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문화도시를 가다(2) 취안저우1, 아랍문화와 교류한 해상실크로드의 기점
동아시아문화도시를 가다(2) 취안저우1, 아랍문화와 교류한 해상실크로드의 기점
  • 정인서 기자
  • 승인 2014.02.06 11: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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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천여 년의 역사가 있는 문화도시로 기품 간직해

2014년 동아시아문화도시로 한국의 광주를 비롯하여 중국의 취안저우, 일본의 요코하마가 선정됐다. 내년부터는 나라를 돌아가며 한 나라씩 추가로 선정될 예정이다. 그리고 2018년부터 인근의 아시아지역 나라들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문화를 통한 나라간의 장벽을 허물고 공동체정신을 찾고자 하는 취지이다. <시민의소리>는 광주가 동아시아문화도시로 선정된 때를 같이 해 현장 취재를 다녀왔다./편집자주

▲ 복원된 고대 범선
중국은 참으로 광대한 나라이다. 일단 땅이 넓어서 중국여행은 평생 해도 다 볼 수 없을 정도다. 또 지역별로 음식이 달라 평생 먹어도 중국 음식의 종류를 다 먹을 수 없다고 한다. 또한 중국은 한자가 많은데다 날마다 새로운 한자가 등장하고 있어 평생 배워도 다 배울 수 없다고 말한다. 중국여행을 갈 때마다 가이드들이 항상 하는 말 중의 하나다.
중국에서 가장 재미있는 한자 중 하나는 카드 카 卡라는 글자인데 신용카드나 카툰(애니메이션)을 이야기할 때 사용되는 한자다. 예전에 중국의 공중전화는 카드 구멍이 두 개 있었는데 전화카드를 위로 넣으면 아래쪽으로 나왔다. 마치 지하철 표를 넣는 것과 같은 이치였다. 그래서 이런 글자가 있었나 싶다.
20여 차례 중국여행을 다녔지만 갈 때마다 중국여행이 녹록치 않다는 사실을 피부로 느낀다. 한 번 차를 탔다하면 한나절은 기본이고 하루 넘게 기차를 타고 다닌 적이 많았다. 최근에는 기차표를 인터넷으로 시간표를 확인하고 예매도 가능하지만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시내의 기차표 대리점이나 기차역에 가야만 기차시간을 확인하고 표를 살 수 있었기 때문에 표를 구하기도 그리 쉽지 않았다.
그래서 때론 기차역 인근 허름한 여관에서 하룻밤을 지내야만 했다. 그것도 방이 여유 있을 때 가능한 이야기이다. 대부분의 중국인들은 먼 거리를 이동할 때 늘 돗자리 같은 것을 갖고 다닌다. 그리곤 웬만한 도시의 기차역은 마치 공항처럼 매우 크기 때문에 기차역 대합실이나 광장에 자리를 깔고 짐을 베개 삼아 밤을 지새우는 경우를 자주 목격했다.

시속 200km 쾌속열차로 8시간 걸려

▲ 상하이 홍치아오역 대합실에서 취안저우행 기차를 타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 필자
광주에서 취안저우(泉州)를 가려면 무안국제공항에서 상하이 푸동행 비행기를 타야 한다. 지난해는 제주국제공항에서 일주일에 두 번 취안저우를 가는 전세기가 있었지만 지금은 운행하지 않고 있다. 취안저우는 중국 남쪽의 푸젠성(福建省)에 자리하고 있어 꽤 먼 곳이다.
또 취안저우를 가는 기차도 상하이의 4개 역 가운데 홍치아오(虹橋)역만 가능하다. 상하이에서 취안저우까지 시속 200km의 쾌속열차로 약 8시간 정도 걸린다. 처음 취안저우를 가려고 계획할 때는 상하이에서 밤기차를 타고 새벽에 취안저우에 내리면 호텔비를 절약하고 여행시간도 벌겠구나 싶었는데 계획이 틀어졌다.
가까운 호텔을 예약했는데 그곳도 홍치아오역까지 30분여 걸린다. 정말 큰 도시라는 사실을 새삼 확인했다. 기차 시간도 오전 7시 6분발부터 낮 12시45분발까지 거의 1시간 간격으로 8회 운행한다. 결국 사전에 예매한 기차표를 들고 첫 기차(D379次)를 타야 취안저우에 오후 3시 무렵에 도착할 수 있었다.
기차요금은 1등석은 388위안이다. 1등석은 푹신한 의자이고 탁자가 있다. 2명씩 앉을 수 있어 1줄에 4명이다. 2등석은 좀 딱딱한 의자이고 2명, 3명씩 앉게 되어 있어 1줄에 5명이 앉는다.
기차표를 구입할 때는 신분증이나 여권이 있어야 한다. 한국에서 예매사이트에 들어가 표를 구할 수도 있지만 개인등록도 해야 하고 중국 간체자를 입력해야 하는 등 까다롭다고 느껴 사전에 가이드를 통해 여권을 팩스로 보내 예약했다. 나중에 표를 받아보니 기차표 하단에 여권번호가 찍혀 있었다.
기차역을 들어갈 때도 공항처럼 엑스레이로 짐 검사를 하고 간단한 신체검사도 한다. 승객이 몰리면 늦게 들어갈 우려가 있어 항상 출발시간보다 여유 있게 도착해야 기차를 놓치지 않는다고 가이드가 귀띔한다.
아침 일찍이지만 기차역에는 이미 여러 방면을 가는 승객들로 복잡해보였다. 기차를 타기 위해 들어가는 출입문도 남쪽과 북쪽 양 쪽에 있고 20여개 쯤 되어 보였다. 취안저우행은 15번 출입구였다. 기차도 20 차량은 훨씬 넘어 보였는데 우리는 14번째 차량이었다.
▲ 8시간 동안 쾌속으로 달리는 기차 안에서 스마트폰이나 아이패드에 빠져있는 승객들
중국인들은 어떻게 여행하나 궁금했다. 8시간 동안 무얼 할 수 있을까 생각해보니 우선 답답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사전에 아이패드를 준비해 영화 몇 편을 담아서 갔다. 또 필요한 지역을 찾으려면 구글 지도를 봐야 하기 때문에 필수품 중의 하나였다.
제법 폼 좀 잡으려 했는데 기차 안에 있는 중국인들도 스마트폰이나 아이패드를 들고 영화를 보거나 게임을 하는 이들이 꽤 많았다. 특히 좌석마다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는 전기코드가 있어 대부분 방전 걱정 없이 오락을 즐겼다. 첨단문화의 사용이 이처럼 확산되고 있었다.
▲ 기차에서 먹는 점심 도시락과 탕국 등
아침 6시에 호텔에서 나서다보니 간단하게 빵과 우유 하나로 끼니를 때우고 기차를 탔더니 배가 상당히 고팠다. 점심때가 되니 도시락을 파는 직원이 다녔다. 도시락과 탕국 그리고 콜라를 샀다. 중국도 외국여행객이 많은 것을 고려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제법 먹을 만했다.

마르코 폴로, ‘세계에서 제일 큰 무역항구’

오후 3시가 되어서야 취안저우역에 도착했다. 예약해둔 취안저우시티가든호텔(花园大酒店)까지 택시로 약 30분 정도 걸렸다. 호텔에 짐을 풀고 호텔에서 가장 가까운 해외교통사진열관(박물관)을 찾아가기로 했다. 걸어서 15분 거리였다.
중국에서 해양의 거점을 말하라면 예나 지금이나 남쪽 바다다. 광저우(廣州)와 더불어 취안저우를 내놓을 수 있다. 취안저우는 옛날의 화려했던 명성을 찾기는 어렵지만 당나라 때는 중국의 4대 항구 중 하나로 기록되었고 송·원 시대의 취안저우는 동방 해양교통의 요충지이자 해양실크로드의 기점이었다.
취안저우는 2천여 년의 역사가 있는 문화도시로서의 기품을 갖고 있었다. 기후가 온화하고 습윤하여 고대에 ‘온릉(溫陵)’이라고 불렸다. 마르코 폴로는 그의 책에서 취안저우를 ‘세계에서 제일 큰 무역항구’라고 기술할 정도였다. “지하의 문화재를 보려면 시안(西安)을 찾고 지상의 문화재를 보려면 취안저우를 찾으라”는 말이 있을 만큼 그 유구한 역사를 엿볼 수 있다.
그래서인지 오래된 역사 속에 남은 흔적들이 눈에 띄었다. 대부분 중심가에 주요 볼거리가 몰려 있어 취안저우를 마음먹고 돌아보면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어디서나 보이는 삼륜차를 이용해도 운치가 있다.

취안저우가 해상실크로드의 도시였다는 것을 알려면 1959년에 설립된 해외교통사박물관을 갈 필요가 있다. 처음 만들어진 구관은 개원사 동쪽에 있고 1991년에 건립된 신관은 동호(東湖) 주변에 있다. 너무 이름이 잘 알려져 다른 박물관처럼 웅장하리라 생각했지만 기대와는 달리 2층 구조로 다소 허스름해 보였다.
박물관 입구에는 자그마한 배 한 척이 있는 호수가 있고 그 호숫가에는 옛날 배의 닻이 30여개쯤 가지런히 진열되어 있었다. 때마침 작업 인부들이 호수에 있는 배를 개보수 공사 하고 있었다. 주위에는 고대의 닻 30여개가 널려 있었다.

▲ 해외교통사박물관 호수에서 목선 보수작업 중인 인부들
이곳 박물관에는 1천년 이전의 목선이 그대로 보존되어 진열되어 있을까라고 생각하며 들어갔다. 얼마나 남아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대표 소장품으로는 송대 해선, 종교석각, 도자기 등이 있고 160여개의 중국 여러 해역에서 운항했던 대표적인 선박모형과 해외 교통민속문화를 보여주는 유물 등이 많다.
‘송대 해선’이라 불리는 송나라 당시의 선박은 1974년 출토되었다. 당시 중국에서 발견된 최고(最古), 최대(最大)의 해외 무역선인 송대 범선은 이와 함께 유물들(나무기둥, 쇠붙이, 고대의 닻 등)이 출토되어 귀중한 유물의 대접을 받는다.

지난 2008년 완도에서 특별전 열려

지난 2008년 2월 29일부터 4월 18일까지 문화재청 국립해양유물전시관은 완도 장보고기념관 개관을 축하하는 행사의 하나로 ‘장보고와 해상실크로드의 관문 泉州’ 특별전을 연 바 있다.
이 특별전은 (재)해상왕장보고기념사업회, 완도군, 중국 천주해외교통사박물관과 공동으로 마련한 뜻 깊은 행사였다. 해상실크로드는 스텝로드(초원의 길), 불교전래의 길(오아시스 육로)과 함께 동·서양과 아랍의 문물이 교류됐던 바닷길로서 장보고선단은 해상실크로드를 무대로 해양무역활동을 하였던 것을 보여주는 전시였다.
 

우리 선조들이 활약했던 국제무역도시 취안저우의 한·중 해양교류사적 의미를 찾아볼 수 있는 기회였다. 전시품은 장보고시대 중국 무역도자기, 취안저우의 무역도자기, 취안저우의 고려인 묘비와 다양한 이슬람 석각들, 송대 해선 출토 무역품, 고대 지남침·지남어·견성판 등 항해도구, 당(唐)에서 청(淸)대에 이르는 중국 무역선 모형 등으로 100여 점의 중국문화재를 선보인 바 있다.
또 아랍문화의 영향을 받은 만큼 아랍과 관련된 여러 가지 석조물과 묘비 등이 있었고 베트남과 스리랑카 지역에서 이주해온 이들의 묘비명도 볼 수 있었다. 그만큼 동아시아 지역의 중심항구였으며 무역항로의 중심지였다는 것을 알게 해준다./정인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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