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에서 온 그대] 전지현과 김수현이 활짝 피었습니다.
[별에서 온 그대] 전지현과 김수현이 활짝 피었습니다.
  • 김영주
  • 승인 2014.02.07 07: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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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TV드라마를 거의 보지 않는다.  왜? 다른 이유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거의 대부분이 유치하다 못해서 닭살까지 돋아 오르기 때문이다. 역사극 드라마는 무대나 액션 그리고 의상이나 소품이 찌질하고, 현대극 드라마는 스토리 흐름과 대사가 너무 유치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 연말의 [응답하라 1994]와 올해 들어서서 [별에서 온 그대]가 연타석 홈런을 치는 재미를 주었다. 나도 유치해졌나?  TV드라마에 2년에 한 번 쯤은 재미를 느끼기도 하는데, 이렇게 연타석 홈런으로 재미를 느끼긴 처음이다.

여자, 특히 아줌마들은 TV드라마에 몰입이 놀랍도록 열렬하다.  # 언제가 동네 식당에 갔는데, 식당 한 켠에 아줌마부대가 떠들썩하게 식사를 하다가 갑자기 TV드라마를 틀어주라고 부탁하더니, 하나같이 몰입하여 빨려들며 장면 하나하나에 민감하게 탄성과 욕설을 주고받는다. “아니, 어떻게 한 떼거리가 공공장소를 마치 자기 안방인 것처럼 . . .” 거기에다가 주인아줌마에 써빙아줌마 그리곤 주방아줌마까지 합세했다. 그 옳고 그름을 떠나서, 그 열기가 놀라웠다.  # 허리가 부서지고 뇌졸증까지 겹친 울 엄니 간병 때문에 5년 쯤 병원을 자주 들락거렸는데, 거기서 만난 여자 환자들은 老少를 불문코 수많은 채널들의 드라마 스케줄을 쫘악 꿰고 있다. 아침8시부터 밤10시까지 주구장창 드라마만 찾아들어가 틀어댄다. 그리곤 한 숨 자고 일어나서 다시 그대로 똑 같이 반복한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한 달 두 달도 아니고, 1년 2년도 아니다. 병실이 바꾸어져도 그랬고, 병원이 바꾸어져도 그랬다. 그보다 더 놀라운 것은, 작품의 고저高低나 청탁淸濁을 가리지 않고 그 몰입도가 80점에서 100점을 유지해 간다는 점이다. 처음엔 지겨웠는데, 점점 신기해지더니 문득 놀라움마저 일어나면서, “여자와 드라마! 이 현상을 어떻게 이해하고 해석해야 할까?” 그리곤 동시에 “남자와 포르노!”도 함께 떠올랐다. “여자의 수다? 그리고 남자의 음담? 여자는 귀를 즐기고, 남자는 눈을 즐긴다?” 이게, 우리나라에서 유별난 걸까? 아니면 지구촌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걸까?

 



[응답하라]는 우연히 만났지만, [별 그대]는 일부러 만났다. 전지현을 너무나 좋아해서. 게다가 남자인 나도 휘말려드는 김수현이 함께 짝을 이루어 나온다니, 아예 달력에다 표시해 두었다가 만났다. 기본 줄거리는 그 뻔한 왕자들과 공주들 이야기이다. 그러나 스토리가 흘러가는 모습이 얼토당토않다거나 치졸하지 않다. 무대 또는 의상이나 소품도 유치하지 않고, 명품들이 천덕스레 덕지덕지 널려있는 게 아니라, 캐릭터에 맞추어서 제법 절제미를 갖추고 있다. 조선시대 배경도 그러하고, 현대 배경도 그러하다. 무엇보다도 대사가 너저분하지 않고 맛깔난다. 캐릭터들의 심리묘사도 대중드라마로 치부하기엔 상당히 깊고 섬세해서 극본과 연출력이 범상치 않아 보이기까지 하다.  그래서 그 왕자들과 공주들의 캐릭터가 현실과 겉돌지 않고 상투적이거나 지루하지 않다.  악당 조연  신성록과 천사 조연 박해진이 두 주인공을 잘 돋우어 주면서 뒷받쳐주기에 더욱 재밌다.  다른 드라마를 별로 보지 않아서 단정지어 말할 순 없지만, 이 드라마 나름의 독특하고 맛깔스런 극본과 연출로 TV드라마의 신기원을 이루지 않을까 싶다.([응답하라 1994]와 함께)    

초반에는 전지현의 가장 잘 알려진 [엽기적 그녀]나 [도둑들]의 애니콜 캐릭터에 기댄 짝퉁작품인가 싶었는데, 횟수를 거듭할수록 조금 다른 캐릭터를 보여주고 있어서 다행스러웠다. 술주정으로 망가지는 장면이나 짝사랑에 빠져들며 질투하는 장면들이 참 재미있었다. 그 동안 CF에 외모만 파는 배우라거나 순전히 발연기라느니 참새들의 입방아에 오르던 그녀가, 다양한 표정과 캐릭터로 펄펄 날면서 그 동안 억울했던 심정을 화산처럼 폭발해내는 것 같았다.( [도둑들]과 [베를린]에서 그녀의 매력을 자세하게 이야기했으니, 여기에선 이쯤에서 접어두자. )  김수현, [해품달]에서 끝내줬다는데, 난 [도둑들]에서 조연으로 잠깐 만났기 때문에 그의 매력에 목말랐다. 앞머리가 그 훌륭한 이마를 덮어버려서 좀 답답했지만, 그래도 그의 매력을 덮을 순 없었다. 게다가 별에서 온 수퍼맨과 지하동굴에서 온 뱀파이어의 이미지가 ‘지킬과 하이드’로 뒤섞인 캐릭터로 다양한 스타일과 액션을 보여주며 드라마 전체를 장악하고 이끌어가니, 그의 외모와 캐릭터에 더욱 신비감을 북돋운다. 남자인 내가 그 매력을 낱낱이 그려낸다는 게, 왠지 동성애 같은 낯 뜨거움 때문에 부담스러워서 더 이상 쓰지 못하겠다. 아무튼 이토록 이상야릇한 그의 매력이 나에게만 휘몰아치는 게 아니라 아시아 8개국에서 온통 난리법석이라서, [별 그대]를 종영하자마자 8개국을 순회하며 팬싸인 모임을 갖는단다.
 
<재밌는 장면보기> http://wizard2.sbs.co.kr/sw11/template/swtpl_iframetype.jsp?vVodId=V2000001041&vProgId=1000940&vMenuId=1020147&cooper=DAUM
 
전지현과 김수현, 이 두 배우의 출중한 매력도 매력이지만, 그들의 매력을 상투적이지 않고 짝퉁스럽지 않게 더욱 높이 끌어올린 '박지은 작가와 장태유 연출'에 박수를 보낸다. 호숫가 백조의 우아한 아름다움은, 그 한 마리의 백조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주변의 아름다운 풍치와 물속의 부지런한 발놀림 그리고 그 아름다움을 흠뻑 만끽하며 환호하는 팬들이 있기 때문이다. 
 
틈틈이 이런 분홍빛 환상에서 잠시 젖어들면서도, 어둡고 힘겨운 이 세상에 아름다운 글로 작은 등불을 비추어주는 유용주의 수필집 [그러나 난 살아가리라!]와 [아름다운 얼굴들]에 푸욱 빠져있다. [별 그대]와는 정반대 쪽이다. 편식하지 말고 골고루 만나야, 몸과 맘이 건강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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