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을 연 슬픈 불길
2014년을 연 슬픈 불길
  • 권준환 수습기자
  • 승인 2014.01.01 16: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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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사퇴, 특검실시 주장,분신 결국 사망
광주지역 시민사회장으로 치뤄질 것
광주분향소 ; 광주YMCA 무진관 1월 2일 오후 6시, 합동분향

2014년 1월 1일 ‘박근혜 사퇴’와 ‘특검 실시’를 주장하며 분신했던 광주 출신 이남종(40)씨가 결국 사망했다.

이 씨는 지난해 12월 31일 구호가 적힌 펼침막 두 개를 다리 아래로 펼친 후 쇠사슬로 몸을 감고 오후 5시 27분경 온몸에 휘발유를 뿌리고 분신했다. "박근혜 사퇴" "특검 실시"가 그의 주장이었다.
오후 5시 42분에 분신을 시도했고, 그로부터 3분후인 5시 45분에 이 씨의 몸에 붙은 불을 진화했다.

온몸에 3도 화상을 입은 이 씨는 오후 6시 10분 백병원에 도착했으나 화상치료를 못해 인근 서울대병원으로 옮겨졌다. 소생실에서 응급치료를 받고 오후 7시 36분 화상전문병원인 영등포 한강성심병원으로 재이송돼 응급치료를 받다가 올해 1월 1일 오전 8시 10분경 끝내 의식을 찾지 못하고 사망했다.

유가족과 시민사회단체는 장례형식을 놓고 협의했다.
기독교 대책위원회와 강기정 민주당 의원이 추천하고 고인의 형이 이를 수락하면서 시민사회장으로 치르기로 결정했다.
광주지역 시민사회단체와 정치권 등도 분향소 설치 등 장례준비 절차에 들어갔다. 장례식은 4일장으로 서울에 위치한 한 장례식장에 빈소를 마련할 예정이다.

이 씨는 1973년 생으로 광주 북구 우산동 주공아파트에서 어머니, 동생과 함께 살았으며, 조선대학교 영어학과를 졸업하고 퀵서비스 배달일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현장에서 발견된 이 씨의 다이어리에서 가족 등에게 남긴 유서 형식의 글이 발견됐다.
특히 다이어리 뒷부분에는 "안녕하십니까"라는 제목으로 17줄에 걸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안부도 묻기 힘든 상황입니다"라고 시작되는 메모가 발견됐다.

현 정부에 대한 비판이 주요 내용으로 최근 대학가에 붙은 대자보와 유사한 방식으로 글을 썼다는 게 경찰의 분석이다.

이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고인의 죽음이 헛되지 않기를…”, “불쌍합니다. 억울합니다. 이게 대한민국입니다” 등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광주지역 시민단체협의회와 진보연대 측 관계자는 “오늘(1일) 오후 6시 광주시국회의를 열고 분향소를 꾸리는 것과 망월동 묘지로 오는 것 등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며 “서울에서 오후 4시에 대책회의를 여는데, 그 결과에 따라 우리도 결정할 것이다”고 말했다. 

강기정 의원은  "일부에서 개인적 이유로 인해서 분신했다는 모함도 있으나 이남종 씨는 어디까지나 사회에 대한 분노를 이기지 못하고 분신했다고 본다"면서 "그런만큼 가족장이 아닌 시민사회장을 통해서 그분의 죽음의 진정한 의미가 왜곡돼지 않도록 시민들의 장으로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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