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릴레이79] 봉사로 ‘새로운 삶’ 살게 된 사나이
[칭찬릴레이79] 봉사로 ‘새로운 삶’ 살게 된 사나이
  • 김다이 기자
  • 승인 2013.12.30 17: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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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구 독거노인원스톱지원센터 전순환

▲남구 독거노인원스톱지원센터 전순환
“남을 돕겠다고 시작한 봉사가 이제는 저를 위해서 하고 있는 듯 합니다.”

정년퇴직을 하고 무료한 삶을 살고 있는 장년층은 저마다 자신을 위한 일들을 찾는다. 갑자기 텅 비어버린 시간을 보내기 위해 등산, 요리 등 취미생활로 지내지만 이보다 더욱 의미 있고 값진 일이 있다.

바로 나보다 더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관내 지역봉사센터를 찾는 일은 시간과 돈으로 따질 수 없을 만큼 값진 일이라는 것이다.

정년퇴직 후 건강에 적신호

고속버스 기사로 20년 동안 생활을 하다가 지난 2001년 정년퇴직을 한 전순환(68)씨는 매일 출퇴근 하듯 복지시설을 찾는다. 인터뷰를 하기로 한 날도 사직동 ‘사랑의 식당’ 급식봉사가 끝난 후 근처 작은 카페에서 푸근한 인상을 지닌 그를 만나게 됐다.

오늘 방문할 독거노인 집을 체크하고 있던 그는 “정말 별거 아닌데 제가 남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에 시간을 보내며 행복하게 보내는 건데 좋게 봐주셔서 감사하다”며 겸손함을 내비췄다.

처음 그가 정년퇴직 이후 바로 봉사센터를 찾은 것은 아니었다. 그는 주·야간 고속버스 운전을 하느라 수면이 많이 부족한 기사생활을 끝마치고, 2년 동안은 무의미한 시간을 보내면서 지냈다.

이제 봉사경력만 6년이 넘은 그는 “처음에는 정년퇴직을 하고 그동안 부족했던 잠을 자고 지냈다”며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 무의미하게 시간을 지낸 것 같아서 후회도 한다”고 말했다.

이후 3년 동안 시내버스 운전기사로 지냈다. 하지만 갑자기 건강에 적신호가 들어왔다. 기침이 잦아 병원을 방문하고 조직검사를 했을 땐 이미 폐암 2기로 몸 상태가 엉망이었다.

요양보호사 자격증 따며 배운 봉사

당시를 떠올리던 전 씨는 “폐암 선고를 받고 정말 날벼락이 떨어진 듯 앞으로 인생이 까마득했다”며 “그동안 폈던 담배를 한 순간에 끊고, 치료를 통해 완쾌를 하게 되면서 새로운 삶을 살기로 결심했다”고 털어놨다.

무엇을 하면 가장 좋을까 고민하던 찰나에 주변 지인들은 그에게 ‘봉사’를 권유했다. 그리고 지난 2007년 전남간호학원을 다니면서 요양보호사 자격을 따기로 결심하게 됐다.

그렇게 처음엔 요양보호사 일을 하기 위해 실습과 봉사를 나갔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스스로 느끼게 됐다. 진정한 봉사의 의미를 깨닫고, 복지시설을 직접 찾아 나서기 시작한 것이다.

2008년 그에게 '진정한' 봉사를 시작하면서 어르신들을 만나고 말벗을 해드리며, 천혜경로원에 작은 금액이나마 후원을 시작했다. 그리고 남구자원봉사센터를 찾아 사직동 ‘사랑의 식당’에서 급식봉사로 어르신들을 대접했다.

식사봉사를 하면서 그는 “하루에 400명 정도의 어르신들과 노숙자들이 찾아오고, 고기반찬이 나오는 수요일에는 600~700명으로 특히 더 많이 찾아오신다”며 “오시는 분들은 20대 노숙자부터 104세 어르신들까지 다양하게 방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본인과 똑같은 봉사를 하는 자원봉사자 중 80세의 나이에도 남을 위해 나눔 활동을 하고 있는 어르신의 모습을 볼 때면 더 많은 것을 배운다고 한다.

건강 허락시 ‘봉사’ 계속하고 싶어

그때마다 그는 “연로한 나이에도 봉사를 하는 분들을 보면 나도 더 건강해서 80, 90세까지 할 수 있을까 고민하곤 한다”며 “건강이 허락하는 한 최대한 오랫동안 봉사활동을 하면서 지내고 싶다”고 소망했다.

그의 하루는 봉사를 하는데 다 보낸다. 오전 8시 30분에 집을 나가 점심시간이 훌쩍 지날 때까지 ‘사랑의 식당’에서 급식봉사를 하며 시간을 보낸다. 이제는 배식봉사뿐만 아니라 주방일까지 돕는다. 그리고 오후가 되면 그는 또다른 곳을 찾는다.

2년 전부터 남구 독거노인 원스톱지원센터에 발을 담그면서 혈압기를 들고 다니며 대촌동에 혼자 살고 있는 어르신들의 혈압을 매일 체크해드린다.

이제는 봉사를 하루만 안하고 시간을 보내면 어색하다던 그는 “봉사는 처음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며 “하루, 이틀 나와 보면 이제 나오지 말라고 해도 나오고 싶은 마음이 들 때가 진정한 봉사의 의미를 깨닫게 된 것이다”고 홀로 사는 어르신들을 만나기 위해 행복한 미소를 짓고 발길을 돌렸다./김다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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