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원 백반, 김선자씨의 따뜻한 ‘어머니의 된장국’
1000원 백반, 김선자씨의 따뜻한 ‘어머니의 된장국’
  • 김다이 기자
  • 승인 2014.02.06 10: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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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편 어려운 이들 위해 문 연 대인시장 '해뜨는 식당'

천원 한 장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요즘은 단돈 천원으로 간식거리는커녕 아이들 봉지과자 하나도 사주기 어렵다. 천 원으로 스낵과자는 커녕 성인의 버스 요금도 낼 수 없다.

그런데 ‘천원’으로 세상에서 가장 싸지만 가장 배부르게 밥을 먹을 수 있는 식당이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따뜻한 설 연휴가 끝나고 한파가 다시 찾아왔지만 대인시장에 위치한 ‘해뜨는 식당’은 어머니가 끓여주는 듯한 된장국 냄새가 발길을 유혹하고 있었다.

이곳 1000원의 값싼 밥상은 무엇보다 맛있고, 배부르게 밥을 먹을 수 있어 하루에도 100여명이 넘는 사람들이 대인시장을 찾는다고 한다. 백반 1인분의 원가는 2000원이다.

이로 인해 식당은 50% 이상이 적자이지만 폐지를 줍는 사람, 독거노인, 가난한 학생, 시장 노점 상인처럼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못한 이들의 당골집이 된 것이다.

▲말기암 판정을 받았지만 점점 건강을 회복하고 있다는 해뜨는 식당 주인공 김선자 할머니.
▲주머니 사정이 어려운 이들을 위해 문을 연 해뜨는 식당은 1000원으로 따뜻한 된장국과 반찬 3가지를 모두 해결할 수 있다.
이렇게 형편이 어려워 끼니를 잇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싼 가격에 백반을 대접하는 가게를 차린 주인공은 김선자(72)할머니다. 메뉴는 조미료를 전혀 넣지 않고 깊은 맛을 자랑하는 뜨끈뜨끈한 된장국, 고봉으로 담은 밥 한 공기, 밑반찬 3가지다.

하지만 해뜨는 식당은 지난 1년간 식당을 운영할 수 없었다. 가게를 운영하는 김 할머니가 지난 2012년 대장암 말기로 시한부 선고를 받았기 때문이었다. 항암치료를 했지만 결국 다른 장기까지 암이 전이 되었다.

이 안타까운 소식을 듣고 대인시장 상인회, 지역 기업 외 여러 곳에서 도움의 손길이 이어졌다. 이후 본격적으로 오로지 식당일만 돕고 있는 대인시장 상인회 홍정희 회장(72)은 “해뜨는 식당을 찾는 사람들을 보면 아직 세상은 따뜻하구나 느꼈다”며 “시민들과 약속을 지키기 위해 김선자씨가 없을 때도 대인시장 상인회 임원진들이 돌아가면서 가게를 열고 보람된 일에 동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인시장 상인회 홍정희 회장은 김선자 할머니의 건강이 악화되어 해뜨는 식당 문을 열 수 없게 되자 계속 영업을 할 수 있도록 하루종일 식당에서 일을 돕고 있다.
▲대인시장 상인회 홍정희 회장과 해뜨는 식당 주인공 김선자 할머니
지금은 다행히 건강이 회복되고 있다는 김선자 할머니를 ‘해뜨는 식당’에서 만날 수 있었다. 김 할머니는 전남 화순군 동면 한 시골집에서 1시간 가량 버스를 타고 대인시장을 오갈 정도로 식당에 대한 애정이 깊었다.

여전히 2주에 1번씩은 항암치료를 받고 있지만 김 할머니는 “문을 닫을 뻔하다가 고맙게도 대인시장 상인회 홍정희 회장과 여러곳의 도움의 손길이 이어져 너무나 미안하고 감사하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말기 암 판정을 받기 전 김 할머니는 양림동과 학동 인근을 살면서 광주토박이로 평생을 살아왔다. 부잣집 외동딸로 태어나 힘든 일을 하지 않고 살았었던 김 할머니는 1980년까지 충장로에서 금은방을 운영했었다고 한다.

그러나 80년 5.18 이후 사업이 어려워져 문을 닫게 됐다. 하지만 2남 4녀를 길러내기 위해 1984년부터 보험회사를 다니며 꿋꿋이 버텨왔다. 이후 그녀는 55세 나이에 보험회장 소장으로 정년퇴임을 했다.

그리고 보험회사를 떠난 후에는 사기를 당했지만 그녀는 다시 꿋꿋이 일어섰다. 대인시장 인근에서 구제 옷가게를 운영하면서 벌기 시작했다. 자녀들에게 받은 용돈을 차곡차곡 모으면서 어려운 사람을 돕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해 ‘해뜨는 식당’을 열게 됐다.

▲비싼 가격으로 끼니를 걱정하는 이들을 위해 지난 2010년 대인시장에 연 해뜨는 식당은 1000원으로 배불리 배를 채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자신이 어려움을 겪어 봤기 때문에 이웃들의 어려움을 외면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녀는 월 20만원 임대료에 1000만원을 들여 식당을 차렸지만 50% 이상의 적자로 감당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식당을 찾는 어려운 손님들로 인해 문을 닫지 않았다.

이러한 훈훈한 소식이 알려지면서 쌀, 반찬을 후원하는 손길이 이어졌다. 하지만 김 할머니는 지난 2012년 말기 암판정 받고 항암치료에 건강까지 점점 악화되어 혼자 식당일을 감당하기 어려워져 어쩔수 없이 문을 닫게 됐다.

수많은 이들은 다시 해뜨는 식당이 문을 열기를 소망했다. 이후 광주신세계의 후원으로 리모델링을 하고 다시 2013년 6월 재개장을 했다. 김 할머니가 치료로 자리를 비우더라도 대인시장 상인회 회원들의 손길로 문을 닫지 않는 ‘해뜨는 식당’이 됐다.

베품의 온정을 전파하게 한 김선자 할머니는 “지금도 병원을 가면 중환자 수준이지만 가게를 나오면 조금 더 풀리는 기분이다”며 “형편이 어려워 끼니를 때우기 힘든 이들이 엄마를 그립게 하는 대표적인 메뉴인 된장국을 싼 가격으로 배불리 먹고 가는 모습을 볼 때면 너무 기분이 좋다”고 밝게 웃었다.

아낌없이 베풀고 어려운 이웃을 생각하는 김 할머니의 건강이 완쾌돼 해뜨는 식당에 해가 영원히 뜨기를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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