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년의 기다림. 그 끝의 졸업장.
84년의 기다림. 그 끝의 졸업장.
  • 권준환 기자
  • 승인 2014.02.12 23: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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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일고 5회 허창두 씨 1928년 동맹휴교투쟁 주도로 퇴학
오사카에서 날아온 아들에게 대신 수여해

일반적으로 3년이면 고등학교 졸업장을 딸 수 있다.
하지만 고등학교 졸업장을 84년 만에 받은 사람이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광주제일고등학교는 일제강점기 식민지 노예교육 거부와 민족해방을 위해 동맹 휴교 투쟁을 주도하다 광주고보(현 광주일고)에서 퇴학당한 허창두 씨(고인)를 대신해 아들 허경민 씨에게 84년 만에 명예졸업장을 수여했다.

1928년 4월, 항일 불온(不穩)전단을 인쇄해 전파했다는 이유로 광주고보 5학년에 재학 중이던 이경채 학생이 구속된 것이 기폭제가 되어, 1928년 6월 26일부터 10월까지 광주고보 2, 3, 4, 5학년 전 학생이 동맹 휴학을 단행했다.

이들은 학교 당국에 ‘한국인 교사를 많이 채용하고, 한국 역사를 가르치며 한국어 시간을 증설하고, 도서실에 한국 서적과 한국 신문을 비치하라’고 주장하며 매우 조직적이고 지속적인 태세를 갖추었다.
동맹 휴교 정신도 명백해 식민지 노예 교육을 거부하고 피압박 민족의 해방을 요구했다.

5개월에 걸쳐 학생, 학부모, 졸업생이 합세해 격렬한 투쟁을 전개하고 학생계의 의식적인 항일성을 명백하게 부각시켰으나 일제 당국의 폭압으로 중단되고 말았다.
당시 대맹휴 사건으로 광주고보 학생 15명이 실형을 선고받았으며 39명이 주모자로 퇴학을 당했다.

휴학 투쟁을 주도했던 5학년 허창두 학생도 퇴학을 당했다. 그는 본래 제주도에서 광주고보로 유학하던 학생이었으며 퇴학을 당한 후에는 일본 오사카로 이주하여 연락이 두절됐다.

해방 이후 1949년부터 광주제일고에서는 학생독립운동 유공자에게 명예졸업장을 수여하였으나 허창두 씨에게는 연락을 취할 길이 없었다.
작년 3월, 허창두 씨의 연락만을 기다리고 있던 광주일고 및 동문들에게 현재 일본 오사카에 거주하고 있는 허창두 씨의 아들 허경민 씨로부터 연락이 왔다.
비록 허창두씨는 고인이 됐지만 부친의 명예졸업장을 찾아드리고 싶다고 연락을 취한 것이다.

2014년 2월 12일, 84년이라는 오랜 기다림 끝에 광주일고에서는 허창두 씨에게 그 분의 학생 운동 정신과 의지를 기리며 명예로운 졸업장을 수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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