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이서현’을 구할 방법은 없을까?
또 다른 ‘이서현’을 구할 방법은 없을까?
  • 김상집
  • 승인 2013.12.26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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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상집

복지국가소사이어티 대표인 이상구 교수의 “또 다른 ‘이서현’을 구할 방법은 없을까?”를 읽으며 느껴오는 전율에 한참동안 꼼짝도 할 수 없었습니다. 울산에서 계모의 ‘아동학대’로 타살된 9살 이서현 양의 부검결과를 이상구 교수가 의사의 눈으로 분석해 낸 글을 읽으며 내가 받는 느낌은 일반인과는 또 다른 것이었습니다.
1990년대 초까지도 가끔 골절상이나 뇌진탕으로 동물병원을 찾아오는 강아지들이 있었습니다. 강아지의 이름을 물으면 ‘전ㅇ환’이라 답하고는 왜 이렇게 되었냐고 물으면 “다 아시면서 뭘 물어보십니까?” 하는 경우입니다. 1980년 5월 학살의 상흔을 안고 있는 광주전남에서는 막걸리 한 잔 하다 학살원흉인 ‘전ㅇ환’을 욕했다고 소위 막걸리 반공법으로 징역 3년을 산 사람이 한 둘이 아니었습니다.
5월 학살에 대해 입도 뻥긋 못하게 하다 보니 사람들은 시장에서 사온 강아지에게 ‘전ㅇ환’이란 이름을 붙여주고는 ‘ㅇ환아!’ 하고 불러 강아지가 반갑게 뛰어오면 ‘ㅇ환아! 이 개새끼야’하면서 발로 냅다 뻥 차던 시절이었습니다. ‘전ㅇ환’에 대한 분노로 애먼 강아지가 혼절하거나 뼈가 부러져서 내원하는 경우가 가끔 있었던 것입니다. 또한 이러다 구속된 경우도 있었는데 이때의 죄목도 동물학대죄가 아닌 막걸리 반공법이었습니다.
초등학교 진학 이후 서현이는 두 차례 크게 다쳤습니다. 친어머니가 보유한 건강보험 요양급여 내역을 보면, 서현이는 지난해 5월 21일 대퇴부의 뼈가 완전히 부러지는 큰 부상을 입었습니다. 또 지난해 10월31일엔 양쪽 손목과 손, 양쪽 발목과 발에 2도 화상을 입었고, 올해엔 아이 얼굴에 작은 멍이 두 차례 정도 있었습니다.
팔다리에 자주 상처 났던 애, 머리 아프다는 말도 하던 애, 집에 갈 때 낯빛이 변하던 애, 등에 고루 퍼진 피멍을 보고 유치원 교사는 신고를 했습니다. 기관은 학대라고 판정했지만 학대행위자가 잘못 인정하고 변화하려는 의지를 보였다며 격리 않고 집으로 돌려보냈고 아이가 좋아졌다고 생각했답니다.
결국 서현이는 10월 24일 오전 갈비뼈 16개가 부러졌고, 부러진 뼈가 폐를 찔러 즉사했습니다. 부검 결과는 더 충격적입니다. 아이의 엉덩이 근육이 소멸돼 섬유화가 진행된 상태였던 것입니다. 부검의는 잦은 폭행으로 근육이 소멸됐다는 소견을 냈습니다.
물론 이서현 양이 치료 받으러 간 병원의 의사나 직원들은 이것이 일반적으로 일어나는 단순 사고가 아니라는 것을 조금만 주의 깊게 살펴보았다면 알 수 있었을 것입니다. 의사들은 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을까요? 우리 모두는 아동살해의 방조자라는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입니다.
우리가 이서현 양의 죽음을 계기로 가장 시급하게 해야 할 일은 ‘아동학대 보호기관’을 늘리고, 담당공무원에게 ‘준사법권’을 부여하는 일입니다. 먼저 아동학대나 가정폭력이 죽음으로까지 이어지지 않도록 응급조치를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합니다. 
이웃 일본의 경우에는 아동학대 신고를 접수하면 일단 아동을 위험지역에서 분리하고 보호하면서 명백하게 안전하다는 것이 증명되기 전에는 부모에게 돌려보내지 않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는 담당 사회복지 공무원이 준사법권을 행사하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미국의 경우는 피해자에 대한 접근제한 명령을 적극적으로 행사하여 법원에서 권고한 거리 이내로 접근하면 바로 경찰이 가해자를 구속 격리할 수 있도록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사건에 대한 사법적 규명이 되기 전이라도 우선 피해자에 대한 보호를 (2013.12.26, 시민의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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