진단 때문이다. 수의계약을 바꾸지 않고는 행정에 대한 불신과 의혹의 고리를 끊을 수 없다는 판단이 작용하고 있다. 그만큼 수의계약은 우리행정의 아킬레스건이기도 하다.

일부 수의계약의 경우 1건당 보통 공사비의 10%내외가 리베이트로 건네진다는 것은 이미 공공연한 비밀이다. 지난 2월에는 신준식 전순천시장이 수의계약 대가로 업자들로부터 수억원의 돈을 받은 사실이 밝혀져 구속됐다.

단체장 비자금 의혹, 의회 입막음용?

특히 수의계약 전권을 가진 단체장은 이것으로 '돈 관리'와 '사람 관리'를 동시에 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정업체에 수의계약을 몰아줘 받은 리베이트로 비자금을 조성하거나, 자기편으로 만들려는 의원에게는 '당근'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이 때문인지 일부 지방의회 의원들이 관행적으로 매년 한두껀씩 수의계약 공사를 챙긴다는 얘기도 시중에 널리 퍼져 있다.

수의계약공사는 일부 공무원과 출입기자들에게도 분배된다는 보도도 있다. 최근 한 신문이 영암군에서 주재기자들에게 수의계약 공사를 분배했다고 보도해 파문이 일기도 했다.

결국, 이러한 여러 수의계약 모습은 때론 건설업자와 단체장-지방의원-공무원-언론인이 '악어와 악어새' 관계를 이루고 있는 거대한 '파이'로 주민들 눈에는 비쳐지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이같은 비리구조가 모든 수의계약에 걸쳐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일부라도 '나눠 먹은 입은 침묵할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수의계약은 우리사회의 감시와 비판기능을 마비시키는 독으로도 작용할 공산이 크다.

실제 수의계약제도에 관한 한 지방의회는 거의 침묵으로 일관해 왔다. 단일공사에 대한 의정감시는 있었지만 제도 자체에 대한 문제제기와 개혁을 외치는 큰 목소리는 없었다.

본지 기획시리즈 보도...개선 대안 모색하자

심지어 광주시 구의회 J의원은 "다른 구청은 의원들에게 1~2건씩 챙겨주는데, 우리는 단체장이 독식하고 있다"며 불만을 터뜨릴 정도. 주민을 대표하는 의원으로서 잘못을 바로잡으려는 생각보다는 오히려 '파이 분배'에서 제외된데 대한 서운함만 표출하고 있다. 수의계약 나눠먹기가 얼마나 관행적인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반증이자, 왜 탈 많은 수의계약이 온존할 수 밖에 없는가를 보여주는 역설로 쓴웃음을 자아내게 하고 있다.

'시민의 소리'는 거대한 '나눠먹기 카르텔'을 이루고 있는 수의계약의 실태와 문제점을 조명하고, 개선대안을 함께 모색하기 위해 기획시리즈를 시작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